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에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 발전방안이 거의 마련된 상태여서 거점 국립대와 주변의 소규모 대학들을 연계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연계 방식으로 기능 조정형, 기능 특화형, 기능 통합형 등 3가지 유형을 제시한 뒤 이들 중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대학 재정난 심각… 학생 복지 후퇴 구체적 추진 계획을 보면 기능 조정형은 대학, 학부, 학과, 연구소 간 교류가 중심이 되는 형식으로써 연간 500억 원이 지원된다. 기능 특화형은 복수의 캠퍼스가 있는 국립대에 캠퍼스 단위 특성화를 지원하는 형식으로써 연간 150억 원이 지원되고, 기능 통합형은 대학 간 통합이나 정원 감축 형태로, 지역 대학과 거점 대학이 통합하는 형식으로써 연간 350억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규모 대학에 해당하는 교육대학교 입장에서 이러한 연계정책은 결코 달갑지 않다. 필자가 속해 있는 전주교육대학교는 등록금이 327만 원으로 국립대학교 평균 383만 원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5년 넘게 동결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인해 수년 동안 학생 수가 감소하고, 인건비는 꾸준히 올라 대학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크게 줄었다. 그 결과 학생과 교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 사업이 폐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대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발전 방안은 거점대학과의 통합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교육대학교의 자율적 선택이 아닌, 교육부가 재정적 지원 없이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정원을 줄임으로써 발생시킨 반강제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사실 교육대학교는 고등교육법 제41조(목적)에 ‘초등학교 교원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1990년대 이전에는 현재의 경찰대학교처럼 교육대학교를 졸업하면 별도의 임용고시 없이 모든 졸업생이 초등교원으로 임용되었다. 사실 교육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은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이 어린 학생들이지만, 4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누구나 의젓한 초등교사가 된다. 그것은 교육대학교만이 갖는 교육과정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지금의 교대생들과 똑같이 교육대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 그때 당시에는 학생들이 어떤 복장을 하고, 어떤 책을 가지고 다니는지에 따라 학년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빨간색 오르간 책을 갖고 다니면 1학년, 여기저기 잔디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2학년, 체육복을 입고 텀블링 연습을 하거나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3학년, 정장을 입고 다니면 4학년임을 알 수 있었다. 즉, 지금의 임용고시 이외에도 예체능 중심의 실기 교육과정이 많았고, 그것이 곧 전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교원으로서 당연히 배우고 익혀야 할 교육과정이었다. 한때 교과전담제가 활성화되면서 조금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실습중심교육, 현장중심교육이 교육대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학 외면하는 교대생들 그런데 이러한 교육대학교가 국립대학교 발전 방안이라는 이름 아래 반강제적으로 거점대학교와 통폐합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제주대학교와 제주교대의 통합 과정과 그 결과를 보면 교육대학교가 거점대학교와 통폐합되었을 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