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4개의 논문을 발표한 해이다. 이 해에 발표된 논문들은 물리학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00주년이 되는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이제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있는 이론이다.
'아인슈타인'하면 떠오르는 공식이 있다. E=mc². 아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질량과 에너지는 결국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이 공식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5년 독일의 물리학 연보 639페이지이다.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라는 3쪽짜리 짤막한 논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이 이 논문을 제출한 날은 1905년 9월 27일이다. 그러니까 2005년 9월 27일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수학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식이 탄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인 것이다.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개척 당시 아인슈타인의 나이는 26살에 불과했다. 이 논문은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연속해서 발표한 4개의 놀라운 논문 가운데 맨 마지막 논문이었다. 흔히 1905년을 '기적의 해'로 부르고, 100주년이 되는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로 기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원래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를 나타내는 상수인 c를 V로 표시했고, 에너지를 나타내는 E는 L로 표시했다. 또한 원래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식은 m=E/c²였다. 질량 m인 물체가 빛의 형태로 복사에너지 E를 방출한 후 물체의 질량이 E/c²만큼 감소한다는 의미였다.
여하튼 이 공식에 나타난 메시지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기 때문에 어떤 물체의 고유한 에너지는 그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질량이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것은 거대한 상수 즉 이 붙기 때문이다. 1Kg의 질량(m)이 내는 에너지가 1초에 30만 킬로미터로 날아가는 빛의 속도의 제곱에 해당하므로 무려 900억 줄(Joule)의 에너지를 갖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자신이 제안한 엄청난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라듐염을 이용해 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까지 제안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몇 년이 필요했지만, 그 후 물리학자들은 빠르게 이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열었다. 아인슈타인 이론의 신봉자였던 아서 에딩턴 경은 4개의 수소 원자와 하나의 헬륨 원자가 합쳐지면 질량 결손이 생기면서 태양이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낮에는 해, 밤에는 수많은 별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빛을 내고 있어도 어떻게 해서 저렇게 많은 에너지가 태양에서 날아 나오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물리학자들은 드디어 기본적인 의문에 답할 수 있는 이론을 갖게 됐다. 이어서 핵무기가 개발되고, 핵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오늘 날 그의 이론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수상대론의 핵심은 '시공간'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도 가히 혁명적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실타래처럼 엉킨 4차원 시공간에 살지만 시간과 공간을 별개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이 뗄 수 없는 존재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물리학에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서로 다른 실체였고, 어떤 것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간 개념이 달라진다. 시간은 공간과 한데 묶여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처럼 행동을 같이 한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따로 두지 않고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이 합쳐서 4차원의 ‘시공간’이란 개념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다. 즉 시간의 성질이 공간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다. 시간과 공간의 구별이 사라지면서 시간마저도 공간처럼 상대적이 된다. 빨리 달리는 우주선 속에서는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공간상의 거리가 관찰자의 위치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듯 관찰자에 따라 시간도 변한다. 이것이 특수상대론의 핵심이다. 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기묘한 시공간의 세계를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람이 상대성이론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원자시계를 들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이다. 10km 상공에 떠서 1시간마다 지상의 원자시계와 비교하면 비행기의 시계는 10억분의 1초, 즉 1나노초씩 빨리 간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표면은 대기권 상층부보다 시공간이 더 휘어져 있어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이다. 1나노초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대문명은 1나노초의 정확도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광케이블로 인터넷을 할 수 없고, 위치추적장치(GPS)도 부정확해진다. GPS 위성의 시계는 1백만분의 1초만 틀려도 수신기에 무려 3백m의 오차를 일으킨다. 그래서 이 위성은 10억분의 1초의 정확도를 지닌 원자시계를 탑재하고 있다.
광전효과 논문으로 노벨상 수상 아인슈타인은 191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화시킨 일방상대성이론을 발표해 그의 상대성이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 이 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관성과 중력이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그가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 때문이었다. 광전효과는 빛의 입자가 물체를 때리면 전자가 발생한다는 것으로, 오늘날 태양전지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연이어 발표한 4편의 논문은 물리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까지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에 대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혔다. 이런 상황에서 1905년 3월 아인슈타인이 빛의 '입자론'을 지지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은 광전효과도 설명할 수 있었다. 광전효과는 금속표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1905년 기적의 해를 장식한 두 번째 논문은 5월에 발표된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이었다. 이번에는 원자의 존재가 화두였다. 물 속의 조용한 꽃가루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은 원자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를 통해 원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의 비밀을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풀어냈다. 그는 작은 입자들의 충돌에 맥스웰의 기체분자이론을 적용했고, 그 입자들이 브라운이 꽃가루에서 관찰한 것과 똑같이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수식으로 보였다.
현대인의 삶 속에 필수적인 이론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는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 태양전지에 이용된다. 차량항법장치, 즉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는 상대성이론이 이용된다. 차량항법장치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24개의 GPS위성에 의존해 위치를 알려준다. 이 위성은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를 갖고 있지만 시속 1만4000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시간이 느려진다. 만일 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를 감안하지 않으면 차량항법장치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광전 효과는 빛 알갱이, 즉 광자가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튕겨 나가는 현상이다. 디지털 카메라 안에는 전하결합소자(CCD)라는 부품이 들어 있다. 이 부품은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종의 광(빛)센서다. 400만 화소라면 400만 개의 광센서가 CCD에 붙어 있다. CCD에서는 광센서가 보낸 모든 전기 신호를 모아 사진 파일을 만든다. CCD는 디지털 캠코더, 몰래카메라, 감시카메라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CD에 담긴 음악을 재생해주는 레이저가 아인슈타인의 작품이다. 레이저는 할인점에서 바코드를 읽을 때 뿐만 아니라 DVD플레이어 등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 들이는 곳에서 널리 쓰인다. 광통신과 홀로그래피도 레이저를 이용한다. 이밖에도 레이저의 쓰임새는 많다.[PAGE BREAK]평범한 뇌 구조를 가진 천재 아인슈타인이 이루어 놓은 엄청난 업적과 그 이론의 불가사의함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오늘날 천재 중의 천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돼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전세계에 12명밖에 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실험적으로 검증된 직후인 1919년 11월 10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이론은 무척 빠른 속도로 물리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그가 1905년에 내놓은 특수상대성이론은 당시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꽤 빠른 속도로 수용됐다. 플랑크, 로렌츠, 푸앵카레, 민코프스키 같은 당대 유수 물리학자들은 특수상대성이론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난 40년 동안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아인슈타인 같은 세기의 천재의 뇌는 일반인과 무언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뇌가 성인 남성 평균치보다 70g 가볍고, 뇌의 신경세포를 받쳐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신경교세포가 더 많았을 뿐이었다. 현재 전문가들은 아인슈타인의 뇌가 크게 보면 보통 사람의 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얘기한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보통 사람들보다 특출한 뇌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의 성공은 그가 사소한 문제에 10년을 매달렸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한번 생각한 문제는 의문이 풀릴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특수상대성이론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특수상대성이론의 단초가 되는 문제를 처음 생각했던 것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빛과 관련해서는 갈릴레오의 상대성이론이 잘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성공의 비밀은 비판적인 사고방식 아인슈타인은 또한 천재형 '독불장군'이 아니었다. 그는 주변의 지적·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 자신이 궁금해하던 난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아인슈타인이 고등학교 시절 집에 머물렀던 유태인 의학도 막스 탈미, 대학에 들어가서는 친구가 된 같은 학과의 그로스만, 마리치, 그리고 기계공학을 전공하던 베소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혼한 마리치도 연인과 부인으로서 아인슈타인을 지지하고 자극했다.특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 직전인 1904년 말 아인슈타인은 다른 물리학자들과는 달리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왜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한가'라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빛'을 발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사고실험이었다. 이 때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매우 유명하다. 그는 사고실험을 할 때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바꿔서 생각했다. 전기기구 제조업 집안 출신인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기계와 친했기 때문에 추상적인 전자기장 대신 전자석을, 에테르 대신 기계적 진동을 생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성공한 것은 당시 물리학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맥스웰, 마하, 헬름홀츠, 로렌츠, 푸앵카레, 플랑크의 논문과 책을 탐독했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학설에 교조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았다. 결국 그가 특수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이론 체계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천재라기보다는 대단한 끈기의 소유자이며, 그의 이론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근처에 와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특별전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념하고 창의적인 아인슈타인을 입체적으로 해석한 전시가 서울 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고 있는 아인슈타인 특별전이다. 아인슈타인 특별전은 '기적의 해'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연구물이 쏟아져 나온 '1905년'을 집중 조명하고 이런 연구물이 나오게 된 그의 성장사를 소개한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태양전지, 차량항법장치, 레이저 등에 어떻게 해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적용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과학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조명해 상대성이론을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도록 기획한 전 세계 최초의 '아인슈타인 체험전시'이다. 1905년에 탄생한 '상대성이론',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등의 3대 과학적 성과들을 '시시각각 상대성나라', '수리수리 분자나라', '반짝반짝 빛알나라', '올록볼록 중력나라'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뿐 아니라 반전운동가, 예술가, 평화주의자, 인도주의자, 세계시민 이었던 아인슈타인에 대한 입체적 해석을 통해 과학자로서의 아인슈타인과 인간 아인슈타인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과 이스라엘 박물관 등에서 입수한 노벨상 유물, 연애편지, 학창시절의 성적표 등 유물 100여점과 특수상대성이론 논문 전문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 특별전은 국립서울과학관 특별전시장에서 열리고 있으며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되며,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einstein2005.co.kr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