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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적어 놓은 꿈에 마법을 걸자

방학을 목전에 두고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일에는 묘한 벅참이 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써주신 통지표의 한 줄을 기억하면서 학창시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그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선생님의 마법이었음을 떠올릴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요즘 우리 집보다 더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옆 반 선생님도 그곳에 자주 들르시는 걸로 안다.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지만.
그곳 주소는 바로, http://neis.sen.go.kr

방학을 앞두고 모든 선생님들이 가정으로 보낼 통지표 작성으로 분주하다. 출결, 교과 평가, 학기말 종합의견, 교과학습 발달상황, 창의적 체험활동 등 1학기 동안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영역별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가정으로 통지한다. 과목별로 (매우)잘함, 보통, 노력 요함 등 3단계 또는 4단계로 평가하고 해당 과목의 성취도를 서술형으로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손에 들린 통지표를 바라보는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첫 담임을 맡았던 나도 살짝 떨렸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에게 ‘통지표’는 어떤 의미일까? ‘통지표’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통지표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수행한 수많은 활동 과정과 결과물을 분석하여 요약해 놓은 것으로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한 번 보고 거기서 그친다면 좀 아쉽다.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에 공감해 주어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정해놓은 교과목의 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거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무엇을 잘 했고, 못 했고 보다는 그 아이의 몇 달 전과 후를 비교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성장 속도가 모두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속도대로 안전하게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밑거름이 된다. 성장에 공감해 주었다면 그것을 아이들의 꿈과 연결시켜야 한다. 매년 3월이면 학생 지도의 기초 자료를 작성하느라 학생의 특기며 장래 희망 등을 조사한다. 올해는 5학년부터 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기재해야 한다고 연수도 받았다. 이제 학기 초에 조사해 놓았던 우리 아이들의 꿈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아야 할 때다.

작가가 꿈인 아이에게는 글 솜씨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꿈인 아이에게는 그리기와 만들기에 대해서 그리고 축구선수가 꿈인 아이에게는 운동 능력에 대해서 통지표에 다만 한 줄이라도 언급한다면 그 아이에게는 그 한 줄이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유년기의 꿈을 이룬 위대한 사람들의 회고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더러는 꿈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지 생각해 볼 여유 없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을 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 너를 가슴 뛰게 하는지, 무엇이 너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지……. 엄마가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서 그러한 재능이 번득이는 때를 기다려 눈길을 건네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야 한다.

오늘 아이들과 진로 찾기 대회를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진로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서툰 솜씨로 자신의 꿈을 찾고 있었다.
야구선수, 발레리나, 마술사, 화가, 피아니스트, 로봇과학자, 요리사…….
삐뚤빼뚤 적어 놓은 그 꿈이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 현실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 시간에 나중에 크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발표를 했던 그 순간에도 내가 정말 선생님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먼 훗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 때 언젠가 선생님께서 써주신 통지표의 한 줄과 따뜻한 눈길과 애정 어린 관심을 기억하고 그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선생님의 마법이었음을 떠올릴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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