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제자 중에서 나는 ‘풍덩’이를 잊지 못한다. 이름은 오래전에 잊어버렸지만 그의 별명 ‘풍덩’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풍덩’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1980년대 초, 내가 서울 S국민학교에 있을 때는, 전 직원이 100명을 넘었고 한 학년이 20여 개 학급에다 한 학급이 평균 80명을 헤아렸다. 그 시절은 학년 주임만 되어도 웬만한 학교의 교장 부럽지 않았고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하루에 이름 한 번 불러주기조차 힘들었다. 출석을 부르다 보면, 20~30분도 모자랄 지경인데다 나도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창안해낸 방법이 ‘자율 출석’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출석 부르겠습니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번호순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이름을 자기가 부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1번 홍길동”, “2번 일지매”, “3번 성춘향” 식으로 부른다. 만일 2번이 결석을 하는 경우에는 3번이 “2번 일지매는 감기로 결석을 했습니다. 3번 성춘향”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그것도 진부해져 재미가 없어지자 ‘명언출석’이라는 것을 새로 만들었다. 출석을 부를 때마다 자기 번호와 이름과 함께 명언이나 명구(名句)를 곁들이는 것이다. “1번 홍길동.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하면, 이어서 “2번 일지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었다”하고, “3번 성춘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고 한다. 물론 명구명언은 아이들이 각자 찾아온 것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