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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공책’으로 인성교육 하는 오인숙 교장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이때 남다른 인성 교육법으로 주목받는 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76명인 작은 학교, 인천 영화초가 바로 그곳. 이 학교에 지난 9월 부임한 오인숙 교장(55)의 독특한 교육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학부모의 감성은 아이들과 직결

오 교장의 차별화된 교육법은 ‘학부모의 감성 끌어안기’.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가정을 다독이고 자극하는 것이다. 그는 “가정교육이 중요한데도 요즘은 잘 안 되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문화적인 여건들을 살펴보면 가정만을 탓할 수 없는 문제지요. 영화초에서 부모와의 교감이나 부모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와 학습 능력에 부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오 교장은 ‘사랑 가득한 영화가족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자극하고 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 ‘엄마, 아빠와 뽀뽀하기’, ‘부모님과 산책하기’, ‘가족과 함께 책 읽기’ 등의 숙제가 적힌 ‘사랑의 달력’을 만들었고, 가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아빠들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거꾸로 아빠를 칭찬하는 ‘거꾸로 감사편지 쓰기’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은 것은 ‘엄마의 공책’이다. 이 공책은 오 교장이 교사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적용한 것. 매주 금요일 담임교사가 감동적인 짧은 글을 공책에 붙여 각 가정으로 보내면, 학부모들이 읽은 후의 느낌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림 등으로 자유롭게 공책을 채워 학교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학교에 대한 신뢰 다져주는 엄마의 공책
처음에는 교사도 학부모도 일기를 주고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일기를 주고받는 날이 되면 설렌다”고 할 정도로 정착됐다.
오 교장은 “요즘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부모의 마음이 가난해지면 아이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줄 수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학교와 감성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면 아이들도 자극을 받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고 신뢰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부모와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엄마와 선생님 사이의 전달자가 된다는 것에 아이들은 기뻐한다.

한미란 교사는 “귀찮은 숙제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짧은 글귀에 힘을 얻었다는 글도 있었고,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 일상에 대한 이야기, 그림까지 정성스럽게 그려 보내주시기도 해서 뜻밖이었죠. 기대하지 않았는데 사연을 접하고 보니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오 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내 자녀 바로 알기’, ‘자녀와의 상담기법’ 등 부모 자질 함양을 위한 다양한 강좌도 열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을 좌우하는 곳은 가정입니다. 좋은 가정을 이루고 훌륭한 자녀를 기르기 위해서는 특히 부모에게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성교육에도 과학적인 방법 필요해
영화초에서는 전교생이 성격검사인 에니어그램(enneagram), 적성검사인 다중지능이론 검사, 선호도 검사인 NLP 선호검사 등 총 5개 이상의 심리검사를 받고, 교사는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개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인교육을 외치는 학교교육에서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심리 문제나 상처를 다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인성교육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학적인 인성 검증이나 성격 맞춤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인데, 다양한 심리검사를 활용한다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어요.”

남달리 특성화된 인성교육을 강조한 오 교장은 심리학, 교육학 관련 저서와 감성 교재를 40권 넘게 집필한 교육심리 전문가. 서울 우촌초에서 25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가 교장까지 지내고 영화초에 부임했다. 영화초에 부임할 당시 서울의 큰 학교에서 교장직을 제의받았지만 작지만 유서 깊은 학교를 살리고 싶어 영화초를 선택했다. 영화초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학으로 하상훈, 이길용, 김활란 씨 등 역사적인 인물을 배출한 학교다.

앞으로 오 교장의 목표는 학부모 심리상담센터를 만드는 것. “아이들의 교육이 잘되려면 ‘행복한 가정’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부모의 감성이나 내적 경험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부모들이 다양한 심리검사를 받고 아이와 함께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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