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도로 운영되는 ‘학교 텃밭 가꾸기’ 활동
“○○○에 가면 수박도 있고 야콘도 있고 옥수수도 있고 가지도 있고…”
농산물 시장에 가야만 있는 이같은 농작물들을 이 학교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바로 부산운송초등학교(교장 정상배)다.
이 학교에서는 학교의 좁은 공간들을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직접 키우는 ‘흙사랑 학교 텃밭 가꾸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정 교장이 부임해 오면서 화단에 농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텃밭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텃밭 동아리를 조직해 다양한 농작물을 직접 심고 가꾸는 것이다. 특히 텃밭 동아리별로 원하는 작물을 하나씩 선택해 심도록 해 고추, 가지, 야콘, 벼, 오이, 수박, 제비콩 등 12종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 6월까지는 ‘우리 밀 푸른교정 가꾸기’사업을 통해 우리 밀을 수확하기도 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하교 전에 텃밭을 돌보며 텃밭관찰일지를 적고, 직접 농작물을 수확해 먹기도 한다.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구성해 운영하다보니 그만큼 호응도 높다. 자신이 키운 농작물에 대한 글 ·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옮겨 자랑하기도 한다.
학업과 인성을 동시에 잡아라
정 교장이 텃밭 가꾸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여 학업성취도 향상에 도움을 주고 겸손과 배려를 실천하는 인성교육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정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교육복지우선사업학교로 지정돼 있듯이 비교적 지역 여건이 열악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며 “학생들의 학업과 인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교육방법으로 식물재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학교 전교생 450명 중 150여 명은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결손가정이다. 이들의 학업신장을 위해서는 단지 공부만 시켜서 될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서 느끼기 어려운 정서적 안정감을 대신 뒷받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박정숙 교감은 “실제로 학교에서 말썽을 자주 일으키던 학생이 텃밭 가꾸기에 같이 참여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교 성적도 올라갔다”며 “학교에 넒은 공간이 별도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서는 텃밭 동아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1인 1화분 가꾸기를 통해 식물 기르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으로 지난해에는 농협이 주관한 꽃사랑 농업사랑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부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2011년도 도시농업분야 학교텃밭운영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학부모, 지역사회와 협조해 다양한 활동 운영
운송초에는 ‘운송행복나침반’이라는 학부모 교육지원팀이 있다. 5개 분과로 나눠진 학부모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과 충렬사 예절학교, 수산과학관,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등을 다녀오고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학교 내에서는 천연 샴푸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활동도 진행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바쁜 직장생활로 자칫 자녀들과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는 아버지들을 위해 ‘제1회 부자캠프’를 개최했다. 20여 가족이 모여 학교에서 1박 2일 동안 아빠와 추억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운동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같이 밥을 해 먹으면서 자녀와의 대화 방법에 대해 특강을 듣고 장기자랑, 간이 올림픽, 편지쓰기, 귀신체험 등을 했다.
한편, 운송초는 올해 학력신장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됐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성적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하기 위해 부산대와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학습컨설팅 협약을 통해 6학년 학생 20여 명을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 매주 수요일마다 학습동기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 교장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이라면 학교 선생님들이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한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텃밭가꾸기 등 정서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