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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건강한 꿈 돌려주기

대한민국은 지금 ‘꿈’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히 꿈의 열풍이다. 아예 한 학년 혹은 한 학기를 통째로 꿈을 찾고, 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지 탐색해보도록 하는 조치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미 상급학교 진학 준비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학생들에게 꿈까지 공부하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꿈은 진로교육의 핵심주제이자 결론
우리는 ‘꿈’이 인생에 미치는 놀라운 힘과 꿈을 꾸기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힘과 가능성을 자신의 삶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늦은 감이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진로교육이 강조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간다는 최근의 흐름이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겪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진로교육의 주체는 당연히 학생이고,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은 모델이자 촉진자다. 삶에 대한 이해와 방식에 있어 따뜻하고 진솔한 소통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 그 소통의 한가운데에 ‘꿈’에 대한 이해가 있다. 그런데 ‘꿈’의 정의가 명확하지 못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당사자들마다 제각각으로 다양하다.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큰사전>(1992년 초판본)을 보면 꿈이란 ①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물이 드러나는 현상 ②헛된 생각 ③이상이나 희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진로교육에서 생각하는 꿈은 세 번째 정의에 해당할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써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꿈이란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나 앞일의 바람’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 진로교육 차원에서는 ‘꿈’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것이 진로교사로서 2년여의 세월을 보내면서 가지게 된 고민이자 화두라 하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대화하거나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핵심적인 개념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통 이해에 따라 일의 방향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꿈을 어떻게 이해하고 아이들을 지도하는가에 따라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처럼 ‘실현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 될 수도 있다.

꿈은 꾸는 것이지 고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 진로교육에서 말하는 ‘꿈’은 무엇일까? 꿈은 목표다. 그것도 단계적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꿈을 어느 한 단계의 목표로 이해한다. 특정 학교나 대학의 학과로 진학하거나 특정 직업인이 되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1학년 학생들과 함께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설명 없이 각자의 꿈을 써보라고 했더니 “내 꿈은 호텔리어가 되는 거예요”,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CEO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적어 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말하는 꿈은 인생 어느 단계의 목표다. 자신이 살아갈 삶을 보는 긴 안목과 흥미, 적성과 가치관 등 자신의 특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토대로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왜 이러한 꿈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후 자신이 적었던 꿈을 재확인했을 때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삶의 단계마다 어떤 관련성을 가지며 변화해 나갈지 전망할 수 없었고, 꿈이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로 꿰는 삶의 견인차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학교 진로교육뿐 아니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에서 상담위원으로 진로상담을 할 때도 이와 같은 공통적 현상이 발견됐다. 중학생에서부터 40세의 일반인까지 요청한 진로상담을 보면 “꿈이 없어요”, “제가 뭘 잘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진로 결정이나 진로 수정에 대한 어려움은 중·고등학생에서부터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미 두세 곳의 직장을 거쳐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 모두가 겪는다. 자신의 꿈과 인생 목표 설정에 대한 고민을 유예하면서 인생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민을 두고두고 반복하는 것이다.
꿈은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꿈은 인생과 연관을 가지고 성찰해야 한다. 처음에 그 꿈은 ‘어떻게 살고 싶다’로 시작하지만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가 되었을 때 진정한 힘을 가진다. 힘을 가진 꿈이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에너지가 될 것이다.

가슴 속에서 자라나는 꿈
자신의 삶 전체 주제가 될 수 있는 ‘꿈’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나의 인생 밑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100세 인생시계 만들기, 10년 단계별 생애 계획 세우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매 진로수업 활동지의 상단에는 항상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공간을 만들어 제공했고, 자신의 꿈을 표현해보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아예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거나 이러한 활동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꿈은 별로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절실한 그 무엇도 아니었다. 꿈은 머리를 통해서 지식으로 만들 수 없기에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많은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안목과 영감을 얻는 체험이 필요했다. 직접 체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책과 영상이었다.
그 첫 번째 선택이 영화 ‘패치 아담스(Patch Adams)’였다. 이 영화는 현존하는 인물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얻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의사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의사가 되는 것 자체가 그의 꿈은 아니다. 그가 되고자 하는 의사는 치유를 육체적 질병의 치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환자를 대등한 존재로서 전인적 인격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로 생각하는 의사다.
아이들의 영화 취향을 대강 짐작하고 있던 터여서 다소 모험적인 시도가 아닐까 걱정도 됐다. 수업을 총 4차시로 계획하고 영화를 3부분으로 나누어 시청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르게 보기’를 통해 영화를 느껴보도록 주문했다. 학생들의 몰입은 놀라울 정도였다. 좀 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마지막 4차시를 차분한 명상과 본격적인 토론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정리하고 자신의 삶에 투영해볼 수 있도록 지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학생들을 새롭게 이해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교사(敎師)의 중요한 사명은 모든 의미를 밝혀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의 문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꿈을 생각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망할 수 있는지 성찰한다는 것이 아닐까. 진로교사는 그러한 생각의 능력과 습관을 기르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많은 진로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꿈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축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 탓에 고민하는 진로교사의 모습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고민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꿈’의 힘을 새롭게 인식하고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꿈꾸도록 도와주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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