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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걸친 여우와 고슴도치의 논쟁

20세기 초 시작 된 경제학의 양대 거두인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 70년대까지는 케인즈의 이론이 세계경제를 이끌었지만, 이후 레이건과 대처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크게 힘을 얻으면서 하이에크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오면서 이들의 논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케인즈  “이리 떼의 자유가 양 떼에게는 죽음을 뜻하듯 경제적 자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무제한적 경쟁은 승자의 탐욕과 패자의 굶주림으로 양극화될 뿐이다.”
 이 말은 자칫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케인즈는 공산주의가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던 당시에도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대표적인 경제학자입니다. 다만, 그는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인간의 축재욕은 제한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그가 자본주의를 통해 ‘선한 삶’을 실현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친교와 사랑, 미의 추구, 지성의 훈련, 경제적 안정이 필요한데, 시장이 조장하는 배금주의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므로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한 삶’의 추구에 필요한 경제적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제와 같은 사회적 안정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1차 대전 후 독일에 대한 배상금 요구 문제에 있어서도 독일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짧은 설명으로 케인즈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제학자 5명이 논쟁을 벌이면 그 중 2명은 케인즈의 이론을 놓고 서로 싸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그였으니까요. “장기란 현재의 사태에 대한 잘못된 지침이다. 장기에는 결국 우리 모두 죽는다”라는 케인즈의 말이 시시각각 변하는 그에게 딱 알맞아 보입니다.

하이에크 “자연적으로 발생한 시장에 대한 통제는 인간을 노예의 길로 몰고 갈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시조라는 하이에크의 이론은 IMF 이후 우리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론일 것입니다. 작은 정부, FTA, 구조조정, 개방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되는 것들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하이에크입니다.
 하이에크는 국가의 통제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인 통제보다는 시장과 법에 의해 사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하이에크의 생각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합니다. 완전하지 못한 이성을 통한 인위적 조작이 전체주의나 사회주의를 만들어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에크는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나온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고전적 자유주의를 훼손한다면서 다수결 민주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물론, 다수결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자체는 아니지만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많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비춰 보았을 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1900년대 이후 세계의 경제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공황으로 자유방임사상이 흔들리자 케인즈주의(뉴딜정책)가 대세를 잡고, 정부 실패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작은정부를 내세운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다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케인즈주의가 부활하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의 운명이 참 얄궂어 보입니다. 하이에크는 자신과 케인즈를 각각 ‘오직 한 가지 큰 사실만 아는 고슴도치’와 ‘많은 것을 아는 여우’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이 여우와 고슴도치의 싸움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요? 신자유주의에 앞장서던 정치가나 학자들이 별 스스럼없이 ‘뉴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이런 구분이 무의미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기나긴 논쟁에서 누가 우세해지느냐에 따라 선생님께서 내시는 세금이나 0.1%가 아쉬운 은행 이자, 고용 안정성 등에 작지 않은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 우리에게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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