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가 학교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동료 교사 또는 교장, 교감과의 관계, 수업, 승진, 잡무 등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항상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학생은 교사에게 보람을 주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골칫거리를 안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과 갈등 상황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호주에서 온 교사역할훈련(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T.E.T.) 강사 로버트 페레이라(Robert Pereira) 대표는 “학생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워서 몸에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할 훈련 트레이닝 전문 회사인 GTI 코리아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만났다.
-여러 번 초청 강연을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5년 동안 한국을 다녀갔는데 이번에는 교회 교사들을 위한 역할훈련 강의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굉장히 진보된 사회인 것 같고 한국인들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분들 같습니다. 또 어느 곳에서나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교사 출신으로 지금은 호주의 유명한 교사역할훈련(T.E.T.) 강사가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사 생활은 1973년부터 10년 정도 했습니다. 과학을 가르쳤죠. 1974년에 토마스 고든 박사가 쓴 부모역할훈련(P.E.T.) 책을 보게 됐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P.E.T. 강사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찾아가게 되었고, 토마스 고든 박사 측에서 교사 경험을 살려 교사역할훈련(T.E.T.)을 해보라고 제의해 강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T.E.T.는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150만 명 이상의 교사가 교육을 받았을 만큼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는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교사역할훈련이란 무엇이고, 교사에게 왜 필요한가요?
“교사들은 대부분 교대나 사대에서 교과 전문 지식과 그 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느냐를 배웁니다. 그렇지만 과목에 대한 전문지식이 많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관계(relationship)’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곳도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교육 시켜주지 않아요. T.E.T.는 바로 그것에 대해 교육합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죠.”
-학생과 교사의 주된 갈등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연령이 어떻든 학생들은 자기만의 아젠다(agenda)가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가지고 학교에 오죠. 학생이 기분 좋은 날에는 선생님과의 수업도 잘되지만 걱정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수업에 집중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교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을 나무라게 되죠.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상황은 더욱 심해집니다. 이럴 때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 상황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T.E.T.에서 학생과의 갈등 상황과 그에 따른 교사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신임교사로 예를 들면,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굉장히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고, 또 학생들도 새 선생님에 대한 기대에 차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업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수업을 방해하면 신임 교사는 당황하고 갈등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이 교사가 대응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우선은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을 훈계하거나 체벌 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T.E.T.에서는 ‘Method-1’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권위주의적이고 지시적인 교사들을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학생들이 그런 무서운 교사를 싫어하게 되죠. 두 번째는 갈등 상황을 해결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모르는 경우입니다. ‘Method-2’ 스타일의 교사인데 학생을 대할 때 자꾸 당황하게 되고 나중에는 교사가 학생을 싫어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교사가 이 두 경우에 해당되는데 둘 중 어느 것도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T.E.T.를 배운 교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있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죠. ‘Method-3’ 스타일인데 선생님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말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기주장을 얘기하는 것을 훈계하는 것과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바로 T.E.T.의 첫 번째 기술입니다. 또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적극적 경청’입니다. 교사가 학생의 말을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서 관계가 달라지죠. 이런 식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6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T.E.T.에서는 어느 때 효과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역할훈련을 통해 배웁니다.”
-선생님께서는 T.E.T.를 접하시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저는 원래도 권위주의적인 교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Method-3’ 스타일의 교사도 아니었죠. 학생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지만,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쪽은 아니었습니다. T.E.T.를 배우고 난 뒤에는 그 기술들을 체득해 학생들과 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게 됐습니다.”
-호주에서는 T.E.T.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교사들의 반응은 어떤 가요?
“호주에서는 주로 학교나 교육청 단위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5일 동안 총 30시간 교육인데 7200명 이상의 교사가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은 호주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5년 경험보다 5일 동안 더 많은 걸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지식을 대학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느냐’라고 하죠. 그렇지만 예비 교사들은 실제로 학생들과 부딪치고 가르쳐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공부라고 생각하고 재미없어 합니다. T.E.T.는 현직 교사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이에요. 바로 현장에서 학생과 직접 부딪혔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죠.”
-요즘 호주의 교사들은 어떤 일로 고민하고 있습니까?
“어느 나라든 교사들의 고민은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좋은 교사가 되느냐 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호주의 청소년 중 25%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 학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의 이혼 등의 가정문제나 이성문제, 그리고 요즘에는 부정적인 자아상(Self Image)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자기 외모나, 자기 모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만입니다. 이런 문제들로 파생되는 자살과 자해 등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T.E.T.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역할 훈련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책을 통해서 이미 많은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든 지식이 실제 상황에서 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죠. 컴퓨터 자판을 보지 않고 워드를 치려면 부지런히 타이핑 연습을 해야 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트레이닝을 받아 체득화 해야합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한 것이죠.” | 이상미 smlee24 @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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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교사역할훈련 프로그램)란?
T.E.T.는 교사들에게 바람직한 학생지도 방법을 알려 주고 학생과의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 훈련 프로그램이다. 부모역할훈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를 개발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토머스 고든 박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인관계 모델을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적용해 1966년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에 처음 소개되어 연수를 통해 1000여명의 교사들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