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무척 바쁘다. 뭘 했는지 모르게 하루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매일이 같은 일의 반복인데 왜 이리 바쁘기만 한지…. 나도 모르게 무기력감에 빠져버린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바쁘다. 아니 더 바쁘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잠시 바쁜 삶의 ‘쉼표’를 찍어보자. 한숨 쉬었다가 다시 힘내서 걸어보자.
빨리 흘러가는 세상, 느리게 걷기 인터넷이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을 기억하십니까? 그때는 원하는 사이트로 이동하기 위해 클릭을 하고 30초는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진이라도 많을 경우 1분을 훌쩍 넘기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는 몇 초 걸리지 않아 음악과 영화를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몇 년 후에 읽혀진다면 ‘내려가 받기’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는 말처럼 빠르게 살며 지나치게 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KTX를 타고 지방에 갈 때면 풍경을 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치며 도착을 하고 나면 멍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창밖을 보며 풍경을 하나하나 눈과 가슴에 새기던 일은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빠름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줍니다. 한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단 몇 초에 끝내기도 해버리죠. 그렇다면 그 나머지 시간은 우리에게 여유를 주었을까요? 아마 아니라고 답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마치 목마른 이에게 바닷물을 주는 것처럼 목마름은 더 심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느리게 사는 것만이 답이 될 수는 없겠죠?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바쁨의 반증이 아닐까요? 바빠야 하는지, 느려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바쁜 것이죠. 혜민 스님의 책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멈추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스님의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한 것은 바쁨에 지쳐 있는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바쁜 일과 속에서 정작 중요한 가치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가볍게 던지는 메시지는 잔잔한 호수에 퍼지는 물결처럼 둔중한 울림을 줍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치유해줄 수 있는 따뜻한 책이 될 것입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들춰보기 몇 번을 읽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도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거룩한 경구를 어렵게 설명하려고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벼운 이야기로 관심만 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혜민 스님의 글이 교실에서 어떤 해석이 가능할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01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의 묘약 _ 책의 1강과 2강은 ‘휴식’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지금, 나는 왜 바쁜가?’, ‘그를 용서 하세요, 나를 위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해야 할 것’의 작은 단원들은 상처받은 이들에게 감로수 같은 울림을 전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을지 모르지만 부는 편중되어 있고, 가정은 안식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학력만 강조한 채 인성이 사라진 교실에서도 떠돌 수밖에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치유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 되겠죠?
# 02 삶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메시지 _ 3강 미래의 장, 4강 인생의 장, 6강 수행의 장, 7강 열정의 장은 우리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통해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그 가치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연습’, ‘내 마음과 친해지세요’,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 03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나누기 _ 하루에도 수백 종의 책이 출간되는 상황에서도 이 고요한 책은 몇 달 동안 베스트셀러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책이라 해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다른 울림을 주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많은 사람이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은 수준 높은 차원의 지식 교류 활동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자신만의 우물에 머무르지 않고 지평을 확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책을 통한, 책에 의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가 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활용한 수업 ① 독서 혜민 스님은 유학 생활과 참선을 병행하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분입니다. 끝없는 참선과 사색을 통해 얻게 된 진리를 쉬운 언어로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는 선승들의 글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정 스님의 글과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틱 낫한의 글은 참고하기 좋습니다. 영화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사색과 명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워낭소리>도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영상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느림과 관련해서는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