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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역사 교육 바로 해야 한·일 관계 열린다"

교총·일교조 평화교재 실천 교류회


역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초중고 교사들이 일제 강점기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사상 첫 교류를 가졌다.

양국 교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을 식민지화했던 시대에 관하여 한국과 일본은 어떠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지난 11일∼13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평화 교재 실천 교류회'에서 한·일 교사들은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발행한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왜곡을 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교류회를 주최한 한국교총과 일교조는 "자국중심의 역사관에서 탈피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교육을 해야한다"며 "상호 교류의 폭을 넓혀 양국간의 역사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류회에서 한국 측 교사들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교훈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교육 실정에서 일제 강점기에 관한 교사 개인의 역사해석과 가치가 수업에 반영돼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될 수 있음을 설명했으며, 학생들의 다양한 역사 인식을 위해 1종 교과서의 점진적인 변화의 필요와 자유발행체제로의 방향 수정도 검토돼야 한다는 안이 거론됐다.

일본 교사들은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사…모임)이 편찬한 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를 우려했으며, 재일 한국인의 인권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다양한 역사 부교재의 활용 등 일제침략 행위에 대한 올바른 역사교육 노력과 사례들을 소개했다.

■초등
△리포트=민윤 교사(부천 상일초)는 3.1 운동과 일제탄압 부분을 가르치는 L교사(22년차), P교사(20년차), K교사(3년차)의 수업 참관 사례 중심으로 발표했다.

민 교사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일제에 의한 탄압 내용이 줄고, 독립운동사에 대한 서술이 증가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한 수업의 가능성을 열었음에도 경력교사인 L, P 교사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투영하고 주로 일제 탄압을 강조하는 등 교훈적인 역사 수업 방식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불행했던 과거의 문제는 여전히 초등학교 교실에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민 교사는 따라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료를 통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관련된 역사의 재조명을 전제한 후 교사들은 역사수업에서 선입견 혹은 편견을 배제하고 역사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의=구로사와 노부아키(黑澤 惟昭·야마나시카쿠인 대학 공동연구자)는 "일본은 사회과 내 역사가 포함돼 있는데 한국은 어떤가"라고 묻자 민 교사는 "시민성·국민의식의 형성에 역사가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사회과 내 역사가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 조상제 교장(서울 도곡중)은 "기본 원칙은 사회과 교육에 통합되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 국사교육은 별도의 수업, 교과서로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리포트=도쿠나리 코류(德成 晃隆·후코오카시립 가타카스 초) 교사는 후쿠오카 시내 모든 학교에서 교과서와 함께 병행해 수업되고 있는 인권독본 부교재 '누쿠모리'에 대해 소개했다. 이 부교재는 후쿠오카 시내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의 증언으로 작성된 것으로, 초등학교 6학년 근·현대
수업에서 실천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누쿠모리'는 한국인 강제 연행, 강제노동의 역사와 재일(在日) 한국인 역사를 다룬 '조국에…'와 전후 일본에 정주 하면서 글자를 배울 기회를 빼앗겨온 조선인 1세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 재일 한국인의 어려운 생활상과 일본사회의 차별구조를 담은 '배우는 것이 산다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보다 일본이 조선에 저지른 일은 몇 배 심하다. 모든 것을 빼앗긴 채 고생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며 "학생들에게 역사적인 사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질의=이동원 교사(경기 가평초)는 "인권독본이 후쿠오카시 교육청의 예산으로 개발됐다고 하는데 교사가 요구하는 대로 상시지원 되는 지와 교재개발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도쿠나리 코류 교사는 "교직원조합이 교육위에 요구하는 사항 중에 인권독본 문제가 포함돼 있다. 교사, 교육위원, 대학교수 등이 편집위원으로 구성돼 교재를 개발한 후 한 학기 수업테스트를 거쳐 수업에 적용한다"며 "교재 사용 후 학생들의 변화 모습 등을 설명해 교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새역사…모임'이 교과서를 자체 제작해 학교에 기증하고 있어 더욱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
△리포트=조은경 교사(전주 근영중)는 강의식 수업방법 외에 인터넷, 영상매체, 등 멀티미디어 사용, 창작활동, 현장체험, 직접 체험한 어른들의 체험기 듣기 등을 활용한 식민지 시대에 관한 다양한 교육 방법을 소개했다.

특히 조교사는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관(日本觀)을 조사해 일교조 교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중학생들의 경우 일본에 대한 인식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더불어 사는 세계인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며 "미래지향적, 세계 속의 양국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교과서는 자국만 미화하고 합리화하는 면이 강해 점진적으로 자유발행체체로의 방향 수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조 교사가 중 3학생 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식민지·독립운동 및 미래 한일관계에 관해 설문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느낌에 13%만이 '좋다'고 답했지만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78%가 '서로 돕는 관계'라고 답했다.

△질의=이다치 히로유키 나라 교조 집행위원은 "설문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지만 앞으로 서로 도와가야 한다는 결과는 일본측에서 자료로 진지하게 검토해 교육에 적용해야할 문제"라며 "설문조사에 따르면 역사적 사실을 알면 알수록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는데 그렇더라도 사실에 입각한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에선 어떤 교육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은경 교사는 "일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역사교육을 하는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고민해야할 문제"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장학습과 일본과의 교류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포트=토미타 마유미(富田 眞由美·토쿠시마현 토쿠마시립 토쿠시마 중) 교사는 "정부관계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정부는 전후 보상 해결이 끝났다며 과거 아시아 침략의 역사, 종군위안부 문제, 남경대학살 등에 대한 많은 사실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정부 자세는 교육에도 적지 않게 반영돼 자유주의 사관 역사교과서 출현, 단일 민족 국가론의 횡행, 2000년도 역사 교과서에 종군위안부 문제 기술 삭제로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독자적으로 인권학습노트(92년), '21세기 재일 한국인을 둘러싼 상황'(2003년)이라는 교재를 편성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학습노트'에서는 "한국에게 고난의 역사를 강요한 인물의 지폐(이토 히로부미, 후쿠자와 유키치)를 보수로 받아 사용하는 재일 한국인의 현실을 알게 하고, 청일 전쟁에서 한국병합에 이르는 일본의 움직임이 한국 민중 생활을 압박하고 민중이 저항해 나가는 과정을 정리해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확인시킨다"고 말했다.

또 나가사키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조선인 피폭자협의회장을 만난 사례를 소개하며 "아이들이 나가사키에서 죽은 사람들은 일본인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한 소감을 담은 문집 '전쟁, 두 번 다시는 일으키지 않겠다'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질의=조상제 교장은 "일본 지폐의 사진에서 이토히로부미, 후쿠자와 유기치는 일본에서는 근대화를 이끈 사람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한국 강점의 장본인들이다. 이런 역사적으로 민감한 부분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토미타 마유미 교사는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했다는 사실도 일교조의 요구로 최근 교과서에 첨부된 사항"이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민주탄압을 한 지배자였다는 내용을 문서자료를 통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장은 "평화교재에서도 한국에서는 듣기 거북한 역사 용어들이 등장하는 데 이는 용어사용에 따라 역사인식이 달라지는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국병합'이라든지 일제강점기가 36년으로 돼 있는 것은 정정이 필요하고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양국 입장차를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
△리포트=박성기 교사(경기 하남고)는 "청소년들에게 일본의 존재는 전근대로부터의 원수, 미움의 존재에서 현실에서의 동반자, 친한 상대로 인식해야하는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과 내용들, 특히 근 현대의 내용들은 바람직한 미래를 담보하는 내용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의 근현대사 서술에 대해 좀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 일제 식민지 시대의 피해의식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야 진정한 발전을 위한 비판,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일본에 대한 편견해소와 무관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교류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의=나가이 슌사쿠(永井 俊策·후쿠오카 시립 다카미아 중) 교사는 "과거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알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너무 전면에 내세우다보면 학생들이 '일본은 정말 나쁜 나라'라는 인상을 강하게 가지기 쉽기 때문에 고대, 중세부터 이어져온 조선과 일본의 교류 부분도 소중히 하며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과거 역사 사실은 사실대로 가르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느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고민해야 할 것"라고 말했다. 또 "전쟁폭력의 시대의 비중을 줄이고 나머지를 강조한다면 우익과 통하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어디에 선을 긋는 지는 양심에 맡겨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리포트=고등학교 리포터로 나선 토미이 쿄지(富井 恭二·오사카후리츠 히가시요도가와 고) 교사는 "대입학센터시험(한국의 수능시험)을 비롯한 입시에서 근·현대사 부분의 출제가 늘고 있어 명문고교 일수록 근·현대사를 신중히 가르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에서 문제가 된 '일본군위안부', '강제연행', '창씨개명'등의 사실은 대부분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기술 돼 있고 많은 학교에서 '그림설명'과 '사료집'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우익에 의한 '자학사관'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서 수업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며 "담당 교사의 역사관과 수업기술의 문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학교는 '새 역사…모임'의 입장과는 동떨어진 시점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으며 '올바른 역사 인식'의 관점 뿐 아니라 한 가지 핵심주제 기술로 학생들에게 역사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일본사는 '새 역사…모임' 등이 강조하는 '민족'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내용이어서는 안 되며 실증적인 역사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객관적으로 고찰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정영순 교수(한국 정신문화 연구원)는 "입시로 인해 교과서가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텐데 교과서 외에도 부교재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부교재의 구성과 수업에서 어떤 비중으로 활용되는지"와 "한반도 분단은 일본 식민지의 잔해로서 동북아 평화사에 있어 중요한 과제인데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통일에 관련된 교육을 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토미이 쿄지 교사는 "교사들간에 네트워크가 구성돼 부교재를 서로 활용하고 있으며 부교재의 경우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자료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음악실천에는 '파랑새' '선구자' 등 저항운동이 표현된 노래들을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보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대답하며 "통일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시간 안에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토미타 마유미 교사는 "양심적인 교사들이 근·현대사 교과서 자료보다는 자신이 편성한 부교재를 많이 사용한다. 이로 인해 다만 30∼40명의 아이들이라도 역사를 바꾸나갈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류회는 지난해 12월 일교조 측에서 "한·일 교류사와 역사인식에 대한 토론과 함께 수업 활동 자료를 교환하는 한·일 교원 정례회의 갖자"고 제의해와 이루어 진 것으로 일교조 측에서는 "내년에는 일본에서 제 2회 평화교재 교류회를 갖자"고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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