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시구에 나오는 소쩍새. '소쩍, 소쩍' 우는 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구슬프다. 소쩍새는 눈이 주황색이고 입 속이 핏빛처럼 붉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새가 피를 토하고 죽을 때까지 구슬프게 운다고 생각했다.
땅거미가 지면 먹이사냥 시작 올빼미과에 속하는 야행성 조류인 소쩍새(천연기념물 324호)는 우리나라에 소쩍새, 큰소쩍새 2종이 번식한다. 크기는 각각 19cm, 22cm정도로 크게 차이 나지 않으나, 큰 소쩍새는 다리에도 털이 나 있다. 소쩍새는 눈동자가 노란 빛깔이라면 큰소쩍새는 붉은 빛을 띤다. 소쩍새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지만 큰소쩍새는 작은 새와 쥐도 잡아먹는다. 깃털 색은 갈색형과 적색형이 있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각각 접동새, 큰접동새라고 한다.
4∼5월 우리나라에 찾아와 농가 주변 고목나무에서 번식하는 소쩍새는 3∼5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24∼25일 품으면 부화된다. 육추(育雛) 기간은 약 3∼4주 정도로 낮에 암컷은 둥지 안, 수컷은 둥지 밖 주변에서 새끼들을 보호하고 있다가 땅거미가 지면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잡아다 준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어미들은 하루 밤에 약 15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 둥지에 들어온다. 특히 초저녁에는 한 낮 동안 굶은 새끼들에게 쉴 틈 없이 먹이를 공급하다가 밤 12시가 넘은 심야가 되면 먹이를 잡아오는 간격이 길어진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교육 부모의 따듯한 사랑을 받아온 새끼들은 3주 째가 되면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한다. 나무 구멍 속 깊은 곳에서 생활하던 녀석들이 수시로 구멍 밖의 세상구경을 한다. 어미가 먹이를 잡아오기 전에 머리를 구멍 밖으로 내밀고 기다리며 먹이를 먼저 받아먹으려고 형제들간의 심한 몸싸움을 한다. 이때 호기심 많거나 다소 성질이 급한 녀석이 먼저 둥지 밖으로 활강한다. 아직도 잿빛 솜털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새끼가 둥지 밖으로 뛰어 내릴 때는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인간의 잣대에서 보면 실족해 보이는 새끼를 둥지 속으로 다시 넣어주고 싶지만, 냉정한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 어미들은 강한 자식을 선호하고 강자만이 자연에서 독립할 수 있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시기가 되면 어미는 먹이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둥지 밖에서 먹이를 가지고 새끼들에게 둥지에서 나오도록 유인한다. 모든 맹금류가 그렇듯 새끼들이 소극적이면 먹이를 물고 둥지에 접근했다가 건네주지 않고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면 새끼들은 하나 둘씩 밖으로 따라 나오게 된다. 둥지에서 이소(離巢)한 새끼들은 곧바로 독립생활을 하지 못한다. 둥지 밖에서 어미를 따라 다니며 단계적으로 비행연습과 먹이사냥을 배우게 된다.
천적을 피하기 위한 숨죽임 옛날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에는 해마다 어김없이 따라 우는 소쩍새의 울음을 듣고(실제는 봄철 짝을 찾으려고 우는 소리이다.) 함께 슬퍼했었다. 그러나 정작,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에 소쩍새가 새끼를 쳐도 순박한 농촌인심은 모르고 지나쳤다. 새끼를 낳아 기를 때는 천적들에게 노출되지 않으려고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야행성 맹금류가 그렇듯, 소쩍새도 역회전 할 수 있는 날개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나무에 앉고 뜰 때 날갯짓 소리조차 나질 않는다. 느티나무가 놀이터인 동네 개구쟁이들의 등살만 피해가면 소쩍새는 그렇게 조용히 농촌마을에서 번식을 끝낸다.
사라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어렵던 보릿고개 철에 슬피 울던 소쩍새들도 도시화, 산업화로 사라지고 있는 농촌과 함께 이 땅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들이 서식할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가 사라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농약의 과다한 살포로 그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급속한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릿고개가 사라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한(恨)의 정서 속에 대표적인 상징동물이었던 소쩍새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주변의 환경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