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대입시 자료는 나이스로 작성해 대학에 CD로 제공한다는 게 교육부의 지침이다. 교육부는 6월 3일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9개 고교가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황우여 의원의 조사 결과는 무너진 교육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전교조 서울지부는 고3 학생부 자료를 나이스로 작성 않는 35개 고교의 명단과 서명교사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해당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항의가 예상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못한 탓인지 아직까지 별다른 항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형 일정이 다가올수록 교장·교감과 나이스를 거부하는 교사들의 속은 불안감으로 타 들어가고 있다. 서울의 K고교 교감은 16일 "오늘도 고3은 나이스로 작성하라는 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와, 3학년 담임교사들에게 주지를 시켰다"고 했다. 그래도 15개 3학년 학급 중 6개 학급 담임이 나이스 입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스를 거부하는 교사의 불안감도 관리직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나이스를 거부한 서울의 I고 모 교사는 "교육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이스를 거부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뭐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위 두 학교 모두 행정명령인 교육부의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 같지는 않다. I고 교사는 "3월초에 고3은 CS로 한다는 학교의 결정이 유효하다. 나이스를 거부한다는 공식적인 접근은 없었다", K고 교감은 "학교의 방침은 나이스로 한다는 것이지만, 전교조 교사 6명이 나이스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I고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공문을 읽어주며, 나이스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지침을 따르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대답해, 교장의 지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함을 드러냈다.
나이스 혼선으로 인해 교사들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교는 나이스 입력을 거부하는 고3담임의 작업을 교장의 명을 받은 다른 교사들이 대신하고 있다. 1학기 성적표 출력을 앞두고, 교장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진다"는 거부교사들의 각서를 받고, 이와 같이 나이스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2학기 수시모집에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막상 나이스를 거부하는 교사들은 대신하는 교사들을 "교장에 아부하는 교사"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을 당하는 교사는 "대신 일을 해주고도 매도당하는 요즘, 교직이 환멸스럽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