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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육 특성 아는 영어교사 양성이 중요하다

우리 영어교육이 고비용 저효율인 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한두 가지만 집중 해결한다고 해서 전체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초등영어교육을 담당하게 될 교육대학의 초등영어 담당교사의 양성체제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우리나라 초등영어교육이 ‘저비용 고효율’의 영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공교육 강화를 임기 중 추진할 핵심 정책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로 수업하는 교원의 확충, 영어과 교육과정 개편, 영어 친화적 환경 구축 등이다. 이중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2만 3000명에 달하는 영어전용교사의 투입 계획이라 할 것이다. 초등학교에 1만 명, 중·고등학교에 1만 3000명 투입 계획이라는 영어전용교사는 영어수업을 전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Teaching English in English) 교사로서, 현재의 영어교사 양성과 연수 제도의 틀 밖에서 수혈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책의 밑바닥에는 먼저 실제적 영어 사용능력이 생기게 하려면, 영어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교수방법적 원칙에 대한 인식과,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영어교사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정치적 조급함이 함께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비용 저효율의 영어교육 현실
이러한 특단의 정책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급속히 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영어 교육계가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영역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 영어 공교육계에 어떤 충격적 자극을 주려는 의지가 깔려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우리 영어교육이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 어느 한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전체가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특히 2만 3000명의 영어전용교사를 기존의 영어교사 양성 및 연수의 틀 밖에서 들여온다는 정책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런 임시방편적 해결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초등영어교육을 담당하게 될 교육대학교의 초등영어 담당교사의 양성체제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우리나라 초등영어교육이 ‘저비용 고효율’의 영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하나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
 
먼저, 영어교사 전문성을 구성하는 요건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영어교사는 영어를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영어교사는 ‘영어 사용자’여야 한다. 수업시간에 영어를 사용해서 가르칠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 외에도 영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영어구사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영어교사는 영어를 잘 가르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즉, 학생의 특성에 대해서, 또 학습 내용을 가르치기에 가장 적합한 교수방법의 원리와 그 적용 방법, 절차 등을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즉, ‘영어교수법 통달자’여야 한다. 영어를 잘 가르치는 방법은 학생이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서 나온다. 이것은 학생의 성격이나 특성, 학습방법 등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영어교사는 또한 영어 자체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영어지식 소유자’여야 한다. 즉, 영어의 발음, 어휘, 문법, 담화 등에 관한 영어의 언어적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것을 필요한 때에 학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영어교사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보다 쉽게 만들어 주고, 교육내용과 학생의 개인적 수준차를 잘 고려하여, 학생의 학습 과정과 학생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습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요약하면, 영어교사의 전문성은 무엇보다 영어를 잘 가르치는 방법을 잘 아는데서 나온다. 영어를 잘 가르치려면, 우선 교사 자신이 영어를 잘 해야 하고, 잘 가르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영어를 학생들이 잘 알아듣도록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고, 또 학생의 학습을 잘 조정해 줄줄 알아야 한다.

‘초등영어 담당교사’만의 특성 이해해야
초등영어 담당교사는 중등학교 영어교사와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 이 글에서 ‘초등영어교사’라 칭하지 않고, ‘초등영어 담당교사’라고 칭하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초등영어 담당교사의 전문성은 우선 신체적, 정의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이 초기 단계에 있는 초등학생들의 아동 특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서는 ‘학급 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급 담임제란 교사가 한 학급의 담임을 맡아서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초등교육의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치는 체제로서, 어린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매일 매일 지켜보면서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인간교육에 역점을 둔 체제이다. 즉, 초등교육은 ‘인간의 본질적인 바탕을 형성하는 교육 체계’(이병진 1992)로서, 학생이 현대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을 두루 갖추도록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민 기본교육이고 보통교육이다. 그래서 초등교사는 교육과정에 규정되어 있는 10여 개 교과를 모두 가르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초등영어는 이러한 전체 초등교육의 한 부분으로서, 초등교육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초등영어 교육과정은 초등영어교육이 ‘인간교육’에 중점을 둔 전체 초등교육의 한 부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그 목표와 내용, 방법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런 이유로 초등영어교육의 목표를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한다거나, 기초적인 의사소통능력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등의 좀 소극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영어교육이 공식적으로 시행되고 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인간교육보다는 영어 전문교육의 관점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바라보는 경향이 우세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초등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온 것이 볼 수 있는데, 그 결과 우리의 초등영어교육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학부모나 사회 일반에서 기대하는 방향에는 상당히 큰 괴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역 간, 개인 간의 영어격차(English Divide)가 심화되고, 사교육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됨으로써, 심각한 정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 정부에 와서는 기존의 굳어진 교사 양성·연수 시스템 밖에서, 정규의 교사교육을 받지 아니한 사람들도 영어만 잘 한다면 교수방법에 관한 기본 연수만 단기간 시켜서 학교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런 정책은 매우 임시방편적이고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등영어 담당교사 양성 체제 개선 방향
사실, 이러한 임시방편적 단기 교원정책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영어교육계가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교원은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가지 않으면 현대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게 된다. 지금 이 당대에 요청되는 영어 교사의 자질은 무엇보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능력’이다. 영어 사용자, 영어 교수법 통달자로서 영어 수업능력을 갖춘 교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영어 수업을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은 크게 요구받지 않았었다. 그래서 영어교사 양성 체제도 과거의 관행적 양성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진행해 오고 있었다. 최근에 와서 여러 가지 변화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에는 변화의 폭이 아주 미약한 편에 속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앞으로의 사회에서 영어 담당 교사는 수업하는 영어로 진행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양성 단계에서부터 사회에서 요구되는 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5년 임기의 정권적 차원에서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 교육대학의 전 교육과정 재검토
이를 위한 대책으로서, 초등영어 담당교사의 양성을 맡고 있는 교육대학의 교사양성 체제를 근본적으로 분석하여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주기적으로 개정을 해야 한다. 초등영어교육이 전체 초등교육의 한 부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초등영어교육에 관련된 프로그램의 수를 일정 부분 늘이거나 그 내용을 일부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교육대학의 초등교사 양성교육은 10여개의 교과를 모두 가르치도록 되어있고, 각 교과마다 전문 과목이 다수 설정되어 있으며, 그 과목마다 시간 편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4년 동안 이수해야 할 학점의 수는 총량적으로 140여 학점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현재 초등영어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해서 그냥 학점수를 늘이거나, 혹은 다른 과목을 빼고 대신 영어 관련 과목을 더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교원 양성기관의 교육과정 전체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하여,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목적의 달성에 최적한 초등교사가 되는 데 필요한 과목이 무엇인지, 또 어느 정도의 시간 배당을 해야 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분석하고 개정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 작업은 극심한 학과 이기주의에 직면하게 될 것인데, 이 학과 이기주의는 한편으론 필요한 면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개혁에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나. 영어과 심화과정 이수 학점의 증대
교육대학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사범대학의 전공과정의 개념과는 다른 ‘심화과정’이 운영된다. 즉, 재학생은 소수의 학점으로 되어 있는 모든 교과목을 다 이수해야 하고, 그와 더불어 자신이 선택하는 특정 과목을 심화과정으로 선택하여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영어과 심화과정의 총 이수학점은 평균 20학점 내외로서 전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약하고 부족하다. 영어과 심화과정 소속 학생은 이 20학점과 교양과목으로 이수하게 되어 있는 6학점 내외의 교양영어를 이수하는 것이 영어 관련 학점 이수의 전부가 된다.

먼저, 이 심화과정의 학점수를 대폭 늘이고, 교육의 내용도 영어수업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학점수를 대폭 늘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작업에 속한다. 교육의 내용을 영어수업능력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 바꾸는 것 역시 대학에 소속된 전공교수들의 전공 영역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또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교육대학에 적어도 5명 이상 확보되어 있는 영어 원어민 교수들을 팀티칭 형식으로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교육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의 방법은 학술적 이론의 전달이 아니라, 즉 선이론 후 실습(theory and practice)의 방식이 아니라, 교육의 실제에서 이론이 도출(theory out of practice)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 학생의 자발적 자기 훈련 강화 장치의 마련
학교의 정규 수업은 그 수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규 수업 시간에 영어 사용능력이나 영어수업 능력을 충분히 갖추게 하기에는 항상 모자란다. 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은 학생이 수업 후에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고 자료를 얻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영어 사용능력과 영어 수업능력은 피아노 실기나 미술 실기와 같이 수업시간 이외에 상당한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훈련을 해야 획득이 가능한 분야이다. 그래서 정규 수업 후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자기훈련을 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발적 자기훈련의 동기는 어떤 혜택이 있는 유인책(인센티브)이 있어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장치로는, 학교현장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영어수업능력인증제’를 실시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영어구사능력과 영어수업능력을 정규수업시간 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개발하여, 일정한 인증평가를 통과하면 영어수업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증해 주고, 그 인증을 받은 교사들이 초등영어 수업을 담당하도록 한다면, 교사훈련을 받지 않은 외부인사의 유입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국 10개 교육대학에서는 매년 거의 500명 정도의 초등영어 심화과정 이수자가 배출되어 나온다. 이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수업능력을 공인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적어도 2500명 정도의 자격 있고 능력 있는 초등영어 담당교사가 전국적으로 배출되어 나올 것이다. 또한, 영어과 심화과정에 편입생을 늘여서 배치한다면 배출되어 나오는 초등영어 담당교사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또 현직 교사에게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영어수업능력인증 연수를 실시하고, 영어수업능력인증제를 실시한다면,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영어교사의 수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대학 졸업 예정자에게는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영어졸업능력 인증제를 실시한다면, 초등학교 영어담당 교사의 영어구사 능력과 영어 수업능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의 좀 더 강력한 의지와 지원으로 현재의 초등교사 양성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하여 내부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현 정부에서 추진하려 하고 있는 영어전용교사의 외부수혈보다는, ‘교육’의 목적과 비전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결과적으로 영어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되고, 또 사회적인 갈등과 부작용, 낭비를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영어라는 과목의 성격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고,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수단이 목적을 대체해서는 안 되겠지만, 수단이 좋아야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교사는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중요한 동인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초등영어 담당교사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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