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빚어진 반일 캠페인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11일 한일 양국의 현장교사들이 참여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한국교총과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한·일평화교재실천교류회'가 그것이다. 금년 2월 일교조의 초청으로 동경을 방문한 한국교총측에 일교조측이 제안한 이후 10개월 정도의 실무협의와 준비과정을 거쳐 11일∼13일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된다.
일교조는 이에 앞서 8월 중국 북경에서 '교육과학문화위생공회'와 같은 취지의 교류회를 가졌다. 일본측에서는 초·중·고 교사들이 일본의 가해사실을 발굴하여 교재화해 수업실천을 하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고, 중국측에서는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에 반대하고, 중일 우호와 세계 평화를 옹호한다', '일본군의 중국침략의 역사와 사실을 충분히 인식시킨다'는 교육목표와 교과서의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교과서 기술문제는 뿌리깊이 내재되어온 자국중심의 역사인식과 이념적인 입장이 맞물려 있어 쉽게 해소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각국의 교육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교원단체들이 이 같은 움직임은 여론형성과정 등에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견과 쟁점을 해소해 나가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거시적인 틀에서 볼 때 일본교과서 문제는 그 동안 가해, 반성과 국교회복, 반성의 포기 또다시 가해의 패턴을 반복해 온 것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1982년에 이어 2001년도에 또다시 쟁점화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응 우려할 수준의 일본사회내의 보수화·우경화 분위기를 교과서정책에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교류회가 자국중심의 편협된 역사해석과 기술에서 탈피해 국가간의 신뢰와 선린관계를 유지·발전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추진되기를 바란다.
첫째, 교류회는 초·중·고별 역사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한반도침략과 식민지 시대에 대한 한·일 양국의 교육과정과 내용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지나치게 자국의 입장에서 기술되어 있는 교과서 부분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효과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학교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사교재와 다양한 수업(보조)자료에 대한 수집·교환과 향후 이의 정례화를 통해 양국의 역사교육에 대한 실상을 주기적으로 점검해보는 방안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여진다.
셋째, 교류회의 결과 드러난 양국의 역사 교과서상의 문제점을 종합하여 학계의 검증과정 등을 거쳐 양국의 교과서의 편찬 또는 검정당국에 그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며, 양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평화역사교재제작위원회의 도입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학생들의 역사적 능력과 판단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책무이며, 특히 7차 교육과정에 보다 더 요구되고 있는 교사의 재량상황을 감안해 한일관계사에 대한 바람직한 교재 혹은 수업방법을 발굴, 활용함으로써 올바른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지도력의 발휘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