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수업을 이루는 3가지 요소를 들자면 교사, 학생 그리고 역사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중 우리가 현안으로서의 독도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가장 앞세운다. 아마도 일국(一國)의 역사교과서는 그 특징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공적인 증거로서 이슈로 삼기 가장 쉬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면, 그들이 어떻게 독도에 대해 교육하고 교육받는지 일본의 교육 현장까지도 연구해야 한다.
10여 년 전 일본 유학 중의 일이다. 일본을 좀 더 경험해보려는 욕심에 한 편의점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한 일본인 남학생과 심한 논쟁에 휩싸였다. 수학을 전공했던 그 친구는 내가 역사를 전공하고 있으니 독도가 누구의 땅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고 나는 내가 아는 온갖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 독도가 한국의 땅임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 친구가 여러 사료의 예까지 들어가며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우리는 몰려오는 손님도 잊은 채 논쟁에 논쟁을 거듭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이 친구가 독도에 대해 얻은 지식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중 ·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수업 덕분이었다. 그 논쟁이 있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독도 문제는 여전히 양국의 첨예한 역사, 정치, 영토, 외교, 교육 등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시마네현에 속해 있는 다케시마가 한국 정부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다’고 기술하거나 지도 상에 점이나 경계선으로 독도가 일본 영해에 포함된 섬인 것처럼 묘사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5종에 대해 합격을 통지했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의 신청단계에서는 독도 옆에 선이 그어져 있지 않았으나 이 날 심의회에서 ‘국경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독도가 일본 영역임이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 상태에서 심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2011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새로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를 배우게 된다. 일본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지리와 영토에 대해 배우는 시기가 바로 5학년인 만큼 역사 · 지리 인식의 선행지식을 왜곡된 사실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2008년 7월 중학교 사회교과서 ‘신 학습지도요령해설서’와 2009년 12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도 독도 영유권을 명기해 한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한 바 있다. 다시 10년 전 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편의점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배웠던 역사교과서는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교과서가 아니었다. 즉, 그 학생이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지 않은 교과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학생은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해주는가. 역사 수업을 이루는 3가지 요소를 들자면 교사, 학생 그리고 역사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중 우리가 현안으로서의 독도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가장 앞세운다. 아마도 일국(一國)의 역사교과서는 그 특징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공적인 증거로서 이슈로 삼기 가장 쉬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사례는 우리가 독도 문제 표기에 대한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단순히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역사교육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육에서 감정적이고, 비본질적인 해결책은 늘 그 지속성이 떨어진다. 이제 우리는 역사수업을 이루는 다른 두 가지 요소, 즉 교사와 학생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 역사수업의 중심을 이루는 역사교사가 교과서 내용을 자신의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학생들이 이해하는 수업의 과정에서 독도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이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역사교과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역사학자, 역사교사 및 시민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한 예로 한 · 일 양국의 역사교사들이 모여 5년여에 걸친 연구와 모임 끝에 공동부교재를 출간하기도 했다. 역사교사들은 이러한 교재의 도움을 받으며, 한 · 일 간 역사시각의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부교재의 출간은 21세기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역사분쟁을 종식시키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확고한 역사관을 정립시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둔다면,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공동 부교재의 활용방법 연구, 역사교사 및 역사수업의 활발한 교류 등 현실적인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