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희망을 담아온 소백산 등정

김민정 | 서울 장평중 교사·시조시인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1박2일의 연수가 있었다. 2005학년도 학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 및 토의를 위한 것이었다. 열띤 토론을 마친 다음날 산정호수 산책코스를 거쳐 광덕산에 올랐다. 응달에 눈이 약간 쌓여 있더니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있었다. 아직 서울에는 첫눈이 조금 뿌리다 만 상태여서 비로소 처음 밟아보는 눈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맑은 날씨라서 멀리 보이는 겨울산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아름다운 능선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기상관측소가 있었다. 습기가 적고 공기가 맑은 곳에 세워진 것 같았다.

문득 10여 년 전 소백산 등산이 생각났다. 구산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다. 같은 학생들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줄곧 가르쳤는데, 당시 2학년 학생들과의 추억담이다. 대학 수능일이라서 출근을 안 하고 있는데, 1학년 때 내가 담임을 했던 반 녀석들이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그 해에는 여학생반을 담임하고 있어서 여학생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집에서 반대를 하신다 하여 남학생 세 명만 데리고 소백산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 소백산 입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희방폭포가 가까운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만 주로 자라 등산을 안 해 본 아이들이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는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더구나 우리는 정상에서 점심을 직접 해 먹기 위해 물과 버너 등을 준비해 짊어지고 올라갔으므로 더욱 힘이 들었다.

연화봉을 넘고, 몇 개의 능선을 지나 마침내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하였다. 11월이었지만 산 정상이라 바람도 차고 추웠다. 힘들고 추웠지만 배가 고팠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탑 옆에 버너를 피우고 바람을 막아가며 밥을 지었다. 극도로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는 카레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우리는 잠시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한 뒤 하산을 서둘렀다. 풍기에서 6시에 출발하는 차표를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그 시간에 맞추자면 여유가 없었다. 사력을 다해 내려왔지만 풍기까지 가자면 도로를 따라 4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지혁이가 다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걸음을 빨리 걸을 수가 없으니 난감하였다. 차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게 남아 있지 않아 염려스러운 나머지 “내일 학교에 못 가면 어떡하냐”고 모범생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자주 다니지도 않는 외진 곳이라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다 살게 마련인지, 천우신조로 빈 택시 한 대를 만나 무사히 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풍기역에 도착하니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출발 시간까지는 거의 40∼50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간단히 목욕까지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자기들의 장래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하며 서울에 도착하였다. 추억의 1박 2일 여행이었다.

소백산 일기 1
-사랑하는 제자들아-

철쭉나무 낮게 깔린 능선과 능선 사이엔
안개와 구름과 건너산의 눈부신 햇살
사랑도 너와 나 사이 낮게낮게 깔리더라.

소백산 정상에서 카레가 끓는 동안
빨갛게 녹아내린 우리들의 겨울하늘
모두가 아름다워라 꿈결처럼 고와라.

투명한 건 눈부신 건 햇살뿐이 아니었어
푸른 웃음 푸른 얘기 싱그러운 너의 눈빛
또 하나 능선을 그려 놓고 오늘밤은 별로 뜨자.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썼던 시조이다. 10년이 지나 나는 늙어가고 그 제자들은 군대를 제대한 뒤 늠름한 청년이 되어 대학에 복학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금도 인연은 이어져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고마운 제자들, 그 때의 귀엽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어린다. 추억에 남을 고생도 해보고 호연지기를 길렀던 것이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랑한다. 얘들아.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