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법률 제4347호)'의 공포에 따라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운영되던 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기관인 교육위원회(교위)와 독임제 집행기관인 교육감으로 변경되면서 시작된 지방교육자치가 13년째를 맞고 있다. 교위와 교육감은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교육정책을 감시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교육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교위의 몫은 매우 크고 중요하지만 우리 교위는 아직도 독립적인 의결권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1년 초대 교위가 출범할 당시부터 요구해온 '독립형 의결기구화'를 이루지 못하자 최근에는 '교위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6개 시·도의 제4대 교육위원들은 지난해 10월 '전국교육위원협의회'를 만들고 교위 위상 찾기에 나섰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순세 서울시교위 의장을 만나 교위와 교육의 발전방향을 들어본다. <편집자>
-교육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해 최대 과제는 역시 '독립형 의결기구화' 라고 봐야합니까?
"교육위원회의 위상을 정립하고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임형 심의·의결기구인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육위원회가 독립형 의결기구가 되고 교육과 학예에 관한 전문성을 지닌 교육위원들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하는 한편 조례를 제·개정하거나 행정사무감사와 조사를 하도록 해야 진정한 교육자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것입니다. 이는 교육위원회의 위상보다 교육자치 본질을 위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교육위원회의 독립형 의결기구화는 반드시 이뤄야할 문제입니다."
-회장님은 오랫동안 '전국시·도교육위원회지방교육자치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교육자치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면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교육자치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의 숙원인 독립형 의결기구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을 개정하도록 하여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확대하는 등 선거의 투명성과 교육감·교육위원회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는 교육자치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형 의결기구화는 계속해서 추진할 문제이고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교육위원회가 독립된 의결권을 갖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1991년 9월 민선으로 새롭게 출범한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어느덧 1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진정한 의미의 지방교육자치제도는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된 사항이 지방의회에서 수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위원회가 의결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행정사무감사에 있어서도 교육위원회와 지방의회에서 중복감사를 실시하고 있어 매년 하반기만 되면 수감준비에 많은 행정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어 일선 교단지원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과 행·재정적 낭비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것이 독립형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중심의와 중복감사로 인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올바른 지방교육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교육위원회가 독립형 의결기구가 되도록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의 개정을 위하여 여러 가지 대응방법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지방교육자치제도 발전을 위하여 가동시켜온 교육자치특위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여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전국 교육위원들을 통하여 전체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교사들에게 교육자치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여론을 주도하고 교육행정학자들을 통한 이론적 연구를 통하여 학술토론과 공청회 등으로 공감대를 확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밖에 각 정당의 대표와 정책입안자들을 수시로 접촉하여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하겠으며 갈등관계에 있는 지방의회와의 대화를 강화하여 신뢰구조를 쌓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충실히 실행하여 독립형 의결기구를 관철시킬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아예 교위를 시·도의회와 통합하거나 심지어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데.
"저도 그런 주장을 들어보았습니다. 또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교육자치와 일반행정자치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수 없이 제기되었으나 그 때마다 교육자치를 지지하는 교육가족 모두의 노력으로 일반행정자치로의 통합을 막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요 정당에서는 시·도의회와의 연계차원에서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가 상호 독립성을 인정하며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가칭 '준 독립형 교육위원회'안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준 독립형 교육위원회'안은 독립형 의결기구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시·도의회에 교육관련 상임위원회를 두지 않고 교육위원회가 의결한 예산안 등 주요안건이 본회의에 바로 상정되는 제도입니다. 통합이나 폐지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뒤집는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교육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더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PAGE BREAK] -의결권도 중요하지만 교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육위원의 신분이 '무보수 명예직'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현재 교육위원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 전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급직으로의 개선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위원회에 속한 교육위원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남다른 분들입니다. 교육위원들의 보수 문제는 교육위원회의 역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제도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위가 우리 교육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3대 교육위원회에서도 우리의 교육을 새롭게 바꿔 보고자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진단·분석하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쉴새없이 활동하여 왔습니다만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이 있으며 미진한 부분은 조속히 개선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동안 교육위원회는 교육자치특위 활동을 통하여 지방교육자치법의 졸속적인 개정을 저지하고 지방교육자치의 정착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교육부에서는 최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개정안의 입법예고를 통하여 지방교육자치의 주요 골격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제도 등 부분적인 개정만을 하기로 하여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지방의회로의 통·폐합 기도를 저지시켰으며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에 있어서 종전의 학교별 1명씩이던 것을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확대하여 주민의 대표성을 강화하여 교육위원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것 이외에 학교위탁급식시 학부모가 부담하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학교급식의 단가를 낮추고 그 질이 향상되도록 하였고 지방교육재정확보를 위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하여 매년 약1조 5000억원의 지방교육재정을 확보하였으며 교원명예퇴직수당을 국가부담으로 전환시켜 지방교육재정의 부담을 덜게 하는 등 교육재정의 건전화에 기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교원들은 교위의 활동이나 역할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쓸데없는 자료요구로 귀찮게만 하는 존재로 알기도 합니다.
"제4대 교육위원회 출범이후 일부 교육위원들의 자료요구가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9월 2일 개원 이후 행정사무감사가 바로 예정되어 있어 초선위원이 많은 서울시교위의 경우도 다른 때보다 자료요구가 많았습니다. 일선의 불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는 의욕이 넘친 교육위원들이 단기간에 업무를 파악하고 현장 지원을 위해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측면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교육위원 사전협의 및 교육위원 자체 연수 등을 통해 일선학교 현장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육위원협의회에서 각 후보에게 요구한 사항을 보면 '민주적인 교육자치법 제정'이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어떤 법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지난해 10월 교육위원협의회에서는 무너져 가는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자치를 정착시키기 위해 크게 7가지 요구사항을 의결하고 교육부를 비롯한 주요 정당에 이를 전달했습니다. 요구사항을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화하여 올바른 교육자치를 실현하라 △교육여건과 학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교육재정을 GDP 7% 수준으로 확보하라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교원 법정정원을 확보하라 △농어촌 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한 농어촌 교육발전특별법을 제정·시행하라 △단위학교의 자율권을 신장하고 학교장 책임경영을 지원할 정책을 마련하라 △교육자치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도 기획관리실장, 교육지원국장(기획관리국장)을 지방직화 하라 △최상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복지국가 건설'을 대통령의 핵심 시책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라 등입니다."
-시·도 부교육감, 기획관리실장, 교육지원국장(기획관리국장) 인사권을 교육감에게 달라는 것은 오히려 교육감이 요구해야할 사항 아닌가요?
"제4대 교육위원회가 개원하면서 제3대에 발족시킨 교육자치특위와 교육재정특위 외에 교육행정제도개선특위를 출범시켰습니다. 교육행정제도개선특위에서는 지방교육자치 정책에 장애요인이 되고 지방교육에 대한 중앙행정부처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시·도교육청 주요 보직에 대한 지방직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PAGE BREAK] -회장님은 서울시교위의장으로써 전국 시·도교위의장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계신데 교육자치의 양 수레바퀴인 교위와 집행부(교육감)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감과 교육위원회의 관계는 집행기관과 심의·의결기관으로서 교육을 발전시키고 21세기 우리의 미래요, 희망인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집행부는 선진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올바른 정책의 추진에 힘써야 하고 교육위원회는 꼭 필요한 곳에 교육예산이 집행되는지 철저한 감시·감독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또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서울시교위를 포함해 제4대 교육위원들의 연령이나 성향이 이전보다 개혁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제4대 서울시교육위원과 전국시·도교육위원들의 평균 연령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동안 비교적 보수적으로 운영되던 교육위원회가 교육주체인 학생, 교원, 학부모 앞에 가까이 다가가 보다 피부로 느끼는 활동을 전개하리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물론 일부 교육위원들의 지나친 열정이 교육주체간의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 불협화음을 연출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학생을 위한 양질의 교육서비스와 교육력 극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슬기롭게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집행부나 일선 학교, 교육가족들에게 당부말씀이 있으면 주시지요.
"집행부의 교육감이나 교육청 직원은 일선학교 현장을 위해 존재합니다.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행정체제 구축과 일선학교의 선생님들이 보다 자율권을 갖고 신명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교육주체간, 교원상호간, 지역간, 계층간 갈등은 교육력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조하기에 앞서 이제 모두 한 발 물러서서 양보하고 절충하고 타협하며 우리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교원은 학생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선생님을 존중하고 따르며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협력할 때 우리 모두가 바라는 튼튼한 교육공동체가 구축될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낙진 기자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