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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12개월 미숙아로 태어날까

-사회적 지능 발달에 성공한 미숙아 출산 진화 전략




4백여 년 전 출산하다 고통 속에 죽은 조선 시대 양반집 산모의 생생한 미라가 발견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파평 윤씨 묘역에서 2002년에 미라가 발견된 것이다.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이 미라의 주인공은 문정왕후의 종손녀. 부검 결과 미라의 태아는 머리가 질 입구까지 내려와 있었고 산모의 자궁은 파열된 끔찍한 상태였다. 자그마한 몸집의 이 여성은 출산의 고통 속에 아기와 함께 인생을 마감한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출산하는 여성이 없다. 하지만 옛날에는 미라가 된 ‘윤씨’처럼 죽어간 산모와 태아가 부지기수였다. 20세기 초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유아 사망률은 4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출산 과정에서 죽는 것까지 합치면 거의 절반가량이 세상에 태어나 걷지도 못하고 죽은 것이다.


출산의 고통은 커진 뇌와 좁아진 골반 때문
우리는 흔히 출산의 고통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만 동물의 출산은 사람보다 훨씬 수월하다. 고통스런 출산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인간이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두뇌가 커져 생긴 부작용이다. 인간은 두뇌가 커지면서 고도의 기술을 만들고, 추상적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을 키워 복잡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인간은 같은 몸 크기의 포유류에 비해서는 두뇌의 크기가 6배나 크며,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나 고릴라에 비해서도 3배가 크다. 인간은 머리 큰 기형적 생물체인 셈이다. 인간은 머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숲 속의 원숭이 시절에는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외진 곳에서 혼자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침팬지는 골반이 크고 아기의 머리가 작기 때문에 출산이 쉽다. 게다가 침팬지는 산도에서 빠져 나올 때 아기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로 나오므로 엄마가 자신의 두 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잡아당겨 빼낼 수 있다.

하지만 250~180만 년 전 사람(Homo) 속의 영장류인 인간이 출현해 두뇌가 급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출산의 고통은 갈수록 커졌고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줘야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어느 문화권이나 조산원이 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침팬지와 사람이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진 것은 600만 년 전. 인간은 침팬지보다 뇌의 크기가 3배나 커졌다. 사람의 아기는 큰 머리로 자궁경부를 압박해 열고 나온 뒤 머리를 옆으로 돌려 모체의 골반 뼈를 통과하므로 아기를 잡아 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자기 손으로 무리하게 잡아 빼면 척추나 목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기는 임신 9개월이 되면 골반 개구부의 산도를 통해 머리부터 나온다. 산도를 비집고 나오는 아기의 머리는 0.5∼1㎝나 찌그러질 만큼 큰 압력을 받는다.

지난 300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무려 3배나 커졌다. 반면 골반은 오히려 좁아졌다. 네 발로 걷던 원숭이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다리와 다리 사이가 좁아진 것이다. 서서 배와 히프를 지탱하려면 두 다리 사이가 점점 좁아져야 한다는 것은 간단한 물리 법칙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골반이 좁아지면서 아기가 나오는 골반의 개구부도 따라서 좁아졌다.

갈수록 커지는 뇌와 좁아지는 골반 때문에 생겨난 출산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호모속의 인류가 출현한 이래 태어난 무수한 아기가 좁은 산도를 빠져 나오면서 질식해 죽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생존 경쟁이자 자연선택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숙성한 뇌를 가진 태아만이 살아남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은 수만 세대에 걸쳐 모두 무사히 좁은 골반을 통과한 선조의 후예인 셈이다. 조상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골반 통과에 실패했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뇌 미숙아 상태에서 태어나
보통 침팬지나 포유류는 뇌가 성체 뇌 용적의 45% 정도 됐을 때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어른 뇌 용적의 25%일 때 태어난다.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어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미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1993년 침팬지와 인간의 뇌를 비교해 발표한 미국 노틀 데임 대학의 제임스 맥케나 박사는 만일 다른 동물처럼 태아가 충분히 성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온다면 임신 기간이 21개월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뱃속에서 9달, 태어나서 12달을 합쳐 21개월이 되어야 아기는 겨우 혼자서 걷기 시작하고 뇌도 어느 정도 성숙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기의 뇌는 만 한 살이 될 때까지 뱃속 태아와 똑같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가 비로소 성장이 둔화된다. 세상에 어떤 영장류도 이처럼 특이한 뇌 성장 패턴을 가진 동물은 없다. 그래서 앨런 워커와 팻 쉽맨은 1996년 <뼈의 지혜>에서 인간이 고등한 지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뇌의 75%가 출산 뒤에 크는 특이한 성장 패턴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의 어머니는 새끼의 두뇌 성장을 위해 다른 포유류보다 극도로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장기간에 걸쳐 투자해야 한다. 동물 가운데 포유류는 암컷의 양육 부담이 무겁다. 그 포유류 가운데서도 인간은 더욱 더 양육의 부담이 크다. 사실 세상의 어느 동물도 인간처럼 자식 양육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동물은 없다시피 하다.


인간은 엄마에 의해 미숙아에서도 생존
인간의 어머니는 생물학적으로 보면 극도로 미숙한 아기를 돌보게 디자인되어 있다. 엄마는 자궁과 태반 속의 따스함, 영양, 보호를 아기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다. 특히 아기에게는 엄마의 젖가슴이 제2의 자궁이다. 거기에는 엄마가 음식을 먹고 소화를 해 만든 고농도의 영양물질을 빨대처럼 빨아먹을 수 있는 젖꼭지가 달려 있다. 또 엄마의 젖가슴은 체온이 1∼2도 가량 높아 따뜻하다. 보드라운 엄마의 젖가슴은 촉감을 먹고 사는 아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감촉을 준다.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모유는 단순한 영양물질이 아니라 사회적 영양물질이다.

엄마의 젖가슴은 아기가 울고 보채면 자동적으로 젖이 나온다. 처음에 아기와 엄마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기와 엄마는 하나가 된다. 아기는 탄생 직후부터 웃으면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엄마가 웃으면 아기도 웃고 엄마가 실망하면 아기의 기분도 우울해진다. 아기와 엄마의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인간관계이다. 이때 엄마와 아기 사이에 맺어진 관계가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인간관계와 행동의 틀이 된다.

출산 전 아기는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성장한다. 하지만 탄생 뒤 아기는 엄마와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처럼 다시 한번 창조된다. 미숙아로 태어남으로써 인간의 행동은 본능보다는 교육에 의해 사회적으로 형성되도록 운명을 타고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아기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고, 혼자서 잠을 자고, 보모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는 무언가 불안한 존재가 되기 쉽다.


미숙아로 태어난 것이 뇌 발달에 결정적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은 미숙아로 진화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이 직립하면서부터다.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는 1984년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180만 년 전의 완벽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을 발견했다. ‘나리오코톰 소년’으로 불리는 이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적과 골반의 크기를 조사해 본 결과 이때부터 이미 사람은 미숙아로 태어났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숙아로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호모 에렉투스에게는 역설적으로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뇌세포가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에 어둡고 재미없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있는 것보다 1년 빨리 세상에 나와 엄마와 세상이 주는 자극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기어 다니지도 못하지만 아기는 다양한 자극을 통해 감각신경이 매우 예민하게 발달한다. 그렇게 됨으로써 호모 에렉투스는 사회적 지능이 매우 발달하게 되었고 복잡한 협동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두뇌가 커지면서 인간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이 특히 발달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상대를 속이고, 또 상대가 나를 속이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분별하고, 없는 데도 있는 척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고,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고, 상대의 심리를 읽고, 협동 행동을 유도해 복잡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직립보행으로 손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호모 에렉투스는 힘을 합쳐 사냥을 하기 시작했고, 사냥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음식도 고단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로 인해 아기들은 뇌가 한창 자랄 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받게 됐다.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한 200만 년 전쯤 최초의 돌도끼나 박편이 나오고 석기 사용이 시작된다. 100만 년 전에는 매우 우수한 공예술이 나타났다. 이 시기는 뇌의 용적이 커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미숙아로의 진화로 부부 관계도 달라져
짧은 시간 동안에 매우 빠른 속도로 뇌의 용적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진화 과정에서 이처럼 인간의 미숙아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도 현생인류보다 더 큰 머리를 갖고 있어 출산의 부작용이 훨씬 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간이 미숙아를 낳게 되고 유인원 가운데 자녀의 양육을 위한 투자가 극대화되면서 부부 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양육의 부담을 혼자서 지는 것이 어렵게 된 엄마가 아버지를 자녀 양육의 동반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식에게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동물은 일부일처제가 많다. 포유류 가운데 일부일처제는 3∼5%에 불과하다. 소나 말 같은 대부분의 포유류는 낳자마자 걸어 다니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그다지 필요 없다. 따라서 굳이 일부일처제가 필요 없다.

반면 지구상에서 사람 못지않게 자식에게 공을 많이 들이는 동물인 새는 90%가 일부일처제다. 새들은 알을 품어야 하고 또 새끼가 나오고 난 뒤에도 스스로 날 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 줘야 한다. 초기 원시인류도 처음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침팬지처럼 난교 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숙아를 낳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비록 바람을 좀 피우더라도 일단 가정을 이루면 일정 기간 동안 부부가 힘을 합쳐 미숙아를 잘 돌보는 경우에만 아기가 살아남았다. 부부가 사랑해 아기를 돌보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진화의 무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많은 부류가 성 해방을 외치고 또 포르노가 판을 치지만 우리의 몸속에는 어느 정도 일부일처제의 DNA가 있다. 이 DNA는 부부간의 사랑과 함께 아기를 키우는 기쁨을 준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아이를 기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얼마나 큰 사랑의 기쁨을 우리에게 주는지 잘 안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시간 투자 말고도 일부일처제 동물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암컷의 ‘배란 은폐’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암컷이 배란기에만 발정을 해서 성교와 임신을 한다. 하지만 사람은 예외적으로 발정기가 아닌 때도 섹스가 가능하다. 자주 섹스를 하는 게 공고한 일부일처제 가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가 바람피우기와 반드시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여성이 배란을 은폐함으로써 자녀 공동 양육의 대가로 성을 제공했고 아버지를 자녀 양육에 끌어들여 일부일처제를 정착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새나 사람은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 동물이지만 몰래 바람을 많이 피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사가 없지만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본 데 따르면, 태어나는 7명 중 1명이 아버지와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원앙도 부부간의 금실이 좋기로 유명한 새이지만 암컷 원앙이 낳는 새끼 가운데 40%가 지아비가 아닌 다른 수컷의 새끼이다. 새가 일부일처제 동물이기는 하지만 바람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바람피우는 남편과 아내가 많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부부들이 매우 많다. 그리고 이들이 이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양육이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본능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부부애만큼이나 인간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본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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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여성이 주도했다.




여성의 배란 은폐
인류는 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른 포유류 동물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문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게 아니다. 섹스 행태도 아주 독특하다. 임산과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발정기가 아닌데도 섹스를 하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이를 전문 용여로 '배란 은폐'라고 한다.

거의 모든 포유류는 암컷이 배란기가 되면 냄새를 풍기고 자극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수컷에게 자신이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을 동네방네에 알린다. 하지만 인간 여성에게는 외부로 드러나는 배란기가 없다. 배란기가 아닌데도, 다시 말해 임신을 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고 향수를 몸에 뿌린다.


'시간'에 대한 통찰
그렇다면 왜 인간 여성은 배란을 은폐하게 되었을까?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책 <<자연의 선택 : 지나 사피엔스>>의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외과 쉴레인 교수(인류학자)는 젊었을 때 의대생으로서 여성이 남성보다 15% 정도 적혈구가 적은 데 주목한다. 철 결핍의 요인은 월경이다. 여성이 월경으로 잃는 피는 평생 40리터. 출산과 수유 등으로 잃어버리는 양까지 포함한다면 56.8리터에 이른다.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의 작용에는 헤모글로빈이 핵심 역할을 하며, 그 주성분은 철이다.

다른 포유류는 월경이 없거나 아주 소량에 그친다. 여기서 질문은 시작된다. '왜 우리 종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체액을 그렇게 많이, 흥청망청 내버리도록 진화한 것일까?' 쉴레인의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지난 250만년 동안 인간의 뇌는 3배가 커졌다. 특히 1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으로 뇌가 급격한 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여성 골반이 뇌의 크기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이를 낳다 죽는 산모가 늘어났다. 출산 시 태아가 산도에 막히거나 산모가 과다출혈을 일으켜 산모와 태아 모두가 사망할 확률이 어느 생물보다 높아졌다. 고통과 죽음의 가능성을 수반하는 임신과 출산은 인류 여성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연 선택은 여성의 호르몬 사이클을 급격히 재조직화 하는 길을 택했다. 여성의 발정이 사라지고 월경은 달의 주기적인 움직임에 맞춰 일어나게 되었다. 여성은 '달'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섹스와 임신 사이에 도입했고, 이런 시간의 비법을 배우면서 고대의 여성들은 배란을 할 때에는 섹스를 거절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남자는 이런 새로운 여성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 인류 여성은 자궁이 달의 주기에 따라 피를 흘린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섹스와 임신의 함수 관계도 눈치를 챘다. 이들은 또한 큰 뇌 덕분에 다른 동물에게선 볼 수 없는 '자유의지'를 갖게 되었다. 발정기만 되면 꼼짝없이 짝짓기에 돌입하는 여타의 종과 달리 여성은 섹스를 이용하고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암컷이 된 것이다.

'현명한 여자'는 섹스의 기쁨과 9개월 뒤의 고통스럽고 위험한 분만을 통해 '시간'에 대한 결정적인 통찰을 갖게 됐다. 여성은 달의 주기에 맞춰 29.5일마다 다량의 피를 흘린 덕분에 시간의 차원을 발견한 것이다. 여성들은 섹스와 임신의 연결고리를 파악했고, 다음에는 섹스와 분만 중 사망 가능성, 그리고 섹스와 태어날 아기에 대한 평생 책임의 관계를 인식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에 대한 결정적인 통찰을 갖게 됐다. 그리고 남성에게 이 관념을 주입했다. 이로 인해 인류는 다른 동물을 앞지를 수 있는 기회들을 늘려나갔다.


여성의 짝짓기 전략
여성에게 부족한 철분은 오직 사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녹슨 쇠와 고기 덩어리가 붉은 것은 철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의 짝짓기 전략의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게 된 호모 사피엔스(남성)는 배고픔보다는 성적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하는 동물이 되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유능한 포식자가 되고 자연을 지배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인류 남성은 성교를 거부하는 여성을 설득하기 위해 언어를 발전시켰다는 가설도 제시한다. 요컨대 여성 섹슈얼리티의 변화가 인간 진화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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