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믿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책임을 맡길 만한 용기를 지닌 어른들이 무척 적은 것 같다. 나 또한 ‘그 어른 중에 한 사람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엄격하게 학급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치롭게 여겨야 할 것이 바로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 상상력이 큰 꿈으로 이어지고, 꿈을 향해 언제나 참되며, 힘써 노력하는 아이들이 된다면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3학년 1반은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법률이 있다. 법률에 따라 꿈쟁이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주도해 나간다. 마을 주민회의를 이끌어가는 시장이 있다. 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리고 시장과 함께 마을을 꾸려갈 공무원들이 있다. 경찰, 국세청, 그리고 마을화폐(10냥, 50냥, 100냥 등의 마을화폐)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재정경제부가 있다. 이뿐 아니라 국회의원, 법관, 변호사, 신문사, 출판사, 슈퍼상인, 문구점상인 등 다양한 직업(역할)이 존재한다.
변호사, 판사를 희망하는 꿈쟁이들은 사법시험을 치렀다. 8명의 꿈쟁이가 지원하여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내일쯤에야 나올 것 같군요. 꿈쟁이들이 쓴 답안지를 꼼꼼이 읽어보겠습니다. 모두 변호사가 되고, 판사가 되면 좋겠지만 판사 1명과, 변호사 3명을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는 시험의 기준을 발표하고 안내하였다.
동시에 문구점, 약사, 의사, 신문사기자, 도매상인, 우체국, 은행도 활동이 시작된다. 아침시간과 점심시간만이 이용 가능한 시간이다. 사실, 은행직원은 매우 바빠 교대근무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사법고시를 치르고 선발된 변호사는 처음엔 고객이 없어 편지지와 꿈쟁이들마을 우표를 제작하여 우편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체국 직원이 모두 3명이 있는데,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효과적으로 수행하려 노력한다. 틈새시간들을 쪼개어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세워 힘쓰는 꿈쟁이들이 매우 창의적이고 영리하다. 게다가 마을활동을 하면서 개선해야 할 점은 마을 게시판(화이트보드)에 올려 시장과 부시장, 국회의원이 보고, 토요일 주민회의를 통해 바꾸어 보려는 노력도 시도한다. 마을사진사들도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활동 모습을 찍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물론 이용료(마을화폐 100냥)를 내야만 가능하다. 선생님의 사진기를 이용하는 사진사는 사진기대여료도 낸다. 수입의 10퍼센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의 10퍼센트를 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소속 국세청 세무담당 공무원은 이를 위해 열심히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세무조사를 위해 모든 상인들은 판매장부(공책)에 기록해야 한다. 바로 우리 교실은 36명의 작은 마을이다. 모두 협력하여 즐거운 교실, 마을로 꾸려나가고 있다.
아침이면 재정경제부 수업수당 담당 공무원은 바쁘다. 마을 꿈쟁이들에게 수업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일찍부터 금고 앞에서 정리하고 있다. 수업수당은 2시간당 100냥, 6교시가 있었던 다음 날에는 300냥을 받게 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받는 수당은 언제나 즐겁다. 아참, 수당을 지급할 때, 선생님께도 수당을 주어야 한다. 선생님도 꿈쟁이들 마을의 주민이니까. 동시에 재경부 장관은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금 받을 꿈쟁이들의 명단을 선생님께 받아 칭찬받은 꿈쟁이들에게 상금도 전달해 준다.[PAGE BREAK]이때에도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10%의 세금이다. 꿈쟁이들은 수입의 10%는 세금으로 내야 함이 법률에 나와 있다. 어쨌든 꿈쟁이들 마을 화폐로 세금도 내고, 신문도 구독하고, 운동장자유이용권, 슈퍼, 문구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꿈쟁이들 마을의 주민으로서 활기차고 즐거운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꿈쟁이들 마을에는 꿈쟁이들마다 신분증이 있다. 두레반 꿈쟁이들 마을 법률에 따르면, 신분증이 없으면 경찰의 검문에 걸려 벌금을 내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선생님, 조금밖에 안뛰었는데, 경찰이 저에게 벌금을 내래요.” 속상해하면서도 꿈쟁이들마을의 법률을 지키려는 꿈쟁이들의 의젓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스스로 생활규칙을 지키려는 꿈쟁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경찰들은 마을법률을 어기는 꿈쟁이들에게 경고장을 준다. 그리고 그 경고장은 마을경찰청 벌금담당 공무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벌금은 기간내에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배의 벌금을 내야하니까. 교사도 점심식사 중에 음식을 조금 남겨 법률을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두레반 꿈쟁이들에게는 암행어사가 있어서 한달에 한 번씩 조선시대 암행어사처럼 임명되고 있다. “특히 박정휘가 눈에 뛰더라고요. 발표도 잘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더라고요. 그래서 정휘를 칭찬해요… 꼭 상 좀 주시면 좋겠어요… ” 암행어사의 눈으로 본 칭찬어린이의 모습이다. 이렇게 암행어사들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 반을 살펴보고 훌륭한 점을 칭찬하고 좋은 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교실 한켠 조그마한 공간, 점심과 아침시간에 꿈쟁이들 몇명이 모여 있다. 그곳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게임등이 펼쳐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능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게임, 흥미있는 게임 등 정휘와 승원이가 매우 열심히 운영해오고 있다. 레고 및 블록, 체스, 바둑(오목), 공기놀이 등 여가시간에 활용할 게임들도 있다. 우리 꿈쟁이들이 쉬는 시간에 이러한 도구들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우정을 쌓는다.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운영하기 위해 국립놀이연구소도 개원했다. 뒷정리도 더욱 잘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도 하기로 했다.
“오늘 수업수당 받은 거 저금하려고… ” “은행에서도 돈을 바꿀수 있어?”
“그렇다면 1000냥을 50냥 몇 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왜?”
“가게에서 과자를 사려고.”
점심시간, 은행원과 주민의 대화다. 은행이 많이 바빠지고 있다. 은행업무는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하고 있다. 은행금고에 통장과 저축한 마을화폐를 열쇠로 잠금장치를 해두고 발 빠르게 잘 하고 있다.
성훈이와 수란이는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필은 200냥, 지우개 200냥, 풀 500냥, 공책 200냥, 스카치테이프는 …, 하지만 지금은 쉽니다.”라고 꿈쟁이들 마을 문구점 상인이 문구점을 찾아온 꿈쟁이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문구점 상인뿐 아니라 모두가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세금내고, 벌금내고, 사탕 하나 사고, 지능게임 하고, 은행에 들러 통장정리 하고, 문구점에 들러 필요한 게 있는지 구경도 하는 등 나름대로 바쁘게 돌아간다. 언젠가 문구점을 운영하는 수란이가 북한산 약수를 가져와 흥미로운 일을 만들어 주었다. 한 컵에 50냥이라는 가격으로 몸에 좋다는 약수를 작은 병에 담아 온 것이다. 50냥이라는 큰(?) 돈을 내고 마셨던 북한산 약수물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PAGE BREAK]우리 반 신문이 발간되던 날. 신문구독료는 100냥이다. 수업수당 지급할 때, 100냥을 뺀다고 하였더니, 몇몇 꿈쟁이들은 “신문을 꼭 봐야하나요? 신문구독이 법에 나와 있듯이 의무인 것은 너무해요.”하며 선택권을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법에도 국민의 의무가 있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환경보전의 의무 등이 있듯이 우리 꿈쟁이들도 공부해야 할 의무, 납세(세금)의 의무 등 신문구독도 우리 마을에서는 의무이다.”라고 법률을 내세웠지만, 그래도 마을주민회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꿈쟁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주민회의를 통해 찬성, 반대의견을 들어보고, 협상이나 투표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법률에 명시된 대로 구독료를 내기로 하고, 다음엔 더욱 향상된 신문이 나오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꿈쟁이들의 마을에서 경험하는 작은 사회를 통해 수학, 언어영역, 사회 등의 학습내용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수업을 통해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있지만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백분율, 협상, 토의, 경제, 행정, 법 등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여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미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생각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우리 아이들의 스스로 계획하고 활동하는 노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마을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계획해서 만든 신문, 연극을 계획하고 연습하는 것, 점심시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영화사,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복지재단의 북한어린이돕기 기금 마련, 마을주민회의에서 찬성, 반대의견을 자신있게 주장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창의성이 돋보이는 꿈쟁이들이 바로 3학년 1반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불어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걱정해주었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공부도 열심히, 독서에도 열심히, 힘써 노력하는 꿈쟁이들이 매우 멋질 뿐이다. ‘3학년!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