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통해 ‘학교폭력 제로’
산업체 맞춤형교육, 취업경쟁력 높여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6월 4일 오전, 포항여자전자고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제복을 입은 포항북부경찰서 지정호 경사가 강단에 올랐다. 포항여자전자고 전담 경찰관인 지 경사는 일 년에 네 차례 학생들과 만나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신분으로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지 경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도 제법 자연스러워져 이제는 스스럼없이 학생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이날은 학교폭력예방과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부터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자 생활기록부 기재 방법, 가해자 법률상 처리 문제, 학교폭력 신고 방법 및 피해자 법적 보호 방법, 성폭력 예방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 경사의 강의를 경청했다. 현직 경찰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력과 참여도는 더욱 높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기본에 충실한 인성교육으로 학교폭력 제로포항여자전자고 교문에 들어서면 이색 현황판이 눈에 띈다. 이른바 ‘폭력 없는 학교’ 현황판. 목표일을 설정해두고 이를 달성할 때마다 작은 이벤트를 마련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하애덕 교장은 “공사 현장의 무사고·무재해 간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현황판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3월 하 교장이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포항여자전자고는 단 한 건의 학교폭력도 기록하지 않으며 최우선 목표였던 ‘학교폭력 제로’를 실천해오고 있다.
“우리 학교의 설립 목적인 취업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쌓고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야말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기본예절부터 가르치기 시작했죠.”
하 교장은 가장 먼저 학생들의 교복 단속에 나섰다. 복장이 단정해야 행동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예산으로 교복 원단을 구입해 치마 길이가 짧은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학교 규정에 맞게 수선해 입도록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했지만 점차 하 교장의 뜻에 따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나아가 학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과 이미지도 크게 향상됐다.
또한 교문 입구에 인사 라인을 설치, 등교 시 마주치는 선생님들과 허리 숙여 인사하도록 했다. 그러자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줄어들었고 학생들의 욕설 사용 문제가 개선됐다. 지난 스승의 날에는 각 반에서 음식을 만들어 선생님들께 대접하는 ‘감사 요리 경연대회’와 ‘감사 편지쓰기’ 행사를 통해 사제 간 소통과 신뢰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학생 개개인의 생활지도 이력과 상담일지는 교사들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매월 생활지도 우수반과 무결석반에는 표창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에 자긍심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 관련 적발건수가 전혀 없는 행복한 학교가 됐습니다.”
진학반 대신 취업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포항여자전자고는 지난해부터 진학반을 없애고 취업 중심의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카트로닉스과와 산업디자인과, 전자정보과와 영상그래픽과 간의 융합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1학년 학생들은 전자회로, 전산회계 과목을 공통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선취업 후진학 모형 구축을 위한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졸업 전 회사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현장연수를 지원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취업특강을 여는 등 학교가 적극 나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기초 직업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활동도 다양하다. 공무원 대비반, 사무직 대비반, 자격증 취득반 등 취업 엘리트반을 운영하며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도 병행한다. 취업 포트폴리오 작성을 통한 학생 이력 관리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 언론사 포함 산업체 25곳과 산학협력 업무 협약을 맺어 안정적인 취업처 확보에 주력했다.
학교의 자랑, 오케스트라단과 축구부이 학교 교정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진다.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여자전자고 오케스트라단은 뛰어난 실력으로 이미 지역 내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전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 참가해 교육부(당시 교과부) 장관상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청와대 초청을 받아 공연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모여 연습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김한수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배려와 나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포항시와 경북교육지원청으로부터 악기 등을 지원받아 전교생을 대상으로 1인 1악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 학교 축구부는 지난 2002년 창단 이후 전국 여자축구대회에서 5차례 우승하며 명실공히 축구 명문학교로 불리고 있다.
2010년 FIFA U-17 여자월드컵대회에서는 선수 3명이 대표팀에 발탁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여자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단체에 수여하는 조정순 체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잔장여자직업기술학교와 우호교류 의향서를 체결, 학생들 간의 문화교류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하 교장은 “바른 인성교육이 훌륭한 학생,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지·덕·체를 모두 갖춘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교육 실시”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고 교장으로서 시대가 변화를 요구할 때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집단의 목표설정 및 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와 신념, 열정이 필요합니다. 또 매 순간 과감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바른 인성교육의 바탕 위에 앞선 교육과정 운영으로 최선을 다 할 때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는 보람되고, 학부모가 만족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강한 경쟁력으로 큰 꿈을 실현하도록 구성원 모두에게 큰 가치를 부여할 것입니다. 취업 명문을 꿈꾸며 큰 날개를 펴서 하늘을 비상하는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