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2004년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미 교육상임위에서 정부개정안을 부분 수정하여 의결하였으며, 법사위와 본회에서도 교육상임위의 안이 의결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교육상임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①봉급교부금과 증액교부금을 폐지하는 대신 경상교부금의 비율을 현행 내국세총액의 13%에서 19.4%로 상향 조정 ②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중등교원봉급교부금을 폐지하는 대신 시·도세전입금을 서울시는 3.6%에서 10%로, 광역시와 경기도는 3.6%에서 5%로 상향 조정 ③특별교부금의 비율을 경상교부금의 1/11에서 4/100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상임위에서는 정부개정안이 초·중등교육재정의 절대적인 부족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비율을 19.4%로 하는 것과 시·도세전입금의 전입비율은 2005년과 2006년 2년만 적용하고, 2007년 이후에 적용될 비율은 차후에 법을 재개정하겠다는 조항을 부칙에 넣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초·중등교육재정의 규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16개 시·도에 교부하는 방법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는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구조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이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기술한다.
2. 교육재정의 구조
우리나라는 지방교육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교육은 정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자치단체인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재정도 정부의 일반교육재정과 지방교육재정으로 나눌 수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재정의 구조를 개략적으로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래의 표는 2005년 교육부예산안과 시·도교육청예산안을 근거로 필자가 추정해본 것이다.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유·초·중등교육재정이 전체 교육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교육이 거의 학부모부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교육재정 중 국세부담이 3/4을 차지하고, 지방세부담은 20%에 불과하며, 고등학생수업료는 3%에 불과하다. 유·초·중등교육이 지방교육자치단체에 의하여 실시되고 있음에도 지방세부담에 비하여 국세부담이 이처럼 큰 이유는 우리나라 조세구조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약 8:2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지역간 지방세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셋째, 지방교육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육양여금, 지방자치단체전입금의 규모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법으로 강제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유 ·초·중등교육재정의 규모와 질이 결정된다.
3.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분석
1) 교육재정 삭감으로 공교육정상화를 포기하는 법안 2004년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2007년까지 교육재정을 GDP 6%까지 확대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교육재정을 2004년 현재 GDP 4.28%에서 GDP 4.19%로 오히려 삭감하는 법안이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정부목표치인 35명을 넘는 학교가 태반이며, 교과교실 부족, 유아교육시설 부족, 학교노후시설 개선, 학교 냉난방시설 개선, 특수교육 정상화, 직업교육 내실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재의 교육재정규모로는 불가능하다.
2) 초·중등교육 황폐화 예견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전에, 2005년 교육예산을 정부개정안에 의해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 개정안에 의해 편성된 16개 시·도교육청의 2005년 예산안을 분석해 보면, 세입예산 부족으로 1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하면서도 교원인건비 6700억 원을 예산에 편성하지 못했고, 교육사업과 시설사업은 1년 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2조 5000여억 원을 부족하게 편성하는 등 최소한 4조 5000억 원의 추가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아직 16개 시·도교육청에 교부하지 않은 예산이 약 2조 1000억 원이 있다고 하지만 이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렇게 부족한 예산으로는 정부가 지금까지 약속했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각종 방안, 정부와 교총, 교원노조 등과 했던 각종 단체교섭 중 예산을 수반하는 사업은 모두 불가능해진다.
3) 현재 부족교원 5만 명 충원조차도 불가능 개정안은 의무교육기관교원의 봉급과 10여개 수당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봉급교부금을 폐지하는 대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비율을 내국세의 13%에서 19.4%로 조정하였다. 이는 안정적인 교육재정확보를 위해서는 봉급교부금이 의무교육기관 인건비 전액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교육계의 오랜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편성된 2005년 교육부예산안과 16개 시·도교육청예산안을 분석해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초·중등교육예산은 2004년에 비하여 약 1조 4300억 원이 증가하지만, 공·사립교원의 인건비는 약 1조 8700억 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초과증가액을 충당하려면 4400억 원은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학생복지비, 교육환경개선사업비 등을 삭감하여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교원인건비 증감과 상관 없이 유·초·중등교육재정 규모가 결정되고, 전체 교육재정 증가액이 교원인건비 증가액에 못 미치는 구조적 모순을 갖게 되어 향후 부족교원 충원과 교육환경 개선사업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더구나 2004년 현재 초·중등교원이 5만 명 이상 부족한 상태이고, 전국 시·도교육청이 299개교 신설과 1만 147학급 증설을 위해 2005년 1만8189명의 교원을 증원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5231명의 교원 증원만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원보수를 봉급조정수당을 제외하고는 동결한 상황에서 교원의 호봉승진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액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초·중등교육재정이 적다. 이는 이번 개정안이 가진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4) 특별교부금 폐지 바람직 우리 헌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지출은 주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나 지방의회의 예산심의에 의해 통제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교부금은 지출목적에 대해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교육부 마음대로 결정하여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헌법을 위반하는 제도이다. 또한 특별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용도를 결정하는 등 지방분권화를 크게 저해하고, 부정과 낭비를 유발하며, 지역간·학교간 교육환경차이를 심화시키는 제도이다. 특별교부금의 이런 폐해 때문에 참여정부는 특별교부금의 규모를 대폭 줄이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개정 법안은 특별교부금을 경상교부금의 1/11에서 4/100으로 낮추는 대신 경상교부금을 내국세의 13%에서 19.4%로 높임으로써 특별교부금의 감소폭(현행법대로 하면 1조 2000억 원을 줄여야 하나 개정안은 8000억 원만 줄임)을 줄이며 참여정부의 국정방향에 역행하고 있다. 특별교부금은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아예 폐지하던지 경상교부금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추어야 한다.
4. 법 개정 과정에서의 문제점
교육부는 이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과정에서 교육계에 많은 실망을 끼쳤다.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나 서울시 등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특별교부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다.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불법적으로 침해하여도 이에 대하여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1) 초·중등교육에 대한 종합계획 부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초·중등교육재정의 규모를 결정하는 법안이고, 초·중등교육재정의 규모는 초·중등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할 때는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를 먼저 설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교육부에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과,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재정계획이 없는 듯하다.
이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과정에서 2005년 교육세가 당초 교육부가 추정했던 것보다 5000억 원 이상 줄어들고, 2005년 교원인건비 증가액이 1조 8000억 원에 이르며, 시·도교육청의 지방채원리금상환액이 2004년에 비해 5000억 원 증가한다는 것을 재정계획에 담아 기획예산처에 제시했더라면 이렇게 교육재정이 삭감되는 법안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2) 국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침해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이미 3년 전인 2001년 중학교의무교육 확대 결정 당시에 2004년까지는 의무교육관련조항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예견되어 있었다. 또한 2003년 참여정부가 지방분권화정책을 표방하면서 특별교부금이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교육예산을 늘리지 않으려는 기획예산처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특별교부금을 축소하지 않으려는 교육 관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정부개정안은 2004년 정기국회가 한창 진행중이던 11월 12일에야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미 2005년 교육부예산안은 현행법이 아닌 정부개정안에 의해 작성되어 10월 초에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였고, 현행법과 정부개정안에 의한 교육예산의 차이는 무려 2조 8000억 원이나 된다. 이는 국회의원이 정부개정안에 대하여 충분히 의견수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예산심의과정에서 국회가 2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차이를 조정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의도대로 정부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짐작된다. 이것은 명백히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이다.
3)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생략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을 개정하는 데 교육부는 한 차례의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는 등 교육단체나 시민단체의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 공청회 등을 개최하면 필연적으로 특별교부금의 존폐 여부, 규모의 적정성 등이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므로 이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4) 정부개정안에 대한 거짓 홍보 정부개정안은 현행법보다 초·중등교육에 대한 국가부담을 2조 8천억 원 이상 삭감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언론과 국회, 심지어 청와대에까지 이 법안이 향후 4년 동안 초·중등 교육예산을 1조 5000억 원 이상 증액시키는 법안이라고 홍보하였다.
지난 8월 한 일간지에 정부의 개정안이 ‘교육예산 법 고쳐 꽁꽁 묶는다’라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교육부는 국회의원들에게 그 기사가 오보인 것처럼 해명했고, 10월에는 ‘서울시교육청의 2005년 예산이 2004년에 비해 대폭 삭감되어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는 기사가 나간 후 청와대 등에서 의견을 묻자 이 또한 오보라고 해명하는 등 거짓 보고를 하기도 했다.
결국 대다수 언론과 청와대, 국회의원들은 교육단체와 시민단체의 말보다는 정부기관인 교육부의 말을 더 신뢰하여 정부개정안이 거의 수정되지 않고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거짓 홍보로 인해 초·중등교육이 황폐화된다면 교육부는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5)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문제점 정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전국교육위원협의회, 전국교장회, 교총, 전교조 등 32개 교육시민단체는 정부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20만 명의 교직원 등이 서명한 서명지를 국회에 전달하는 등 정부개정안이 국회에서 수정 없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정부개정안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2005년 정부예산안이 정부개정안에 의해 편성·제출되었고 현행법과 정부개정안에 의한 예산차이가 2조 8000억 원에 이르고, 예산을 심의하기 이전에 법개정 심의부터 마쳐야 하는 데 정부개정안이 11월 12일에야 제출되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한계 때문에 약간만 수정된 채 교육상임위에서 의결되었다.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정부개정안을 지연제출하였다면 이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국회가 너무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5. 맺는 글
교육재정을 삭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커다란 변수가 없는 한 국회에서 확정될 것이고, 향후 초·중등교육은 예산결핍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교육재정이 삭감되어서는 안 된다. 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교육투자를 확대했다. 교육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열악한 학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소규모 공사들은 중소건설업의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부족교원 충원으로 실업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는 등 교육투자 확대는 다른 어떤 경기부양책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교육은 더 이상 학부모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며, 국민에 대한 적절한 교육은 현대국가의 기본책무 중 하나다. 부족한 교육투자는 부실한 교육을 부르고, 부실한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망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