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초․중․고생 가운데 35.9%가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13.2%는 2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최근의 보도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3명중 1명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문제치고는 간단치 않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시가 지난해 9~12월 초․중․고교 19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2672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의 정신장애는 특정공포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적대적반항장애, 틱장애 순이었다. 특정공포증은 천둥․어두움․벌레 등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ADHD는 지나치게 부주의 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어른에게 사사건건 반항하는 것을 적대적반항장애라고 하며, 끊임없이 눈을 깜빡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는 것이 틱장애다.
남학생의 정신장애는 ADHD, 여학생의 정신장애는 특정공포증이 많았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인터넷을 많이 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ADHD, 적대적반항장애, 품행장애(절도․가출․결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장애), 조증(지나치게 즐거워하는 장애) 등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이 흔히 ‘골치 아픈 녀석’으로 치부(置簿)하는 그 녀석들의 ‘골치 아픈 행동’을 전문가들은 정신장애라 한다. 멀리 있는 강아지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거나, 공부를 하면서 계속 다리를 떨어대는 것도 일종의 정신장애다. 서울대병원 조수철 교수는 “ADHD에 적대적반항장애, 품행장애가 병행되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면서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가 학생들이 심각한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걱정했다.
학생들에게 많은 ADHD는 충동적․무절제․과다행동이 나타나면서 소근육 협응이 안 되고, 학습장애와 정서불안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발병 원인은 전두엽(frontal lobe) 기능상실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령기 아동의 5% 정도가 ADHD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한 반에 두 명꼴이다. 약물치료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뇌파훈련과 함께 식이요법 등의 비약물치료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ADHD를 앓고 있는 학생들은 교사가 쉽게 구분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돕고자 하면 상태가 크게 호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부터 본지에 ‘뇌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한 정신과 전문의 박형배 박사(마인드메디 원장)는 “되도록이면 교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게 하고 수업 중에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ADHD 학생들이 증가하는 만큼 교사들의 역할도 커지게 됐다.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한두 명의 골치 아픈 아이, 바로 치료가 필요한 아이다. 가장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보는 교사들의 관심과 사랑이 1차적인 치료가 될 것이다. |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