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모를 앞세우는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말이 유행함으로써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에 있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보행미인, 미소미인, 대화미인 등 다양한 문화적 미인의 등장 역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행미인은 걸음걸이가 멋진 사람, 미소미인은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미인은 바로 대화미인이다. 대화미인은 글자 그대로 대화를 잘 풀어나감으로써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대화가 중요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일까? 목소리가 큰 사람일까? 아니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상관없이 소화를 잘 시키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앞장서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사람일까? 물론 세 가지 모두 성공을 위한 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점에서 일단 접어두고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대화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실 교육현장에서는 물론 일반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대화의 공식은 끊임없이 창출되어야 하는 삶의 공식이 아닌가 싶다.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
첫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화를 잘 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대화법은 없다. 그만큼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래 전 ‘생명의 전화’ 상담원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필자는 “상담원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다 보면 친근감이 생겨서 두 사람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어서 보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입은 하나밖에 없지만 귀는 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뛰어난 화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누군가와 면담 약속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쌓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언젠가 해군에 관련된 전문가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루즈벨트는 예외 없이 밤새워 준비를 했다. 루즈벨트는 앉자마자 자신의 지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해군 전문가는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집중을 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그렇지요”, “네, 맞아요”라고 하면서 열심히 맞장구를 치기까지 했다. 그 사람은 말할 기회를 별로 갖지 못했지만 루즈벨트의 호의적인 결정에 감사를 하며 돌아갔다. 루즈벨트가 비서관에게 말했다.
“방금 그 사람, 대단한 화술가더구먼!”
“하지만 그 사람은 별로 말을 하지 않던데요?”
[PAGE BREAK]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었던 해군 전문가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입담꾼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경청 능력이 뛰어난 사려깊은 화술가였던 것이다. 개롤 메이홀의 ‘주여, 지혜를 가르치소서’하는 기도문은 경청의 자세를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주님, 저의 귀를 열어주소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들을 때에 비로소 지혜로워 진다는 것을,
들을 때 비로소 명철해 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얼마나 가려서 들어 왔는지요.
제가 원하는 것만을 듣고 있는지는 않는지요.
귀를 활짝 열고 진정으로 듣는 법을 가르치소서.”
둘째, 말을 쉽고 짧게 하라. 적잖은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어렵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누군가 설득을 하고자 할 때는 더더욱 말을 길게 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래야 상대방이 날 무시하지 않고 우러러보거나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말을 쓰고자 하는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말을 왜 하며 대화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잘난 척하기 이전에 우선 쉽고 짧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 위대한 연설가일수록 이 원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쉽고 짧게 말하는 대화법으로서 ‘키스(KISS)의 법칙’이 있다. “Keep It Simple, Stupid(단순하게, 그리고 누구나 알아듣게)”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일상의 대화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말 속에는 진부한 표현, 화려한 미사여구, 딱딱한 전문용어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짧고 쉬운 표현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연설을 하거나 설교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성공을 위한 대화를 원한다면 제발 쉽게, 그리고 짧게 말하라.
쉽고 짧은 대화에서 양념으로서 바로 속담과 명언이 있다. 속담은 짧은 한 마디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발휘한다. 어떤 학교에 수업시간만 되면 떠들기 좋아하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참다못한 교사가 그를 교무실로 불러서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넌 왜 애가 맨 날 그 모양 그 꼴이냐?”
“에?”
“에가 뭐야 에가, 엉?”
“오는 말이 고아야 가는 말이 곱죠.”
“넌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이냐?”
“쩝,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니까요.”
“그래도 또박또박 말대꾸할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잖아요.”
“이 녀석아,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나가!”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간만 못 하지요.”
“어휴, 저 녀석을 그만…”
[PAGE BREAK]물론 이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교사에게 말대답을 꼬박꼬박 하는 학생도 실제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담이라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매우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짤막한 속담화법을 통해서 교사의 비인격적인 언사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꼬집는 예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의나 연설, 그리고 대화를 할 때 속담이나 명언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화술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고 한다면 그 때 무슨 말이 필요하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이 속담 한 마디를 듣는 순간 상대방은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셋째, 유머를 적극 활용하라. 흔히 유머는 남을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머의 역할은 웃기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유 있는 유머는 위기상황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해 주며 풍자적인 유머는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다시 말해서 웃음이나 재치로 포장을 해서 상대방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거나 어떤 경우에는 부드럽게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 교무회의를 회의를 하는데 별로 신통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게 되자 한 선배교사가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된 후배교사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무슨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그러자 후배교사가 평소 빛나리라고 놀리던 턱이 뾰족한 선배교사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요….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평소 외모를 보고 놀리던 선배교사가 후배교사에게 한 방 맞는 모습을 보고 다른 교사들이 모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사실 유머는 웃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친근감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주의집중을 시켜 준다는 점에서 교사에게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유머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데 더없이 좋은 교육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의 유머에 아이들의 상상력은 마음껏 나래를 펴고 학교생활은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정부로부터 지정을 받은 영재학교에 장학사가 방문을 했다. 그래서 교장은 수업중인 교실로 장학사를 안내하게 되었다. 그 반은 마치 지구의를 꺼내놓고 세계 정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장학사가 지구의를 가리키면서 한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왜 지구의가 기울어졌나?”
그랬더니 학생이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장학사님, 제가 안 그랬는데요.”
장학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담임교사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담임교사도 웃으면서 한 마디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살 때부터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교장선생님도 질새라 한 마디 거들었다.
“선생님, 오늘 당장 고쳐 놓으세요.”
장학사 앞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과연 영재학교답다. 사실 웃음은 우뇌를 자극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갖게 하며 마음의 여유를 통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고 이미 많은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천재가 되려면 웃는 법부터 배워라’는 말도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존경을 받은 링컨이나 아인슈타인, 그리고 처칠 같은 위인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어려서부터 항상 유머를 통해서 끊임없이 웃음을 창출해 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AGE BREAK]“속담과 유머를 활용하라”
넷째, 가슴으로 말하라. 사람은 평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새로운 말을 배우는 기회도 많이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잘 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미사여구를 보기 좋게 늘어놓는다고 좋은 말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란 기억이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책에서 읽었던 얘기,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곧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처음 몇 번 들었던 말은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는 한, 대부분 곧바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그것이 반복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치고 나의 가슴속으로 녹아들어 갈 때 서서히 나의 말이 되기 시작한다.
필자 역시 처음 강의를 할 땐 잘 모르고 어려운 말을 앞세우기에 바빴다. 즉 대화나 교감보다는 논리적인 원칙이나 문법적인 틀에 맞추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어의 정리정돈은 잘 되는 반면 자유로움이나 즐거움 같은 진짜 중요한 가치가 빠져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 후 필자는 7년 동안 본의 아니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만으로도 며칠 밤을 지새우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비로소 명강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머리 속에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잡다한 지식들은 오히려 말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것들을 앞세우다 보면 이야기의 줄거리가 산만해지고 그러다 보면 말의 속도가 느려지며, 심한 경우 종종 말의 핵심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을 비우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중심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내 머리 속에 꽉 차 있는 설익은 지식과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버릴 때 오히려 훨씬 더 말이 잘 풀린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아름답고 소중한 말들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던 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매하고 우스꽝스러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진정한 말과 철학은 가슴속에 들어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단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꺼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말은 단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것을 담는 그릇이나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왜 몰랐던가. 얄팍한 지식이나 잡다한 정보를 미련 없이 모두 던져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가슴속에다 대화의 꽃을 피게 할 때 진정한 말을 할 수 있지 않던가. 이제부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섯째, 맞춤형 칭찬을 하라. 칭찬의 장점은 너무나도 많다. 칭찬은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을 솟구치게 하고 뭇 사람들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칭찬이 있는 곳에는 온기가 감돌고 자신감으로 차고 넘친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더라. 게다가 칭찬은 식물들에게는 특별한 영양분이 되어 생물학적인 성장을 크게 돕기도 한다.
“당신과의 만남이 나를 더 좋은 남자로 만들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헬렌 헌트가 칭찬해 달라고 하자 잭 니콜슨이 건넨 말이다. 헬렌 헌트가 ‘내 생애 최고의 칭찬’이라고 감동할 만큼 멋진 칭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참 잘 했어요”라는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청소도 하고, 숙제도 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누군가 던져주는 칭찬 한마디에 신바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칭찬은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를 크게 인정해 주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