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빨리 목표를 세우라고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그 목표란 걸 찾을 수 있는지 막막해요.” 어린 시절부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미래에 대한 아무 준비 없이 무념무상으로 학교에 다니며 허송세월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목표는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충분한 탐색의 시간이 수반되어야 한다.
봉사활동 통해 진로 탐색 능력 배양하기 자신의 진로 목표를 찾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는 학생에게 봉사활동을 적극 추천한다. 의아할 수 있겠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변을 잘 살펴보는 것 자체가 큰 훈련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 적성에 맞는가?’, ‘혹시 이 일을 다른 방법으로 할 수도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선할 사항은 없는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진로 개척도 자연스레 할 수 있다. 또 봉사하며 얻는 값진 보람이 진로 탐색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 봉사 현장에서의 진로 개척 경기도 광주 한사랑 마을은 중증 장애인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이곳의 봉사는 영아실에서 아기 돌보기, 성인들 산책 보조해 주기, 빨래 도와주기 등 단순한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봉사 일정 속에서 학생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척이나 많다. 미래의 공학도라면 휠체어의 개선점이나 중증 장애인의 식사를 편리하게 돕는 보조기구를 구상할 수 있겠고, 건축가라면 동선을 개선하고 시설을 편리하게 만드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행정적으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우리 복지 시스템을 개선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이런 뜻깊은 시간을 보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일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일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진로 목표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경희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즈 접기나 심부름하기 정도다. 그러나 중환자실 보호자들의 행동과 말을 보고 들으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급박한 상황에 가족을 둔 사람들을 지켜보며 부모님께 감사하고, 자신이 건강한 신체로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 봉사를 통해 병원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볼 수도 있고 병원 조경을 다시 구상하거나 간호사복을 디자인해볼 수도 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생겼을 때 필자는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파도리로 봉사를 갔다. TV 화면으로 본 것보다 훨씬 심각한 현장의 모습에 놀랐지만 묵묵히 일하는 많은 봉사자를 보며 마음이 뿌듯했다. 봉사하면서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신물질을 고안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생물전공을 희망했던 조카는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유출된 기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기름 먹는 박테리아를 유전공학적으로 만들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고 했다. 각자 깨어있는 의식으로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 자신의 관심 분야는 물론 새로운 영역에서까지 기대하지 못했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로 수정이 인생 허비?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진로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던 중 더 마음에 드는 목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일관성이 중요하니 이제까지 노력해오던 그 길에서 벗어나지 말고 새로운 목표는 외면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진로를 수정해야 할까?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