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터져 나오는 좋지 않은 소식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지만, 아직 우리의 삶은 비교적 평온해 보입니다. 물론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도 삶을 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이웃이 있지만 막상 내 일이 아니면 아주 극소수의 예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르몽드 티플로마티크에서 만든 <르몽드 세계사>라는 책을 펼치는 순간 이러한 생각은 180도 바뀝니다. 사회과 부도를 연상하게 하는 이 책을 펼치면 세상을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또 그런 판단의 첫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는 이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히려 평온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 소수인 셈이죠.
오래된 역사가 아닌 오늘의 세계사 이 책은 ‘세계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역사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과거인 2000년 전후부터 오늘의 세계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스쳐 듣기라도 했을 법한 것들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아왔던 것일 뿐입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우리나라를 주제로 다룬 섹션이 없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아시아의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아시아에 할당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를 주제로 다룬 부분이 없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한반도가 주제가 되긴 했지만 주인공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핵과 기아를 중심으로 한 북한입니다. 아직도 서구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는 중심국이 아닌 주변국가인가 봅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우리나라와 관련한 자료를 보면 부쩍 성장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상위권인 인간계발지수라든가 우리나라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중국 • 인도와 별 차이가 없는 GDP나 해외직접투자액은 가슴 한 구석을 뿌듯하게 해줍니다. 한편, 사회문제를 다룰 때 교육 문제를 빼놓기란 쉽지 않은데 교육에 관한 섹션이 매우 적다는 것도 약간 의외입니다. ‘교육을 희생시키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교육문제라기 보다는 ‘소득불평등에 따른 후진국과 저소득 계층의 문맹률’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또한 경제문제나 지역갈등, 문화, 여성문제를 이야기할 때 부분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교육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차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마저도 건강이나 식량문제에 밀려 아주 작은 분량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직 이 세상은 생존의 문제가 시급한 사람이 많고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나 봅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먹고 입는데 아낌이 없고,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 더 어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 ‘우리가 해결해야할 전 지구적 이유와 쟁점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세상의 많은 문제점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보면, 다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고 몇 년 안에 피할 수 없는 재앙에 부딪힐 것 같은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도표와 주요현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 수능이나 논술의 보조교재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제가 독자 여러분이 얻었으면 하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보조교재로서의 효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세계여행도 일반화되었고,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아직 우리가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책 <르몽드 세계사>를 통해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은 어떻고 또 자신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의외의 곳에서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