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모에게서 아픈 아이가 나오고, 아픈 교사에게서 아픈 학생이 나온다. 교사의 생각이 서서히 학생들에게 스며들어 행동의 변화를 이끈다. 인성교육은 책상 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될 때, 습관이 되고 체화될 수 있다. ‘그럴듯한 성과’ 대신 ‘시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부천 부흥중학교 교사동아리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를 소개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 번의 경험, 한 번의 상담, 한 번의 교육으로 ‘개과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교사는 ‘자신의 조급증’과 싸워 이겨야 한다. 진정한 기다림의 미학이다. “지금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단 한 명이라도 변해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부천 부흥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 8명으로 구성된 인성교육 교사동아리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 회원들의 훈훈한 인성교육 도전기를 들어본다.
경험을 해 본 아이와 해보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의 인성교육 키워드는 ‘자발성’과 ‘자존감’이다.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첫 프로젝트는 ‘부천 촌놈들의 서울 나들이.’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모두 아이들이 정했다. ‘인솔 교사’가 따라가지도, ‘보고서’를 받지도 않았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 성장의 동력이 되듯이, 교사가 무언가 꾸역꾸역 집어넣어 주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며 작은 것 하나라도 채워오기를 기대했다. 사고 치지는 않을지, 딴 곳으로 새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해냈다.
“한두 번 서울 갔다 왔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의심을 품은 기자의 질문에 “이벤트성, 단발성 행사라고 할지라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경험해 본 아이와 해보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분명 있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수헌 교사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성과물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단 한 명이라도 변해있다면 가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되겠어?’가 ‘어, 되네’로 바뀐 순간, 자발성은 생긴다 유영 교사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액수를 보고 놀랐다. 학기 초 ‘네팔 난민 돕기’를 하자며 아이들을 독려했지만 모금된 액수는 만원이 안 됐다. 실망스러웠다. 연말에 진행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이번엔 3만 원이 넘는 액수가 모금되었다. 뭔가 아이들 마음이 ‘따뜻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도 사실 처음엔 부정적이었어요. ‘되겠어?’라는 의심을 품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 되네?’라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제 생각이 바뀌니까, 아이들 행동이 변하는 거예요. 변한 제 생각과 행동이 서서히 아이들에게 스며들었던 거죠.” 유 교사의 말처럼 자발성은 학생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사에게도 중요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지 않은 일을, ‘메뚜기도 한철이야. 얼마나 가나 보자’는 주변의 조소 섞인 충고를 감내하면서 ‘스스로’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해진 교육과정을 쪼개서 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 교사들은 무엇인가를 다 같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하고 난 후에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내가 먼저 하고, 상황이 되면 함께 했다. 함께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혼자 했다. 그저 ‘결핍’된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뭔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숫자’, ‘결과’를 원하지만, 인성교육에서는 정말 어렵죠. 게다가 ‘성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은 오히려 ‘해볼까?’라는 교사의 마음을 위축시킬 수 있어요.” 구복실 동호회 회장은 “의무가 되면 부담스럽고, 업무라고 생각되는 순간 하기 싫어져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라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