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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틀 마련의 그날이 빨리 오기를

교원의 잡무 경감…. 이는 벌써 수십 년째 일선 학교에서 회자되어오고 있는 말이다. 워낙 많이 듣고 또 겪고 오고 있던 터라 이제는 거의 별 반응도 없고 신선한 충격도 없는 그런 얘기인지도 모른다. “백번 말해 봐야 뭐 되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놀라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안에서, 개인적으로, 푸념 삼아 뱉어보던 잡무 경감과 관련된 말들이 최근들어 제도적 차원으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확대되고 법제화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시대적인 인식에 즈음하여 본고에서는 교원에게 주어진 많은 잡무의 실태와 그 원인들, 그리고 그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봄으로써 작금의 시대적인 과제인 ‘교원 잡무 경감 제도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자 한다.

다른 곳에는 모두 있는 행정업무 전담, 학교에는 없어
교원 잡무에 대해 사람들은 때로 도대체 무슨 업무가 그렇게 많다는 것일까 의문스러워 하기도 한다. 교원의 잡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물론 복잡하고 미묘한 부분이 있지만 다음과 같이 간단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일선 관공서에는 전출/전입, 장학금, 지원금, 봉사활동 등에 전담부서가 있다. 대학에서는 총무처를 이외에 교무처, 학생처가 있어 수강신청, 각종 증명서, 성적, 등록, 자퇴, 취업 등의 모든 고유의 업무를 처리한다. 거기에서 교육을 지원하는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물론 수평비교는 어렵겠지만, 대학의 교수들은 잡무에 빠지지는 않는다. 일반 기업체, 은행, 사회봉사 단체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담 직원이 그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에서는 어떨까? 학교란 조직체는 고유 업무인 교육과 연구 이외에도 그 조직이 굴러가기 위한 기능적 지원 장치를 필요로 한다. 학교 행정실에서 하고 있는 지극히 사무적이고 하드웨어적인 기능을 제외하고는 학생과 관련되는 대다수 업무들을 교사들이 처리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대학의 교무과, 학생처, 학사지원과의 대부분 업무를 학교의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 방과후학교부 등의 지원 인력들, 곧 교사들이 다 맡아서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업무에 쫓기다 보면, 자조적으로 교사의 정의를 ‘잠시 시간을 내 수업을 하는, 약간의 전공과목 지식을 갖춘 행정 사무원’ 정도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을 그저, 숭엄한 교육적 사명감이 부족한, 사도가 흔들리는, 뒤틀린 의식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저변에 흐르는 심층적인 고뇌를 밝혀내는 코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심층적 의미를 디코딩(Decoding)하는 것이 시대적 현자의 몫이 아닐까?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잡무의 실태를 제시해 보겠다.
첫째, 수업, 성적, 전학, 장학금 등을 담당하는 교무부 소속 교사들의 일을 보자. 연가, 조퇴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매일 출장이 발생해, 수업계 교사는 시간표를 조정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의 반을 차지한다. 20명에서 100여 명까지 되는 시간표를 매일 조정해 최소한 교육활동에 무리 없도록 맞추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내일 오후 수업을 모두 빼야 하는 출장 공문이 오늘 퇴근 시점에 도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경우 교사는 야근하거나 서류를 싸들고 와서 작업해 아침에 바로 공지해야 한다. 시험시간표와 감독시간표를 작성할 때, 학기 초 시간표를 재구성할 때면 거의 초죽음이다. 이 작업을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을까? 행정 사무원이? 행정실 직원이? 보조교사가? 교사는 솔직히 자신을 사무원이라고 간주하고 싶은 때가 있다. 약간의 교양을 갖춘 기능직 사무원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교육과 연구에 직접 관계없는 행정적인 기능만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사실 학교의 사안 모든 것이 교육과 무관한 것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냉철한 논리의 기반 위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잡무의 종류도, 양도 다양하고 예측불허
또한, 교과서 담당자의 업무를 보자. 학기 초에 각 반마다 교과서 권수를 파악한다. 40명×10권×30개의 반이라고 가상해 보자. 1만 2000권이다. 이 숫자를 조사하고 통계 내고, 대금을 계산하고, 책을 수령해 배부해야 한다. 교과서 회사에서 빈 교실에 책을 산더미처럼 넣어 주는 것까지는 해준다. 그다음부터가 교사의 몫이다. 작업복을 제대로 입고 책을 모둠별로 모으고 이동시켜야 한다. 좋은 협상 조건(?)을 내걸어 도와 달라 부탁한 아이들이 말이라도 잘 안 듣는 날에는 그대로 교사가 막노동을 해야 하고 때로는 몸살이 나기도 한다.
원어민 담당교사의 일도 살펴보자.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로, 해당 외국어(영어가 많음) 원어민 관리교사는 원어민이 도착할 때부터 출국하는 날까지 그야말로 충실한 집사노릇을 한다. 도마, 칼, 숟가락, 젓가락 구입부터 시작해 등록, 주거, 공과금 계산까지 다 해 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복지 서비스도 관리교사의 몫이다. 이 행정 업무는 더없이 예측불허이며 허를 찌른다.
환경부 쪽의 일도 보자. 왠지 환경부에 소속되면 이제 ‘몸으로 때워야 할 시점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환경부의 사무적 환경조성 관리는 ‘고급스러운 일’(?)에 속한다. 연초가 되면 청소도구를 수거하고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아이들이 잘하면 다행이지만, 집안 정리 못 하는 아이들이 청소도구를 잘 수거, 수령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약 30개 반에 각각 청소도구 10종류씩을 수거하고 투입하는 작업을 한다. 때때로 교사가 직접 몸으로 때우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교사 몇 명이 며칠 걸려 그 작업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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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사 기간에 절정 이루는 제각각 자료 요청
10월경 국정감사 기간이 다가오면 각종 보고 요청이 쇄도한다. 원어민 사업의 실태, 계획, 운영보고, 등의 유사한 요청이 각종 기관으로부터 날아온다. 때로는 3년 동안의 축적된 기록까지 요청한다.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에서, 일선 교육청에서, 도교육청에서, 시의회 의원이, 도의원이, 빈번히 국회의원들이(한꺼번에 여러사람이 따로따로) 요청한다. 더욱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은 제출 시한도 임박하게, 그것도 유사한 사안인데 보고 양식은 가지가지 전혀 통일성이 없다. 이미 몇 번이나 자료를 보고했건만 하나는 엑셀로, 하나는 전자업무시스템으로, 다른 하나는 한글 파일로 보고하란다. 그 많은 전자화된 자료는 어디에 보관되어 있을까? IT 선진국에서 참으로 제도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푸념이 저절로 나온다. 지난해 필자도 한꺼번에 5개의 ‘실태 보고 요청’을 받아 정작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수업시간에는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있다. 뭔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도 행정요원의 느낌이 들게 하는 업무는 많다. 대부분 통계를 내는 작업과 보고 서류작성업무가 그렇다. 명찰 값을 거두고, 보충수업 숫자와 대금 액수를 조사, 계산을 하고, 식사 회수 통계를 내고, 재학 증명서를 발행하고, 졸업실태, 진학실태, 취업실태를 조사하고, 학교의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적 영역을 망라하는 갖가지 보고공문 작업에 매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행정 사무원’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몰려드는 잡무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수업
이제, 학교 교사의 잡무가 많은 이유를 분석해 볼 차례이다. 이것은 교사란 신분의 특수성에 관련된 유의미한 논의가 되리라 생각한다. 분명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사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부분이다.
첫째, 교사의 업무에 있어, 완전한 행정업무와 교육업무를 구분하기가 몹시 어려운 것은 ‘잡무의 교육활동 연계 개연성’ 때문이라 할 것이다. 교사의 수업시간 조정을 ‘행정보조원’이 주도적으로,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청소지도를 단순한 지시와 안내 역할만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솔선적인 시범이 자주 ‘전문적인 기능 수행자’로 전이되는 수가 많다는 것은 의미 있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교사가 상대하는 대상이 미성년자인 초 • 중 • 고 학생들이므로 학생들과 관련되지 않는 순수한 단순한 행정업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장학금 관련 보고에는 학생 이해의 주체인 교사가 직접 개입해야 하며, 졸업, 취업, 증명서 발급에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교사가 처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업무의 적합성으로 이어진다는 전제는 부정하기 어려운 면이다. 미성년 학생들에 대한 객관적, 인과적, 사무적 행정의 적용이란 것은 애초부터 성립하기가 어려운 전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것이 알지만 좌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일반인들에게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교무행정과 교육활동의 일원화’라고 하는 ‘전통적 전인교육에 대한 관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모든 것을 전인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통합적, 종합적, 일원론적으로 보는 ‘동양적 원형적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교사는 모든 역할에 있어 학생들을 전인적으로 지도하고,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덕목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고, 또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이 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직능, 사무직능, 사무적 처리 등의 개념이 교육집단 구성원에게는 좀 어색한 면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사무적 행정적 처리가 아직 왠지 좀 나선 것도 사실이다. 해결책을 논하는 글에서 이상과 같은 생각은 해결하기 힘든 한계를 다시 한 번 제시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꼭 짚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세밀한 美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벤치마킹 필요해
이제, 최선은 못되지만, 차선으로서라도 ‘주어진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며 본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행 교육법 23조 2항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및 교육행정기관의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좀 더 보완하는 것이다. 전술했듯이, ‘공문서의 중복 혹은 형식적이라고 보이는 보고요청’은 전자화는 되어 있지만, 표준화 및, 체계적인 보관, 저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고가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DB 구축의 제도화는 긴급한 과제라고 본다. 예를 들어 ‘…업무’를 전문화하고, 표준화하며, 전자화하여 DB화한다’라고 명시하면 어떨까? 이는 보고업무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세밀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여기에 집적된 자료가 DB로 보관되어서 주 교과부와 지역교육청이 통계를 관리 • 생산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잡다한 통계자료 보고 공문이 교원에게 전달되지 않은 상태로 처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빨리 벤치마킹할 제도라고 본다.
다음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정부의 획기적 교육예산 지원으로 일반 행정에 필요한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영국은 2003년에 정부, 학교, 교원노조가 협정을 체결해 기술지원, 시설, 행정, 건물 관리 등을 지원인력의 직무로 규정, 교원이 행정•사무적 일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전문적, 제도적인 교무행정보조인력 채용 늘려야
OECD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교사 지원 인력상황은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교사지원인력 수는 미국과 프랑스의 1/2의 수준이며, 교원 잡무 경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문지원직인력의 경우 한국은 프랑스의 1/25, 미국의 1/9, 일본의 1/5 수준에 불과한 실정임을 보여주고 있다(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자료).
현재의 14학급 이하에 배치되는 교무보조인력의 운영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조원제도가 열악한 신분보장으로 인해, 단순 급사-비서의 역할, 단순 잡무, 심부름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그 개선책 역시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적 • 제도적인 인력채용-미래교사역할 체득-잉여인력 활용 극대화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14학급 이하에만 교무교조를 두는 제한적이고 지엽적인 처방이 아니라,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교무행정을 위한 인력 채용과 그 제도마련에 국가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제도적인 교무행정 전담부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까지 나온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교무행정과 교육-연구 활동의 통합운영의 한계성과 문제점을 알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교무행정을 교육활동과 분리시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이로써 교무행정에 좀 더 제도적인 구축이 필요하고, 동시에 교육활동에 종사하는 교사는 교육과 연구에 치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하에서는 경쟁력 있는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이 교육 효과 최우선 방향에 맞추어, 가시적 학습효과를 창출하는 ‘사교육시장’의 ‘감추어진 손’에 위협받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소규모이지만, 대학의 학사지원팀과 같은 부서가 일선 초 • 중 • 고 학교에 배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교사가 ‘보다 멋진, 작품 같은 수업’을 하며 아이 사랑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교원잡무 경감에 대한 입법화가 빨리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보다 가까운 곳에 눈을 돌린다면, 따뜻한 사랑이 좀 가려진 것 같지만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에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지자체와 행정당국의 과감한 지원으로 교무행정 전담부서가 빨리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솔직하게 말하자면 교육과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교육자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교육자의 시대’가 당대에 와주기를 겸연쩍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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