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완 교사의 교직 경력은 32년이다. 그 기간 동안 오직 은광여고에서만 교편을 잡았다. 그런데 입시와 진학에 관해 물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떠올린다. 입시전문가가 되기까지 과연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그가 처음 고3 담임을 맡고 진학지도를 했던 해가 1985년이니까 27년 전이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담임을 맡고 배치표를 만들던 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때는 선지원 후시험을 치를 때였죠. 고3 담임 1년차가 배치표를 만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학교 선후배를 찾아서 이 학교 저 학교 구걸하다시피하며 참 많이도 다녔어요. 그러다가 도와주겠다는 선배를 만나 사흘 밤을 지새우면서 배치표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젊을 때여서 그런지 힘든 줄도 모르고 했어요.(웃음)”
어렵게 배치표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진학 상담을 하려는데 경력 없는 초임 고3 교사의 말을 듣는 학생이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나이가 지긋한 다른 반 교사나 사설교육기관에서 하는 말만 듣고 진학을 준비하니까 그로서는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었다.
“작정을 하고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야간 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결심했어요. 학생들은 교실에서, 나는 복도에 책상 놓고 앉아서 전공서 공부하고 배치표 분석하고 보란 듯이 같이 공부했어요.”
밤 10시가 넘도록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교사는 학교에 조 교사 밖에 없었다. 이렇게 솔선수범을 보이는 조 교사의 모습에 감동한 학생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진학 상담을 위해 그를 찾았다. 그때 맡은 반 학생 수가 67명이었는데 단 2명을 제외하고는 그가 지도한 대로 전부 대학에 지원했다. 지원 후에도 시험 보는 날까지 학생들의 성적을 관리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감독했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첫 해, 조 교사가 맡은 반 대입 성적은 전교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재미도 느꼈고요. 진학지도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결심했던 해였죠.”
진로까지 책임지는 진학지도 진학지도를 할 때 그에게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성격, 학습태도, 적성, 관심 분야 등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 그리고 셋째는 수험생만큼 힘든 사람도 없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의 지도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첫 해에만 서울대 7명, 연세대와 고려대 20여 명 등 상당수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렇다고 명문대 진학에만 목적을 두고 지도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학과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이라고 해도 자신이 전혀 관심 없는 학과에서 공부해야 한다면 멀리 내다봤을 때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정우진(가명)이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대학의 이름만 보고 최상위권 대학에 가고 싶어 했지만 자기가 즐겁게,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과에 가야 행복하다고 학생과 부모님을 설득했는데 다행히 부모님과 학생이 동의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켰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3개월 뒤에 저를 찾아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고등학교에서는 잘 몰랐던 것을 대학에 와서야 알았다고 하면서요. 지표가 낮은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닐 수 있고, 더 좋으면 대학에서 유학도 보내주지요. 중간이나 꼬리보다 머리가 나은 거지요.”
진학지도를 하면서 진로까지 연계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는 진학에만 목적을 두면 진로와 상관없는 학과를 택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발전시키지도, 이를 사회에 환원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성취감과 행복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모험심으로 도전하고, 또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진학지도 교사의 역할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진학과 진로가 동시에 이뤄지는, 진로까지 내다보는 지도가 될 때 학생은 물론 우리 사회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과연 진학지도 전문가다운 발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학만 바라보고 진학하는 학생 수는 2만여 명이 넘는다. 그래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편입, 전과 등을 고려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대학에 진학하느냐 보다 대학에 가서 전문성을 쌓고자 하는 목표가 있느냐가 진학지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조 교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것을 내다보고 지도해왔던 것이다.
교사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지난 3월부로 그는 교사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직함을 달리했다.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 전문가이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 대하여 학업 성적뿐 아니라 소질과 경험, 성장환경, 잠재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32년간 몸담았던 은광여고를 뒤로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학사정관으로 변신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를 선진형 입시제도로 보고 있었다. 성적만이 아니라 창의성, 발전가능성, 문제해결능력,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보였고 또 이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가능성도 보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아주 다릅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더욱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입학사정관제를 거의 처음 실시하는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학생들을 보내는 입장에서 맞이하는 입장으로 바뀐 지금, 그는 이상적인 입학사정관 제도가 정착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대학과 고교 간 연계라는 측면에서 고등학교 교사들이 대학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한다.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열정과 꿈을 가지고 후배들을 위해 자갈을 치우고, 잡초를 뽑으며, 길을 만들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
--- 교사 출신 입학사정관이 증가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