김영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e-메일로 대화하는 교장선생님
얼마 전 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학교 4학년 학생에게서 "방학을 잘 지내고 계시냐"는 내용과 함께 가족 사진이 첨부된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방학이 끝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라는 답장을 보냈노라고 이야기하면서 새삼 학생과 이런 교류가 가능한 정보화가 고맙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이 과연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학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고 털어놨다.
현재 선진 여러 나라들이 정보화를 통한 교육개혁의 흐름에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 한 사례로 영국의 교육부장관은 미래 학교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미래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하철역을 통과하듯 ID 카드를 그으면서 학교로 들어간다. 이들이 공부할 교실에는 플라즈마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은 저마다 컴퓨터를 지급 받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게 자율적 학습을 하며 교사는 학습 보조원과 각종 장비를 이용해 이들의 학습을 도울 것이다"라고 예견하였다(디지털 타임즈, 2002. 3. 7). 이러한 교육 현상의 기저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변화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를 기존의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정보사회라고 일컫는다. 지식정보사회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사람들은 국가간, 지역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네트웍을 통하여 유통되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각자 자신의 생활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나간다. 이러한 사회의 특성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 내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이다. 사이버 세상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산원(
http://www.nca.or.kr)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인터넷 사용 인구 중 공교육의 범주에 있는 20대 이하가 이용자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사회의 여러 부분과 조화를 이룰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 사이버 세상도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제 교육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신기술 발달과 문명사적 변화
그러나 예견되는 교육의 미래와는 달리 최근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서 조사된 학교 생활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문 조사 결과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학교의 수업은 재미가 없다.
-학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획일적이다.
-모든 것을 점수로 환원하고 성적을 중심으로 지도한다.
-학생들의 개인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학교 문화가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코드의 부조화 현상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청소년 문화와 기존의 학교의 역할을 고집하려는 교사 집단간의 갈등이 현재 학교의 모습 중 일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세대를 의미하는 소위 N세대는 사이버 문화와 기존의 문화를 통합하는 선두 주자이다.
N세대는 학교 안에서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주역이다. N세대의 대표 주자는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다. N세대 문화의 기저는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더욱 확대되고 다양화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코드의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적이다. 또한 이들이 활동하는 사이버 상에서는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 지위도, 권위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이버 문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아직도 권위적이고 일방향적인 아날로그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학교 문화와 충돌을 일으킬 것은 자명하다.
일방향적으로 배울 내용과 방법을 정하고 학교의 모든 권한을 통제하는 학교는 스스로 주체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코드와 맞지 않는다. 차라리 학생들은 아날로그식의 코드에 침묵과 무시로 맞대응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현상은 학교 곳곳에서 보여진다. 교사의 반응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까지, 그리고 교사들 역시 이들의 대응에 속수무책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 코드의 부조화로 인해 서로 무관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모습은 바로 현재 학교의 문화를 대변한다.[PAGE BREAK] 그렇다면 학교는 이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21세기 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학교(school), 교사(teacher), 학습자(learner)에 대하여 시대에 맞게 새로이 정의 내려야 하는 일이다.
디지털 세대와 기성세대의 충돌
우선 학교는 기존의 지식 전수자로서의 기득권을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인터넷 속에서 풍부하고 생생한 지식을 경험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획일적인 교육 내용에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학교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인성 교육은 취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다.
교사들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활용 능력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고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이 교실에 도입되어야 한다. 그 모습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정보통신기술을 도구로 활용하여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스스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자유롭게 탐색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여 사용하는 모습, 전자 우편이나 채팅·전자 게시판 등을 활용해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학교 다른 지역 더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의사를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는 모습,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학습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고 표현하는 모습 등이 교실에서 보이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 속에는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고 지식을 암기하도록 요구하는 교사는 불필요하다. 필요한 부분을 안내해주고 조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학습 네트웍의 형성으로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의 인격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습자를 살펴보자. 사이버 공간은 무한한 정보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의 학생들은 이 공간을 활용하여 그들이 어느 지역에 살던 간에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역이나 연령에 제한 없이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 양질의 교육, 개인의 요구에 충족하는 다양한 교육이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정보화를 통하여 교육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산업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이 지식정보사회에서의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돈탭스콧(1998)은 다음과 같이 예견하고 있다.
-선형적 학습에서 하이퍼미디어 학습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참여와 발견의 학습으로
-교사 중심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학교 교육에서 평생 교육으로
-획일화된 교육에서 맞춤식 교육으로
-지겨운 학습에서 재미있는 학습으로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에서 촉진자로서의 교사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교사 중심적인 교육 환경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 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학생들이 자율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학습을 선택하는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지식정보화사회의 관리자 역할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그 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라야 한다. 개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져야 한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풍부한 의사소통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학습 활동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를 가짐으로써 평생 학습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런 교육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논의된 사항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이버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산업 사회에서 요구되는 윤리 의식이 있다면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윤리 의식이 있다. 이는 학교 교육 속에서 정보통신윤리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식정보 사회의 도래는 필연적이고 흐르는 물살을 막고 선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학교가, 교사가 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에서 학생 스스로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하고 그런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은 지금까지보다 교육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의 안내자, 길잡이가 되어 주어야 한다.
2001년부터 시행되는 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 발전 방안은 바로 그런 학교의 모습을 지원하기 위하여 물적 기반 위주의 교육정보화 정책이 활용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는 전 국민이 지식정보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고 창조적인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건전한 정보 문화를 창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초·중등 교육, 대학 교육, 평생 교육, 직업 훈련의 영역에서 정보화 지원을 통하여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하는 데 국가의 총체적인 노력을 집중하자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를 축으로 하여 각 시·도 교육청,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거점으로 하는 유관기관이 학교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교육 체제로의 변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정보사회에 알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PAGE BREAK]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 자신이 지식정보사회에 준비된 CEO인가하는 물음을 던져보자. 다음의 세 가지에 자신 있게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식정보사회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첫째, 획일적인 교육은 끝이다.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앞장선다.
미래 사회를 매우 정교하게 예견한 앨빈 토플러는 교육도 이제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배우는 산업사회의 공장을 닮은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산업 사회의 교육 특성이 모방이었다면 지식정보사회의 교육 특성은 창의성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지식정보사회는 같은 지식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진 똑같은 사람은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엉뚱하더라도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것은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은 평생이다. 평생학습사회를 맞이하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한 지식을 소유한 것으로 충분히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학습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평생을 통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무덤까지 배우는 세상으로 평생 학습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특히 교육자로서 4 Any(to Any, in Any type of information, at Any time, at Anywhere)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셋째, 정보화는 필수다. 정보통신기술을 학교 교육에 능동적으로 적극 도입한다.
우리 아이들은 네트워크와 이동 통신으로 상호 교류하고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이제 학교는 정보를 바르게 이용하여 지식화 하고 지식을 지혜로 만들어 가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CEO라면 학교의 정보화에 앞장서고 학교 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가치 있는 새로운 지식을 형성해내는 인재가 양성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의 여러 특성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되고 있다. 재테크, 사이버 교육, 인터넷 쇼핑, 정보 수집, 커뮤니티 등 이제 사회는 e-라이프 시대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의 변화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주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그 핵심에서 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는 바로 교육의 핵심에 있는 CEO들이 결정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