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가 출판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이지만, 충무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저자의 문장력이 준 충격으로 10년의 시간을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지난달(2013년 6월) 충무공의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칼의 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글의 아름다움 그리고 문장력 김훈의 글은 아름답다. 사실에 근거한 관찰과 관찰의 결과로서 표현된 묘사는 김훈의 문장력, 어휘력과 결합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최고 수준까지 보여준다. 이런 김훈의 문학적 역량이 최고로 발휘된 작품이 <칼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해 지는 남녘 바다의 풍광을 그려내는 첫 장면부터, 적선(賊船)과 마주하는 해전에서의 풍경과 상황 묘사,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 임금과 조정에 대한 감정 설명까지 문장은 세밀하고, 예리하며 아름답다.
그러나 김훈의 글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의 눈빛 같은 짧은 문장은 서늘함을 느끼게 하지만 사실적인 묘사의 장문은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단문과 장문의 조화는 저자의 의도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薄暮) 속으로 불려 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내가 받은 문초의 내용은 무의미했다.” 풍경에 대한 아름답고, 장려한 묘사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긍정한다면, 간결하고 예리한 의견의 제시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불신과 혐오를 명백히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에 따라 단어와 문장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경이롭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 칼의 노래가 가진 매력의 하나는 주인공이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상식을 배신한다는 것이다. 민족의 영웅이며 민족을 위기에서 구한 위대한 리더십의 표상. 충무공 이순신은 학교가 추구하는 인물 중의 한 분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충무공과 그의 리더십에 대해 교육을 하려고 했으나 난중일기 이외의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발견한 책이 <칼의 노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순신은 신격화된 영웅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를 전쟁에서 구했으며, 왕이 자신을 고문하고 백의종군 시켰음에도 변함없는 충성을 바친 존재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 또한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신하, 자식, 아버지, 남성으로서의 아픔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김훈은 충무공이 가질 수 있는 인간적인 아픔을 찾아내 자신의 목소리로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안아 보면 어머니는 한 움큼이었다. 어머니의 몸에서 오래된 아궁이의 냄새가 났다.” “나는 먹었다. 부황 든 부하들이 굶어 죽어가는 수영에서 나는 끼니때마다 먹었다.”
저자는 충무공을 영웅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난중일기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은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충무공이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지켜낸 반면 김훈은 자신의 생각을 충무공의 목소리로 말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연민과 두려움을 충무공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 속의 충무공은 실상 저자의 본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으로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임금을 불신하고 두려워하는 충무공은 매력적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선물하는, 현대문학의 고전 <칼의 노래>는 문학적 측면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문장력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충무공이 보여주는 인간적 모습은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토론의 주제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도덕,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인간적 측면과 절제, 선과 악의 기준, 전체주의와 개인주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 다양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한국문학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영웅과 리더십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시간을 두고 재독(再讀)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