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역사적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역사를 매체, 토론, 논술과 연결해 보았다. 향후 연재 원고에서는 교실 현장에서 적용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역사 전공이 아니어서 내용 자체에 대한 깊이의 문제와 오류 가능성이 있으나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학생들과 나누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올바른 역사 인식은 정체성 높여 ‘역사가 중요하다’는 말은 재론이 필요 없는 명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역사가 존재한다. 그 어떤 것도 통시적인 역사의 과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으며 우리는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에드워드 카(E.H. Carr)가 말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의 정의는 역사의 생명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역사는 단순히 우리 과거에 대해 알고 배우는 문제를 넘어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등만 보더라도 역사는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문제로 대두된다. 국가 간 이익이 상충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더욱 중요하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경제력, 군사력 등 다양한 척도로 평가될 수 있지만 문화와 역사적 인식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 그러나 국경이 무너지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간과될 우려가 있다. 또 자신만의 역사를 고수하고 다른 이에게 관철하려는 태도는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말도 되지 않는 역사 왜곡과 극우적인 역사 인식 행태는 국가 간 위기를 조성할 뿐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킴을 우리는 이웃 일본을 통해 매일 확인하고 있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가 아닌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없으면 그 민족의 미래는 없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역사 교육, 범교과적 접근 필요 이처럼 중요한 역사는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역사교과에 국한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 비교과 영역에서 범교과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8월 본지에서 다루었던 한국사 교육의 해법에 관한 특집 내용과 교육부의 한국사 교육 강화 방안을 되짚어 보며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교 이수단위의 확대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한국사 이수단위를 5단위에서 6단위로 늘려 2학기에 걸쳐 운영하기로 했다. 이수단위를 늘린 것은 타당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먼저,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확보가 필요하다. 당연히 역사 교사의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등교사와 타 교과 교사들도 연수과정을 거쳐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중등 교사 임용 시 한국사자격 획득을 의무화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생각된다. 하지만 높은 임용 경쟁률과 현재로도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을 감안한다면 교대·사대생들에게 한국사 자격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자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체계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교과 간 융합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에 한국사에 대한 강좌 편성과 이수의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수능 필수 교과목 편성 2017학년도 대입에서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로 지정됐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수능이 가진 절대성 때문에 한국사 교육의 강화 방안으로 수능 필수 교과목 지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간 다른 사회 교과목에 비해 많은 학습 범위와 학습 부담으로 인해 선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 현실인데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됨으로써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한 대증적인 처방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사실 한국사가 수능에서 선택이 적었던 가장 큰 이유는 특정 대학에서만 필수 선택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상위 대학이 한국사를 필수 요건으로 설정하다 보니 상위권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게 됐다. 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선택을 피하는 데서 선택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시험에 나오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 교육 자체가 갖고 있는 본질적 의미에 비해 수단만을 강조한 것이다. 수능에 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다른 교과목과의 난이도, 학습자가 체감하는 학습량의 부담, 내용 정제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에 관한 문제 모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 교육의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인식 문제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일어난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떤 관점에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어 기술하는지에 따라 내용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사관의 차이는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전제다. 다양한 사관에 따라 기술된 역사를 폭넓게 수용하고 수용자 자신의 관점에서 재개념화하는 노력은 분명 큰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자신의 주관을 갖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사관의 교과서 기술은 가급적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 위주로 다른 교과와 융합해, 흥미를 갖고 탐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교과서의 내용이 개발되고 제시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념적 문제로 혹은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어디까지나 학생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