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컴퓨터교사로, 지난해엔 600여 시간의 연수를 마치고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기까지 다양한 진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서른이 훌쩍 넘어 뒤늦게 시작한 교직생활이었지만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컴퓨터 실습실에서 아름다운 추억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마음 한 구석에 드는 의문 한 가지는 ‘나는 행복한 교사인가’하는 것이었다. 점점 달라지는 교육환경과 개인의 심리·사회적 변화는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난제 아래 교사로 하여금 수업이외에 또 다른 부담이 되어 가고 있다. 교사는 어느 때 가장 자신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될까? 아마도 진로진학상담교사를 하면서 보낸 짧은 시간들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로관련 교과를 교양과목으로 자체 운영하는 학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활동 시간을 통해 다양한 진로활동을 진행한다. 진로활동은 매주 일정시간 수업을 통해 진행하기도 하고 진로체험이나 진로특강, 진로관련 동아리 지도 등 다양한 진로관련 활동과 행사로 치러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진로교사는 진로수업이나 행사가 아닌 아이들,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상담 업무가 주가 되기도 하니 그 업무는 사실 혼자 감당하기엔 벅찰 정도로 많고 힘겨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일이 주는 즐거움, 이제껏 제대로 맛보지 못한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기쁨이 있으니 오늘도 난 진로교사의 역할을 하려고 이리도 열심히 뛰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바람직한 진로활동’에 대한 고민 내가 수업을 통해 학교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시간이 전부다. 물론 개별적으로 진로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만나는 진로활동 한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마 교사라면 누구나 하는 수업에 대한 고민 정도라고 해두자.
지난해 나는 <진로와 직업>교과서 목차 순서에 맞춰 진로활동 수업을 진행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나에 대한 이해, 직업정보 탐색, 진로결정, 진로계획’ 등 적지 않은 진로와 직업에 대한 내용을 교사의 열정이라는 무기로 숨차게 아이들을 몰아 세웠다. 그러나 그 결과는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딱히 남은 건 없는 것 같고, 지치고 힘들다는 마음만 커지게 됐다. 진로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끝없는 부담감도 거기에 한몫을 더했다. 아이들도 스스로 진로 정보를 찾기보다는 진로교사를 통해 뭔가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제공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학기부터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진로활동을 진행했다.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 과연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기 위해서는 진로활동에 있어서 어떠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나의 의문은 계속 꼬리를 물었고 달라져야 할 진로활동의 모습을 막연한 상상 속에서 그려나갔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