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협박성 말을 많이 한다. 그런 협박이 순간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약효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7살 아들에게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빌미로 말을 잘 듣게 하려고 협박한다. “너 그러면 축구게임 못하게 한다!”, “너 그렇게 말 안 들으면 기차 안 태워준다!”, “너 그렇게 하면 놀이터에 가서 놀지 못하게 한다!”.
엄마는 그래……이 책에 나오는 엄마는 망태 할아버지로 아이를 협박한다. 나쁜 아이를 잡아가 착한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 엄마는 아이가 거짓말했다고, 밥을 먹지 않는다고, 늦게 잔다고 혼내며 그렇게 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갈 거라고 협박한다. 아이는 그런 엄마가 너무 싫다. 엄마의 협박에 화가 잔뜩 난 아이는 결국 엄마에게 “엄마, 미워!”라고 소리치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때 스르륵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엄마를 잡아간다. 과연 엄마는 어떻게 될까?
작품 뒷이야기
이 작품은 저자가 영국 킹스턴대학 API 온라인 과정을 공부할 때 만든 졸업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지도교수는 검은 그림자(아마도 망태 할아버지?)가 엄마를 잡아가는 장면을 수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동화는 모름지기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엄마를 잡아가는 것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결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결국 이 장면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이 그림책의 매력이 절반도 더 깎였으리라. 결국 엄마는 돌아온다. 그러나 엄마의 등 뒤에는 망태 할아버지의 도장이 찍혀있다.
닮은 듯 매력이 있는 다른 책들영국 대학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영국의 대표작가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과 많이 닮아있다. <지각대장 존>이 선생님과 지각하는 아이의 갈등구조를 그리고 있다면 박연철의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엄마와 말 안 듣는 아이의 갈등구조다. <지각대장 존>은 마지막 장면에서 고릴라가 선생님을 잡아간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망태 할아버지가 엄마를 잡아간다. 또한 아이가 통쾌하게 선생님과 엄마에게 복수하는 것도 닮았다. 또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와도 비슷하다. 아이가 고릴라와 함께 밤새 놀았던 것도 유사하고, 망태 할아버지가 엄마를 잡아간 것이 꿈인가 생각하는 순간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서는 엄마의 등 뒤에 망태할아버지의 도장이 찍혀있고 <고릴라> 에서는 아빠의 엉덩이에 바나나가 꽂혀있다. 참으로 닮은 구조다.
숨은 그림을 찾는 즐거움<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읽으면 읽을수록 알콩달콩 숨어있는 그림들이 많다.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에서도 거짓말이 나오는 장면에서 피노키오를 숨겨놓았듯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서는 암호 같은 그림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엄마는 거짓말을 열 번도 더 했으면서……”하는 장면에서의 숫자 10, 엄마가 밥을 먹지 않는 것을 백 번도 더 보았다고 말한 장면에서의 숫자 100, 엄마한테 말대꾸하는 아이가 올라서 있는 의자, 잘 시간을 알리는 시계의 시간 등 구석구석 어느 것 하나 빼놓고 볼 수 없다.
박연철 작가의 작품들을 놓고 쭉 들여다보면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기발한 생각들, 기발한 소재들, 창의적인 그림 기법, 그리고 작가 자신을 소개한 부분 등 어느 것 하나 아쉬움이 없는 작가다.
그는 전통적인 것에서 소재를 찾지만 전통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어처구니이야기>에서는 어처구니를 소재로,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서는 망태 할아버지,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에서는 문자도를, 최근작 <떼루떼루>에서는 꼭두각시 인형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우리 것을 다르게 해석해서 알리는 재주가 바로 그에게 있다.
우리 것에서 찾은 소재로 작품 속 이곳저곳에 알콩당콩한 숨은 그림들을 숨겨놓아 책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한 박연철의 작품들, 모두 골라 읽어보길 권한다. 각각 맛이 달라 ‘골라먹는 31가지 아이스크림’처럼 그의 작품도 골라서 읽는 재미, 찾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