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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 반복 지도해 습관이 돼야 합니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스마일 스쿨’을 만들고 싶다는 교장이 있다. 웃음치료사 1급,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1급, 리더십 지도사 1급. 이렇게 준비한 자격증도 심상치 않다. 그래서 그는 교장이 된 후 ‘공부’보다도 ‘예절’이 중요한 학교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도덕 시수를 늘리고, ‘감 · 사 · 행’(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인사를 하며 교내에 마련된 스마일 존, 스마일 라인을 지날 때면 미소 짓는 연습을 하는 학교, 바로 대구 장동초다. 교육청에 근무할 때 ‘예절교육’을 대구 교육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며 웃는 이 학교 권연숙(56) 교장을 만났다. 그는 “구호로만 외치고 관념적으로만 강조하는 예절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예절교육이 성공하려면 이제 학교가 아이들이 예절을 습관화하도록 반복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념적 예절’보다 ‘실천적 예절’ 중요해

실천중심 예절 교육을 강조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실천중심’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예절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초등교육에서 계속 강조돼 왔어도 몇 십년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죠. 아이들은 점점 더 예절 바르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2007년 통계청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약 55%의 청소년들이 예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예절을 행동으로 옮기는 청소년은 4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예절교육에 대한 의미와 접근 방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절교육은 이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동초 예절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예절 바른 마음과 행동을 습관화하는 데 있습니다. 밥을 먹듯 습관적으로 몸에 배게 하는 것이죠.”

6년간 반복해 배우는 20가지의 예절 중점 요소
다른 학교의 예절 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예절교육에 대해 구체적인 지도방법을 가지고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반복해 지도하는 것입니다. ‘예절을 지켜라’, ‘예절은 이런 것이다’, ‘○○ 예절이 중요하다’는 식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예절지도는 지양합니다. 교육과정을 분석해 꼭 지켜야 하는 예절 중점 요소 20가지(학년 공통요소 3개, 학년별 지도요소 17개)1)를 추출하고, 31개의 지도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통해 어떻게 예절을 지켜야 하는지를 배우죠. 학년이 올라가면 중점 요소도 누적해서 배웁니다. 2학년에 올라가면 1학년 중점요소+2학년 중점요소를 배우는 식이죠. 이렇게 6년 동안 중점 요소를 집중적으로 반복 지도해 습관화하고 학생들은 일기처럼 자신의 예절 태도를 기록하고 되돌아보는 ‘마음의 행진’ 실천 기록장을 통해 예절 습관 의지를 다집니다.”

예절 지도 매뉴얼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지속적으로 같은 내용이 반복 교육되려면 매뉴얼이 꼭 필요했습니다. 각 매뉴얼마다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학습 단서로 구체적인 상황이 제시되어 있고 지도 단계별로 돼 있어 어떤 교사든 통일성 있고 쉽게 지도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 예화 자료뿐 아니라 수업 자료, 관련 사이트까지 자세히 소개해 매뉴얼 하나만으로 예절교육 지도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가 지도하기 쉬워야 반복지도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재량활동 시간, ‘상황중심 관계 맺기 프로그램’
실천’을 강조하신다는 말씀대로 재량활동시간에 운영하시는 ‘상황중심 관계 맺기 프로그램’도 눈에 띕니다.
“예절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모든 생활에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 강조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긍정적 사고를 위한 ‘마음 이해 프로그램’, 대화 능력 신장을 위한 ‘언어 순화 프로그램’, 인격존중을 위한 ‘인간관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죠. 프로그램 이름처럼 ‘마음이해 프로그램’의 마음조절 파트에서는 ‘내 마음속 천사와 악마에게’, ‘거울 일보 기자 되기’ 등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상대방과 자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지도합니다.”

학부모와 연계한 예절교육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반복 지도를 해도 집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희망하는 학부모에 한해 그날 배운 예절 교육 내용을 SMS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집에서는 학부모가 같은 내용을 반복 지도함으로써 한 가지라도 더 습관화하자는 것이죠. 또 예절 실천 자율 동아리 ‘예절 띠앗’도 운영하는데 학부모가 주체가 돼 3~5명의 학생과 띠앗을 이뤄 학교 밖 상황에서의 책임감 있는 예절 행동을 배웁니다. 3개의 예절 띠앗이 구성돼 활동하는데 예절교육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을 유도할 뿐 아니라 학교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죠.”

언어 순화 위한 ‘예쁜 마음 동요 도전 60곡 대회’
최근에 학생들의 언어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바른 말 사용, 언어 예절 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학생들의 언어 문제, 참 심각합니다. 언어순화도 하고 고운 심성을 기르게 하려고 ‘예쁜 마음 동요 도전 60곡 대회’를 열었습니다. 동요는 아이들이 예쁜 언어들을 접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고운 마음을 기르게 하는데 요즘은 학교에서도 동요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아 늘 안타까웠습니다. 학기 초에 동요 60곡을 선정해 노랫말을 전교생에게 나눠준 후 아침,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요를 들려줍니다. 노래방을 준비해 가사를 보지 않고 동요 60곡을 가장 많이 외워 부르는 학생에게 시상하는데 2년간 동요 60곡을 모두 외워 부르는 아이가 500명이 넘습니다. 집에서도 동요를 들으며 연습할 만큼 참여도가 높습니다.”

“이제 초등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
아이들의 학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요즘, 눈에 보이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예절 교육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교육과정 운영에서 도덕 시수를 늘리는 학교가 많지 않죠.(웃음) 저는 이제 초등 교육이 무엇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창의적인 인재, 리더를 키우려면 오히려 기본이 바로 선 교육이 필요하죠. 또 초등학교에서 시험 점수보다도 중요한 것이 자존감을 길러 주는 것입니다. 예절교육이 잘돼서 기본이 바로 된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있다면 공부는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기른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크게 효과를 볼 수 없어도 먼 훗날 우리 학교 아이들은 언제 어느 장소, 어느 일터에 가서도 밝은 미소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리더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학교를 경영하시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또 강조하시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려면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꿈’이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질과 능력을 길러주고 어떤 것을 가장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가를 학교에서 발견해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동초의 모토가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입니다. 장동초 현관에는 1050명 학생의 꿈이 펼쳐져 있습니다. 학년초에 자신의 꿈을 적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실천할지를 ‘꿈 플래너’에 기록하죠. ‘나는 교수가 된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10분 더 읽겠다’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실천 전략을 담습니다. 학년이 올라가 꿈이 바뀐다면 꿈이 바뀌는 이유를 적고 다시 꿈 플래너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꿈(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1) 학년 공통요소(바른 식사 예절, 복도 통행 예절, 표정 관리 예절), 1학년 중점 요소(바른 인사, 바른 자세), 2학년 중점 요소(바르고 고운 말 ①, 바른 옷차림), 3학년 중점 요소(화장실 사용하기, 정리․정돈하기, 약속 지키기), 4학년 중점 요소(바르고 고운 말 ②, 시간 약속 지키기, 친척 간의 예절), 5학년 중점요소(네티켓 ①, 토의․토론 예절, 도서관 사용 예절), 6학년 중점요소(네티켓 ②, 감상 예절, 감정 조절, 국가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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