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마감하면서 우리 사회를 뒤흔든 학교폭력사건, 그리고 해가 바뀌어도 학교폭력은 멈추지 않고 모든 언론매체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지고, 관련 부처는 그동안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이에 대한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으며, 무언가 우리국민을 안심시켜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과연 그간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학교폭력 대책은 형편없는가? 적어도 2005년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문제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비로소 학교폭력 대책이 현장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정책은 매우 우수하다. 선진 외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선도해 나가고 있는 정책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그 정책이 서면 상으로 좋은 정책일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추진 주체와 수혜대상이 모호하고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현장은 정책이 가동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연방정부 차원 ‘안전한 학교환경’에 중점 미국은 학교폭력 사안이 자주 발생하고 총기난사사건이 빈번한 국가로, 학교폭력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1980년대, 1990년대의 총기난사사건과 스쿨버스 납치사건 등 학생들이 희생된 뼈아픈 사건을 겪으면서 클린턴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학생, 교사, 학부모, 관련 전문가와 정치인들을 초청하여 괴롭힘 방지를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으로만 국한시켜 볼 때, 미국만큼 연령대별 혹은 주제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보급된 국가는 없다.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는 발달단계별 예방프로그램과 인종차별 예방 내용이 포함된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그리고 조직폭력(gang) 가입 권유를 물리치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는 학교폭력 관련 프로그램이 많다는 특징도 있지만 더더욱 눈에 띄는 강점은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엄격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정·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학교폭력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약물남용 예방프로그램이나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과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연계 하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학교폭력 예방대책 중 이보다 더 큰 강점은 연방정부가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을 위한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방을 보다 철저히 하자’는 움직임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가자’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미국 정부와 사회의 관심은 안전한 학교에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전한 학교가 만들어지면 궁극적으로 학교 안의 훈육문제나 중도탈락 등을 줄일 수 있고, 학생들이 잠재력을 개발할 여지가 있으며, 서로 격려하고 보호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좀 더 성장가능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사회의 분위기 조성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자율이나 권리 인정하는 대신 의무도 중시 교육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 학교폭력보다는 다인종간의 갈등이나 따돌림이 문제가 된 나라다. 이러한 문제 예방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또래지킴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으며 국가의 개입 하에 장기간에 걸쳐 개발된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은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토대로 한 것으로, 핀란드가 국가 브랜드화 하여 유럽 내 다른 국가에 수출할 목표를 갖고 개발한 것이다. 여기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함을 강조하고 교사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며, 학교가 가·피해자 간의 중재 역할을 한다. 특히 방관자가 피해자를 돕고 괴롭힘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반적인 학교폭력 사안과 가·피해 사안을 다루기 위한 지침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심각한 가·피해 사례를 다룰 경우에는 3명의 교사가 참여하는데, 이때에는 다른 학교 선생님이 참여할 수도 있다. 이 팀은 학급 담임과 함께 괴롭힘에 관한 토의를 하고, 팀원은 가·피해자와 개인적으로, 그리고 집단으로 토의를 하고 추후 회의도 진행한다. 담임교사는 학급의 학생 2~4명 정도와 이 팀과의 회의를 주선하여 피해자를 도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 프로그램의 강점은 거의 모든 학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각 학교별 폭력 추이를 평가하고 향후 수정작업을 통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에서 학생이 폭력행위를 하거나 교사에게 위협을 가한 경우에는 1일에 한해 학생을 강제 하교시킬 수 있고, 폭력행위가 심각하거나 현장에서 발견된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법적 절차 없이 하교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교사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퇴장시킬 수 있으며 학생의 문제행동이 계속되면 최장 3개월까지 등교정지를 시킬 수 있다. 때로는 학교에 오래 있게 해서 2시간 동안 하교를 늦출 수도 있다. 자율이나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처럼 학생에게 자율권을 주고 인권을 존중해주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의무도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지역사회 공조 예방활동, 도덕교육 강조 일본은 이지메와 폭력행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나라이다. 일본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방안 중에서도 문부과학성에서 매해 이지메와 폭력행위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구체적인 통계치를 다년간 축적해오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업적이다. 물론 대책 마련을 위한 실상 파악과 원인 규명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지만 일찍이 이러한 작업을 국가 차원에서 한 나라는 없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일본은 이지메나 폭력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학교에 스쿨카운슬러가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팀을 이루어 ‘학교 경찰 연락협의회’, ‘지역 지원시스템’, ‘스쿨 서포터 팀’ 등으로 활동하면서 예방활동과 더불어 위험에 빠진 학생에 대한 개입을 하고 있다. 학교교육에서도 일본은 무엇보다 도덕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체험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소통과 존중, 지속적 예방대책 필요 지면상 한계로 상세히 다루지는 못했지만, 외국의 학교폭력대책을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진 외국이 학교폭력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 라기 보다는 필요하고 중요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외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우리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사회적 관심이 적어지든지 간에 필요하다면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며 아울러 정책의 효과성 검증을 통해 정책의 수정·보완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학교폭력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와 시간대에 순회활동을 해도 다수의 학생들이 움직이는 한, 학교폭력 발생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교사 간 또는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과 존중의 학교문화 정착과 긍정적인 학교분위기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