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의 향연이 시작되는 3월과 4월 초, 여름의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과 8월에 이르면 눈에 띄는 움직임을 포착하게 된다. 검정고시 지원자들의 부산한 움직임이다. 이들이 검정고시에 지원하려면 최소 6개월 전 학교를 그만두어야 지원할 수 있다. 해마다 증가추세인 이들을 우리는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또는 ‘학업중단 학생’이라 지칭한다. 한창 친구와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며 미래를 위해 학업에 열중해야 할 이때, 이들이 학교를 떠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업중단 학생과 학업중단 숙려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기질과 성향상 규칙과 규율을 지켜야만 다닐 수 있는 학교의 울타리가 싫어서, 또래나 담임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서, 몸이 불편해서, 가정 경제문제로 당장 벌이가 필요해서, 정서적으로 힘들어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과정이 번거롭다고 판단돼서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교육부와 여가부는 전체 청소년의 1%에 해당하는 이들 학업중단 학생을 줄이기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를 시행했다. 이는 학업중단의 징후가 발견되거나 학업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 및 학부모에게 2주간 외부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며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청소년기에 신중한 고민 없이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질병, 유학, 평생교육시설 및 방통고 전학의 이유로 자퇴하려는 학생에게는 숙려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학업을 중단하겠다는 민아의 속마음 우리 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나려 하는 것일까? 학업중단을 결심한 학생 사례를 통해서 학부모, 교사와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 충동조절의 어려움을 지닌 학생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것인지 생각해보자.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민아(가명)가 상담자를 찾았다. 내담 이유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던 민아가 갑작스럽게 학업중단 의사를 내비치자 숙려를 통해 중단에 대한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탐색하고, 중단 이후의 상황에 대한 준비를 점검함으로써 충동적 의사결정이 아닌지 심사숙고의 시간을 전문상담가와 함께 조망해보고자 함이었다.
민아는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없고 학교에 오면 숨이 너무 막힌다고 호소했다. 성적이 상위권인데 조금만 못하면 여기저기서 뭐라고 한다고 했다.
민아는 중학교 당시에는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적당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욕구와 본능에 따라 자유로운 생활을 해 온 학생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와 첫 중간고사에서 일등을 하게 되었고, 학교생활도 모범적으로 행해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눈에 받게 되었다.
그 뒤 선생님들은 성적은 물론 학교의 행사 등 학급을 대표하는 일들에서도 민아를 내세우며 모범생으로서의 착실한 생활을 은근히 강요했다. 주변의 기대에 찬 말들은 민아를 위한 격려와 위로의 말들로 포장돼 민아에게 전해졌다.
민아는 날로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겹고 부담스러워 급기야 입원까지 하게 됐다. 입원 당시에도 민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며 공부하는 열성을 보였다. 상담자가 보기에 민아는 이런 열성들이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동기유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억지로 끌려가는 것임을 인식하고 학업중단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