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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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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아름다운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도 매우 풍요로워지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남다를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학교에 있는 꽃 중에서 가장 예쁜 꽃은 무엇일까요?

“어머님, 이쪽으로 오세요.”
“참석자 명단에 서명하시구요, 유인물, 간식도 받아가세요.”
“지아 어머니 오셨네요. 매년 꾸준히 참석해주셔서 감사해요.”

학교마다 학교설명회를 하느라 분주하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들을 위해 야간에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이번 학교설명회는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소란했던 분위기가 정돈되고 학교설명회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교감선생님께서 학부모 인사를 맡게 되었다. 의례적인 인사말일 줄 알았는데 꽤 많은 분량의 슬라이드를 준비한 것이다. 제목은 ‘꽃들의 인사’였다.

교감선생님께서 올해 새로 오시고 봄부터 학교 화단에 꽃씨를 뿌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 후 여름 지나 가을까지 학교에는 꽃들이 제법 예쁘게 피었었다. 그 꽃들을 예쁘게 사진으로 담아 놓으신 것이었다. 교감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 속의 꽃들을 감상하니 우리 학교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한 번 감탄하고, 그 동안 눈길 한 번 가지 않았던 꽃들도 이렇게 예뻤구나 하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하였다.

“이 꽃은 천일홍이예요. 우리 학교 것은 형광보라색을 띄고 있고, 색이 아주 강렬하고 예쁩니다. 여러분들 백일홍은 많이 들어보셨죠? 백일홍은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꽃이지만 천일홍은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으로 해피엔딩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중에 시간되실 때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꽃은 능소화예요. 도서관 창가에 피었는데 벌써 5층까지 타고 올라갔어요. 주황색 꽃이 무척 화사하지요. 이 꽃은 적오크라입니다. 아이보리색 꽃이 매우 크고 탐스럽게 핍니다. 적오크라 열매는 식용으로 먹는데 위장 보호, 피로회복, 배변에도 좋다고 합니다.”

교감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이름을 몰랐던 꽃들도 나름대로 다 자기 이름이 있고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 반성도 되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도 매우 풍요로워지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남다를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학교에 있는 꽃 중에서 가장 예쁜 꽃은 무엇일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아이들…”
그 자리에 모인 학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생각에 잠긴 표정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피어나는 것 같았다. 곰곰이 우리 반 아이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 동안 별로 눈길을 보내지 않고 있었던 아이는 없었는지, 그 아이가 잘 하는 것이 어떤 건지…짧지만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제 목소리 한 번 못 냈던 은진이. 하지만 이제는 친구들과 역할 놀이할 때 제 역할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내고, 어떤 날은 손을 들고 발표도 한다. 예쁘게 피고 있는 꽃이다.

급식 받을 때 친구가 반찬을 흘리자 재빨리 휴지를 가져와서 닦아주는 지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과 봉사 정신이 참 훌륭하다. 예쁘게 피고 있는 꽃이다. 국어 시간에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읽어 친구들에게 웃음 폭탄을 선사하여 인기 만점인 서준이. 수업이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뛰어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모두 예쁘게 피고 있는 꽃이다.

그러나, 꽃들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이 우리 아이들이 피어나는 시기도 다를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자꾸 재촉하지 말고,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겠다. 제 때 피는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무심코 지나쳐온 꽃들도 하나하나 피어난 의미가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모두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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