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교원의 사기진작책으로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부담 경감, 담임수당 등의 인상을 통한 처우개선 등이 주로 제시되었다. 교권확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교사들에게는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가 근심 걱정을 모두 잊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이런 분위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수업에 들어가는 교사들의 모습이 마치 결과가 뻔한 경기에 어쩔 수 없이 출전하는 초라한 선수들의 모습으로 변했다. 수업을 들어가도 전혀 즐겁지 않고 신나는 수업을 하기는커녕 잔뜩 스트레스만 받고 나오는 좋은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너진 교실, 무너진 사기 이렇듯 교실에서 수업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을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급속한 변화를 유도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앞세운 무분별한 인권중심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교권의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학생, 교사 모두 인권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조례의 위력에 당황해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엉뚱하게도 교권 부재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교원들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 잡아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더구나 서로 비슷한 평가이면서도 기준이 다른 별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교사들이 원하는 것들이 최근 들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이런 변화에 맞춰 교원정책을 추진해야 하기에 차기 정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어떤 것을 원하나 교원들이 원하는 교원정책의 근간은 교원만을 위한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수당의 인상으로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 등의 교원정책 요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교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가령 학교에서의 폭력근절이나 냉·난방의 충분한 공급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때 교원의 사기도 진작되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정책의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교원들을 위한 교원정책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동안 대선공약이나 총선공약 등으로 등장했던 교원정책들만 잘 실현해나가도 교원의 사기진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령 교원증원을 통한 수업부담경감,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적은 행정업무경감, 학급당 인원감축 등의 실현만으로도 질 높은 학교교육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교원정책이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변한 것을 찾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만큼 공약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단골메뉴가 된 교원 사기진작을 위한 정책들을 긍정하거나 기대하는 교원들은 많지 않다. 피부로 느끼는 정책들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반증이다. 교원들이 원하는 정책은 생각보다 거대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최근의 분위기와 맞물려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가장 크게 원하고 있으며, 굳이 교권확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최근의 분위기는 교원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가통합, 기본부터 검토해야 교사가 아무리 수업에 최선을 다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 현재의 학교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됨에도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매년 다가오고 훌륭한 수업을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하여 의욕적으로 교단에 서지만 의욕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잠깐의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평가는 받아야 하고 수업은 제대로 되지 않고’ 대부분의 교원들이 갖는 공통적인 마음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해 교원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로 인해 도리어 교원능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