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협동학습연구회
협동학습의 개념조차 낯설었던 10년 전, 협동학습 연구를 시작해 한국 실정에 맞는 협동학습 이론과 실천 사례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연구회가 있다. 바로 한국협동학습연구회(회장 김현섭)다. 2000년 서울 대림중 교사 3~5명이 모여 시작한 이 연구회는 현재 전국 모임만 13개, 격주로 열리는 정기모임에 참여하는 연구회원만 15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협동학습연구회 홈페이지(educoop.njoyschool.net)를 통해 협동학습 관련 자료와 정보를 나누는 자료회원까지 포함하면 8000여 명에 이른다.
김현섭 회장(서울 구현고 교사)는 “제대로 된 이론서 하나 없이 협동학습 연구를 시작해 외국모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다인수 학급’이라는 열악한 우리나라 교실 상황에 맞춰 협동학습 모형을 새롭게 변형하거나 개발하는 등 고민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수업모형만 150개, 20~30개만 알아도 수업이 달라진다
협동학습은 ‘또래 가르치기’를 통해 이질적인 학생들이 공통의 학습 목표에 따라 함께 학습하는 교수전략으로 조별학습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조별학습과는 달리 무임승차나 일벌레, 방해꾼, 소외 학생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김 회장은 “조별학습이 ‘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였다면 협동학습은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여서 디테일 하고 꼼꼼하게 구성돼 있어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수업 방식에 비해 체계적으로 접근해 나갈 수 있고 교과와 상관없이 다양한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수업모형만 해도 15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중에서 20~30개만 알아도 수업이 달라지고, 3~4개만 활용할 수 있어도 제대로 된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교사 중심 수업의 방식에 익숙했던 교사들이 학생 중심의, 체제가 완전히 다른 수업의 색다른 경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협동학습의 특징 때문에 협동학습연구회는 다른 연구회는 달리 초 · 중 · 고 교사들이 모두 모인 범 교과 연구회로 구성됐다. 협동학습의 교수 · 학습 방법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배우며, 각 과목별 수업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은 연구회의 교과모임을 통해 보완한다.
연구회원은 주로 학기 중에는 지역별로 모여 활동을 하는데, 현재 서울, 인천, 안산 · 수원, 광주, 대전, 논산, 공주, 부산, 울산 등 13개 지역모임이 꾸려져 있다. 지역별 정기모임에 참여해 협동학습 이론을 공부하고 각자 학교에서 실천한 협동학습 사례를 공유한다. 방학 때에는 지역을 떠나 교과별 소모임을 통해 각 교과의 수업지도안을 함께 만들고 연구한다. 중등에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등 6개 교과모임이 따로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 이런 유기적인 네트워크는 지역과 교과를 넘어 모든 연구회 교사들의 결속력을 강화한다.
기본-심화-전문 3단계의 체계적이고 까다로운 연수과정
연간 700명 이상의 교사들이 전국에서 열리는 협동학습연구회 세미나를 수료한다. 하지만 세미나를 통해 협동학습에 관심이 생겨 연구회의 문을 두드려도 쉽게 정회원이 되기는 어렵다. 단순히 협동학습의 수업기술을 배우기보다 함께 연구하고 배우는 회원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는 기본과정, 심화과정, 전문과정 3단계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데 협동학습에 관심이 있는 교사라면 협동학습 세미나를 수료해야 기본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기본과정은 협동학습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기 위한 1년간의 협동학습 개론서 스터디로 이루어지는 새내기 교육과정을 마스터해야 정식 연구회원이 된다. 이때는 별도의 멘토 교사가 새내기 교사의 협동학습 연구를 이끌어 준다.
정식 연구회원이 되면 지역모임이나 교과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1학기 이상 현장에서 실천한 교사들이 심화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문과정은 심화과정을 이수하고 1년 이상 실천하면서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러야 가능할 만큼 조건이 까다롭다. 전문과정을 수료해야 전문위원으로 위촉 되는데 이 전문위원들은 협동학습 연구회의 강사교육과 프로젝트 리더 역할 등 실질적인 연구회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단계별로 구성된 체계적인 연수과정은 통해 기존 회원들의 연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고 회원 수가 많아도 연구회를 탄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
김 회장은 “협동학습연구회가 협동학습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전문적인 교사 학습 공동체이길 바란다”면서 “단계별 연수 과정은 단순히 수업기술을 배우러 오기보다 내가 직접 연구하고 배워간다는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수 과정과 연구가 힘들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로서 성장하고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협동학습연구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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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경험해야 성공적인 협동학습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협동학습연구회 김현섭 회장
협동학습과 함께 해오신 지 10년, 그동안 쉼 없이 열정적으로 연구해온 협동학습만의 매력이 있다면.
“처음에 재미있는 수업방법이어서 시작했지만 국내에 관련 자료도 없던 시절부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하다 보니 협동학습이 경쟁 위주의 우리 교육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성적이 다른 아이들이 서로 또래 가르치기를 통해서 배움의 성장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협동학습이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교사에게도 교사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 수업을 하게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협동학습을 실천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특히 큰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수업 방법이 단 며칠의 연수로 달라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이 협동학습 수업을 하면 분명 처음에는 실패합니다. 그러나 협동학습은 그런 시행착오 없이 배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해요. 보통 수업은 ‘티칭’이지만 협동학습은 ‘러닝’이 기본입니다. 교사가 아무리 준비되어 있어도 협동학습 수업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다를 수 있죠. 그런 과정에서 교사도 아이들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실패를 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성공적인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협동학습 수업에서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협동학습이 학생중심 수업이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활동을 시키고 교사는 관찰만 하면 실패합니다. 교사가 주도하되,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모둠에 들어가 피드백 하거나 잘하는 팀은 칭찬하고 못하는 팀은 격려해서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업 과정에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협동학습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꼭 협동학습연구회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교사 혼자 협동학습을 하다보면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쉽게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많으면 지치지 않아요. 실패한 경험을 나누다 보면 문제점도 찾을 수 있고 계속 연구하게 하는 동기유발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