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는 헬라브룬 동물원을 다녀오고 난 뒤,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인식과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기존의 동물원과는 차별화된 환경구성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특징으로 설계된 헬라브룬 동물원의 모습은 동물원에 가서 동물을 ‘감상’하고 ‘재미있어하는’ 나의 경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로 돌아온 후 이를 수업에 접목해 보기로 했다.
4학년 대상 융합수업 진행 학교로 복귀한 나는 헬라브룬 동물원을 다녀온 후의 반성을 바탕으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헬라브룬 동물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수업을 실시했다. 먼저 ‘동물과 인간의 권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도덕·미술과의 융합 수업을 계획했다.
수업은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인식 조사를 통한 발문→역지사지를 통한 인식 전환 계기 마련→자료 투입과 탐구→지식 적용과 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산출물 제작→산출물 완성 후 발표’ 순서로 이루어지도록 계획했다. 우선, 동물원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해 보았다. 동물원은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동물원을 가 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코너(체험 등)를 원하는지에 대해 단답형으로 자유롭게 답변하도록 설문을 진행했다.
유희의 대상이던 동물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동물원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동물원은 노는 곳, 동물을 구경하는 곳’이라고 답했다. ‘자신들이 동물원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동물을 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전체 응답자 중 40%로 가장 많았고,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것’, ‘동물을 사육하거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뒤를 이었다. 기타 답변으로 ‘동물을 파는 것’도 있었으며 ‘서커스’나 ‘동물을 가지고 하는 게임’이라는 답도 있었다.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성장 과정, 동물의 습성 등)를 알고 싶다는 답을 한 학생은 약 10% 정도에 불과했다. 위의 답변은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동물원을 놀이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과거 동물원에서의 체험이 유희적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또한 동물은 구경하는 존재, 나를 즐겁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음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과 아이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 때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학생들은 동물과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며 사람이 가지는 행복추구권과 동물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때 자료로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도입부에서 침팬지의 시점으로 촬영한 장면을 함께 시청하며 내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 강제로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면 기분이 어떠할지, 인간에 의해서 강제로 가족과 떨어지게 된 동물의 기분은 어떨지를 생각하게 했다. 위와 같은 역지사지의 발상을 통해 동물도 행복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내가 동물이라면 어떤 환경에서 행복할까? 다음으로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은 어떤 곳일까’를 함께 생각해 보았다. 끔찍한 동물원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러 동물의 영상과 사진을 학생들과 함께 시청했다(동물자유연대 www.animals.or.kr-동물복지-동물원 항목 참고). 사람이 사는 집보다 작은 공간에 갇혀서 자폐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커다란 동물들의 모습을 함께 보고 이 동물들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지, 무엇이 문제일지를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유’나 ‘편안함’, ‘고향’이라는 단어를 많이 이야기했고 ‘집’을 연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다음으로 헬라브룬 동물원에서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동물원의 울타리를 찍은 사진들과 동물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여러 동물의 모습을 함께 보고 세계적으로 생태계 보호 및 위기동물 종 보존에 노력하는 동물원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동물이 학대당하는 사진과 열악한 동물원의 모습을 헬라브룬 동물원 모습과 비교해 보고, 내가 만약 동물이라면 어떤 환경 속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활동 단계에서 나의 생각을 간단히 메모해 산출물을 제작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활동 뒤에 미술과 융합 활동으로, 내가 생각한 동물원을 그리고 만들어 보았다. 그림 형식에는 제한이 없었으나 초등학생의 특성과 시간 제약 때문에 다양한 산출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조별 협동학습으로 동물원을 설계하고 그러한 동물원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다양한 산출물이 나올 수 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