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동·청소년법, 여성보호법, 노동법 등…. 마찬가지로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도 우리 사회에서 교권과 교육활동이 자연스럽게 보장되기보다 법으로 규정되고 보호받아야 할 만큼 약화되었고,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를 존경한다’ 응답 학생 비율 11% 물론 학습자·소비자 중심 시대인 오늘날 교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교직에 대한 인식은 ‘선호’와 ‘불만’, ‘비판’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공존하고 있다. OECD 교수·학습 국제 조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 TALIS) 결과,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는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교직을 희망한다’는 학생의 응답률도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직 교사의 자기효능감과 직무만족도는 현저히 낮다(김갑성 외, 2011:OECD, 2014).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의 응답률은 1위를 차지했으며, 교사를 존경한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 역시 11%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김이경, 2014).
이러한 불일치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직 교원 입장에서 ‘교사 위상 지수’는 상위권이지만 ‘교직 불만’이나 ‘교수 효능감’이 낮은 요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교직에 대한 사회와 언론의 부정적 시각, 학부모나 학생의 교사에 대한 물리적·언어적 폭력 증가, 사교육 확대에 따른 공교육에 대한 기대?의존의 상대적 약화, 교수·학습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침해하는 학교 업무의 지속적인 증가와 시간 부족(정바울 외, 2014)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교실에서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 및 교육공동체 헌장 제정(중앙일보, 2016.6.1.) 과정에서 학생인권과 학습권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자로서 교사의 권위와 권리는 더욱 약화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교권 재정립 하지만 교권과 인권, 학습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교권 문제’를 교육 생태계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교권’은 학술적 주제로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교육저널 ‘교육정책포럼’은 지난 3월호를 국내외 교권 문제에 할애했다. 또한 유·초·중등 및 특수교육 분야의 다양한 전문 연구자와 실천가들이 참여하는 한국교원교육학회는 지난 5월 말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교권 재정립의 방향 탐색’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는 오늘날 제기되고 있는 교권 문제를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학생의 인권과 교권, 학습권의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토론을 시도했다. 이 글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학술적 논의를 배경으로 하여, 특히 한국교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제안된 내용을 중심으로 교권·인권·학습권의 의미를 검토하고 이의 보장과 한계, 과제를 정리한다.
교권·인권·학습권의 의미와 상호작용 ● 교권 교권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교육권(敎育權)을 말하는 것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할 권리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학생의 학습권, 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학교 설립자의 교육 관리권, 국가의 교육 감독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주삼환, 2016 : 5). 그러나 ‘교권이 침해 또는 실추되었다’고 할 때의 교권은 좁은 의미에서 ‘교원이 갖는 모종의 힘’을 말하며, 여기에는 권위(authority), 권리(right), 권력(power) 등의 개념이 모두 포함된다(이차영, 2016b).
‘권력으로서 교권’은 교원이 자신의 영향력을 관철할 수 있는 힘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한 개념이다. ‘권위로서의 교권’은 교원이 학생의 교육에 대해 가지는 전문적인 능력(전문적 권위)과 이를 인정하여 부여한 제도적인 힘(제도적 권위)을 말한다. ‘권리로서의 교권’은 교원이 자신의 지위나 이익을 주장하거나 누릴 수 있는 법규상의 힘(법규상의 각종 권리)을 말한다. 이러한 교권 개념을 종합해보면, 교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전문적 능력과 품성에 기초한 전문적 권위이며,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권위로서의 교권, 권리로서의 교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이차영, 2016b).
● 학습권 학습권은 교육받을 권리, 수학권(修學權)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하여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의 학습에 필요한 조건의 정비를 공동체에 요구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차영, 2016b), 자유롭게 학습하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양희인 외, 2015)를 말한다. 이러한 학습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와 교육기본법 제3조(학습권)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에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인권 인권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갖는 권리로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또는 사회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교육기본법 제12조). 이러한 교육활동에서 인권문제는 학생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교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알려진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사에 대한 폭행·폭언 등은 교권 침해, 나아가 교사 인권 침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교권·학습권·인권은 교육활동이나 교육장면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행사된다기보다는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이차영, 2016b). ‘교사의 교육권, 학부모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의 관계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상호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교권·인권·학습권의 보장과 한계, 그리고 과제 2012년 이후 교권 침해 건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2012∼2015년) 동안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가 연 4,000여 건 이상 발생하였고,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교육부, 2016.3.31.). 정부는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권을 정립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몇 가지 대응 방안을 마련하였다. 2012년 8월 교권보호 종합대책 발표에 이어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 개정?시행(2013.5),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제출(2013.4) 등이 추진되었고, 2016년부터 대전·부산·대구·제주 등 전국 4개 시·도교육청에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선정하여 시범운영 중에 있다(교육부, 2016.3.31.).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