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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이야기(하)

플라세보 효과, 귀순이
5학년을 지도했던 어느 해 가을, 학교 연례행사의 하나로 경기도 산골에 있는 K수련원에 갔다. 교통도 불편한데다 근방에 목장이 있어서 낮이면 파리가 떼지어 모여들고 밤이면 모기가 들끓어 잠을 잘 수 없는 곳이었다. 식사 시간에는 연신 한 손을 저어서 파리를 쫓아야 간신히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밤에는 10평 남짓한 방에서 30여 명이 엉겨 붙어 자야 했다. 이곳은 수련원이 아니라 난민 수용소나 다름이 없었다. 모기를 쫓는다고 계속 살충제를 뿌려서 아이들은 거기에 취해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연수 내용도 교육적인 건 하나도 없었다. 교관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막 제대를 한 사회 초년생들로 지도사자격증도 없고 경험도 일천한데다 아이디어도 모자라서 고작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는 것이 저질 TV 오락프로그램을 흉내 내거나 극기 훈련을 한답시고 군대식 포복을 시키거나 마구 달리고 구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약 화재가 났다면 엄청난 대형 사고가 났을 것이다. 보안 요원도 없는 후미진 숲 속에 무방비로 아이들만 재웠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었다. 제법 이름 있는 곳을 놔두고 교장 선생님이 하필이면 위생이나 생활시설도 엉망이고 교육 내용도 열악한 이곳으로 수련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시던 뜻은 내가 교장이 되고서야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귀순이가 열이 나고 입술이 뒤집히고 온몸이 군데군데 골프 공 만큼씩 부어올랐다. 두드러기라고 했다. 학교에서 가지고 온 비상약은 벌레에 물리면 발라주는 연고에다 흔한 소화제 뿐이었다. 다른 방도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소화제를 들고 귀순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두드러기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것밖에 달리 치료방법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귀순이의 귀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순아, 많이 아프지.”
내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는 심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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