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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아들'을 품고 사는 인레 호수(Inle Lake)

미얀마 중부 내륙 지방에 위치한 '인레 호수'
그 호수 위에서 호수와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 '인다족'
평범하고 단순해 보이는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이유를 알 수 있다.

글 | 박하선/사진작가·여행칼럼니스트


인다족의 특이한 삶의 터전 '인레 호수'
과거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미얀마. 오늘날 정치적 문제로 세계의 많은 나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어 '아시아의 오지(奧地)'라고 불리지만, 아직도 가는 곳마다 부처의 미소가 살아있는 금빛 찬란한 땅이다. 그 오지의 벽을 넘어 강을 건너고 또 산모퉁이를 돌다보면 접하는 것마다 먼 옛날이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친구가 되고 말기 때문에 바로 이런 곳을 가리켜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인레 호수(Inle Lake)'는 해발 1328m의 중부 내륙지방에 자리하고 있는데, 길이 22㎞, 폭 11㎞나 되는 꽤 큰 호수다. 그러나 이 호수의 매력은 단지 크고 수면이 맑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것이 있어서다. 그건 바로 이 호수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다족'이라는 원주민들의 특이한 삶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물위에 둥둥 떠있는 밭들이 있고 그곳에 농사를 짓는다면 쉽게 이해가 되겠는가? 그러나 이 인레 호수에는 오래 전부터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먼길을 마다 않고 인다족들의 그 특이한 삶을 찾아 이 호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카누와 함께 하는 인레 호수 산책
이른 아침에 카누를 타고 호수 속으로 들어간다. 아침 안개가 수면에서 연기처럼 피어나고 있다. 시계(視界)가 좋지 않지만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운치는 그만이다. 좁은 수로를 거의 빠져 나왔나 싶을 때다. 앞쪽 물안개 속에서 갑자기 카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엔진 소리도 요란하게 줄을 지어 이쪽 수로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공격대 같기도 하지만, 인레 호수를 찾아준 이방인을 위해 준비된 환영행사를 하고 있는 듯도 하다. 호수 속에서 살고 있는 인다족들이 토마토를 가득 싣고 육지와의 연결 거점인 '야옹쉐'의 장터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다족들과의 첫 대면을 시작으로 인레 호수의 산책은 시작된 것이다.

어느 틈에 안개는 걷히고 호수 한가운데쯤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겠냐는 카누 운전사 '틴우'의 물음에 지도에서 찾아낸 마을 '맹타우'를 짚었다. 투명한 수면 아래로 수초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운데 카누는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이 호수 일대에는 수많은 인다족들의 마을이 산재하고 있다. 땅위에 지어진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대나무로 엉성하게 엮어놓은 수상가옥들이다. 맹타우에서는 수상가옥의 학생들이 카누를 타고 인근 육지에 있는 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다. 수상가옥에서는 집밖으로 한발자국만 옮기려고 해도 카누 없이는 안되기 때문에 집집마다 이렇게 노를 젓는 카누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손으로 노를 젓는 것에 반해 이 사람들은 카누 제일 뒤쪽 끝에 서서 한 발로 노를 휘감고 그 발 힘으로 노를 젓는 것이 아주 특이하다.

자연 환경을 이용한 호수 위의 밭
이곳 인다족들은 호수 위에서 살지만 거의가 농사를 짓고 있으며 5%만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육지에 농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모두가 이 호수의 특징인 물위에 떠있는 밭을 일구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 독특한 농사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수면 아래의 수초들을 걷어올려 서로 엉키게 해서 밭이랑처럼 길다랗게 물위에 띄워 논 다음, 물결에 떠밀려 가지 않도록 양끝에 대나무 말뚝을 박아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위에 호수 밑바닥의 뻘을 퍼 올려놓으면 물기가 빠진 뒤 어엿한 밭이 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은 밭을 만들 수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이 밭이랑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랑 몇 개만을 서로 사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수경재배나 다름없기 때문에 절대 가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밭에는 주로 토마토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얀마 최고의 토마토 생산량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중국, 태국, 인도 등으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낯설지만 포근한 인다족들의 삶
수상 마을 인다족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온몸에 호수 물을 덮어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기 때문에 춥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들도 춥다고 한다. 인다족의 '인다'라는 말이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인 걸로 봐서 이것은 어쩌면 조상 대대로 그들을 품어온 이 인레 호수가 그들의 분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늘 가까이 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카누를 몰고 모두 일터로 나간다. 토마토를 싣고 장터로, 밭으로, 또 어부는 호수 한가운데로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한 어부의 카누를 따라가 봤다. 카누의 맨 뒤에 서서 한 발로 노를 저어가면서 잔잔한 수면을 살펴나간다. 물고기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소리개를 연상케 한다. 갑자기 어부의 손길이 바빠졌다. 수면 위로 물고기가 숨쉬며 내뿜는 기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기포가 올라온 자리에 어부는 '썽'이라는 원추형 모양의 커다란 어구를 내리 꽂았다. 그리고는 길다랗고 끝이 예리한 꼬챙이로 그 속을 연거푸 쑤셔댄다. 처음부처 운이 좋았던지 꽤 큰 붕어 한 마리가 잡혔다. 어부는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또 다시 노를 저어간다. 시작이 좋았으니 오늘은 꽤 많은 고기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서….

어망을 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이 호수에는 수초가 많고 수심이 2~3m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고기잡이가 아직껏 보편적이다. 일터에 나가지 않는 여인네들은 거의가 집에서 담배말이 부업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여인네들의 부업이 아니라 주업일지도 모른다. 업자가 일감을 가져다주면 하루 종일 앉아서 담뱃가루를 이파리에 직접 말아 '살롯'이라는 미얀마 담배를 만드는데, 열심히 하면 하루에 천 개피를 만다고 한다. 이때 받는 삯이야 우리 돈 가치로 환산하면 형편없는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꽤 생활에 보탬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어느 마을에서 한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땅위에서 살지 않고 물위에 집을 짓고 사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묻자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물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도 물위에서 사는 것이 좋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대답한다. 너무도 순진하고 단순한 대답을 듣고 나니 물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질 뿐이다. 그 젊은이의 말에 의하면, 그들 조상은 13세기에 남쪽 태국 국경 부근에서 두 형제가 이곳으로 이주해 온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자식들을 많이 낳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수가 많이 늘어서 300여 개의 마을들을 이루고 있으며, 많은 가정에 그 두 분의 상을 모셔두고 부처님 이상으로 떠받들고 있다고 한다.

마치 축제 같은 인레의 5일장
이 인레 호수에 와서 또 하나 빼놓지 않고 봐야 할 것은 '이와마'라는 수상마을에서 5일마다 열리는 수상시장이다. 그 날도 새벽부터 서둘렀다. 수상시장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정오 무렵이면 파장되기 때문이다. 카누로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한 수상시장에는 벌써부터 100여 척이 넘어 보이는 카누들이 온갖 물품들을 싣고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관광객들이 몰고 온 카누들도 그 혼잡에 한 몫을 하고 있었지만. 들어갈 틈이 없을 것 같아도 이리 밀고 저리 밀면서 잘도 왕래한다. 자고로 사람 몰리는데 구경거리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다족들의 화려한 색상이 물위에서 펼쳐지는 이와마의 장날을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인다족의 삶의 터전인 인레 호수의 사진은 새교육 10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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