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장애아도 찾는 함·울·터 만들고 싶다”
유치원 특수반, 온돌 시설을 갖춘 장애 아동을 위한 생활체험적응실, 특수교육 종일반, 특수교육 보조원 지원, 장애아동을 위한 방과 후 교실…. 장애아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조건을 갖춘 학교가 있다. 경기도내 최고의 장애아 학습시설을 갖춘 남양주 진건초(교장 박명숙)가 바로 그곳. 진건초가 통합교육의 산실이 된 것은 특수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온 이 학교 황승택 교감의 노력이 있었다.
“아이를 위한 마음은 어떤 교사나 같습니다”
“일반 교사라고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 똑같이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죠.”
황 교감이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86년도에 3년 동안 특수학급을 맡으면서. “전공분야도 아니어서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에게 ‘졌다’고 손을 들었죠. 장애아동은 자기 나름의 목표가 있어서 시도해보지 않고 ‘이거 이상은 못해요’라고 선을 긋죠. 그런 아이들을 달래서 한발 더 나아가게 해야 하는데 저는 아이들과의 기 싸움에서 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헌신적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황 교감은 2005년 3월 진건초에 부임하면서 그때 아쉬웠던 일들을 실천해나갔다. 학교 뒤쪽에 있던 특수반을 양지바른 본관 1층 교실로 이전했고, 교실 두 개를 터서 장애학생들이 편리하도록 온돌을 설치했으며 화장실을 교실 안으로 들여왔다. 또 교실 중앙에 교사의 자리를 배치해 아이들을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나 둘씩 생각했던 바를 행동에 옮기면서 장애아동들만을 위한 치료·놀이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난 4월 13일 개관한 생활적응 체험실 ‘함·울·터’는 황 교감이 1년여의 노력 끝에 이루어 낸 것이다. ‘함께 어울려 희망을 가꾸는 터전’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자신 있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는데 학교가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울·터는 구리·남양주 교육청이 86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설립됐다. 장애학생들에게 다양한 치료교육과 생활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공 암벽 타기, 전면의 거울을 이용한 신체 놀이, 음악·미술 치료를 통한 감각 표현, 이불개기, 빨래 등의 일상 생활체험, 의생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진건초의 장애아동은 모두 16명(저학년 8명, 고학년 8명). 평소에는 각 학급에서 다른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주지 교과 시간에 특수학급에서 수업 받거나 함·울·터에서 생활한다.
특수교사 - 담임 간의 긴밀한 협의가 중요해일반 교사인 황 교감의 눈에 비친 통합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처음 학교의 시스템을 보니 장애학생들이 원적학급에서 한 달 동안 적응 교육을 받더라고요. 특수학급 교사는 아이를 보내면 그만이고, 원적학급 교사는 갑자기 맡게 된 아이 때문에 당황하고, 아이는 한 달 동안 불편한 원적학급에서 기가 다 죽죠. 선생님들께 물었습니다.‘선생님이 먼저 아이에게 적응하는 게 맞는 순서 아닌가요?’하고요.”
''함·울·터''에서 신체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그는 장애 아동의 누적자료를 만들게 했다. 이 아이의 증상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습적으로는 어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상세히 적은 자료다. 진건초에서 이 자료는 통합·원적학급 교사는 물론이고 장애아동을 돕는 ‘또래 도우미’ 학생까지 숙지해야 하는 내용이다. 그런 후 자료를 토대로 특수학급에 원적학급 교사와 특수학급 교사가 모여 회의를 열게 했다.
“누적자료를 만듦으로써 교사가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게 됐고, 특수교사와의 협의를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죠. 그러다 보니 더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아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 밖에도 진건초 장애아동들은 누구나 컵스카웃, 걸스카웃, 해양소년단, 우주소년단 등의 청소년 단체에 가입해 이들과 함께 다양한 사회 활동을 체험하고 있다.
“처음에는 담당 선생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단체의 본래 목적이 봉사와 나눔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 아니냐고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지금은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다 함께 운동회를 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황 교감은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학교도 못다닐 만큼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근의 학생들도 함·울·터를 체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 학생들도 함·울·터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학교, 친구들을 체험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