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사대 윤리교육과 85학번인 선배 K씨의 꿈은 당연히 선생님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키워온 선생님의 꿈을 아직까지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임용대기 상태로 발령을 기다리던 그는, 1990년 ‘국립 사범대 졸업자 우선임용 위헌(違憲)’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몇 명 뽑지도 않는 임용시험에 매달릴 형편이 못된 그에게 그야말로 험난한 인생살이가 시작됐다.
가족들 볼 면목은 둘째 치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학원 강사, 학습지 선생님 등을 전전했다. 작은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같은 처지의 남편과 결혼해 아이 낳고, 이럭저럭 살다보니 어릴 적 꿈은 그야말로 박제된 꿈이 돼 버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 란에 ‘선생님’을 적으며 좋은 선생님을 다짐했지만 이제는 정말 그 꿈을 접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정부가 국립 사범대 미임용자에게 교대 특별편입을 허용한 것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3학년에 편입한 그는 대학 새내기가 된 기분으로, 그토록 꿈꾸던 선생님에 한 발 다가선 기쁨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교대의 수업 분위기는 일반 대학과 달라, 대충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다. 자연 생활은 남편의 몫이 됐다.
틈틈이 돕던 학원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은 시부모님이 맡았다. 그러기를 1년, 그의 꿈에 다시 암운이 드리웠다. 임용시험에서 교대 특별편입생만 별도의 정원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교대생과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선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K씨를 비롯한 전국의 특별편입생 500여명은 수업을 거부한 채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교육부가 2004년 1월 국립 사범대 졸업자 중 교원미임용자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06, 2007년에 각각 500명의 미발령 중등교원 특별정원을 확보했는데 교대 특별편입생만 별도 정원 없이 공개 경쟁하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개경쟁인 것을 알고 편입했는데 지금 와서 특별정원과 별도 시험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수업거부는 장기화되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대 측은 특별편입생에게 특혜가 될 수 있는 어떤 계획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정부종합청사 후문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위를 하는 K씨는 많이 지쳐보였다. 중견교사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K씨의 힘겨운 삶은 우리 교육계의 쓸쓸한 단면이다. 그는 “잘못된 교원정책이 나의 꿈을 앗아갔다”고 원망했다.
어느덧 2006년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한 K씨를 보며 꿈을 이룬 선생님들을 생각한다. 선생님들이여~. 이미 이룬 꿈에는 꿈이 없는가, 이미 이룬 꿈에 더 큰 꿈을 보태고 싶지는 않은가. /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