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30일 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감과의 대화’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종일관 야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 참석 교사들 사이에서는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기 남부청사 관내 고교 교사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이 교육감은 “원칙적으로 야자를 폐지하는 게 기본방향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에서 공부할 수 없는 학생들은 도서관을 열어주겠다. 도서관으로 장소가 모자라면 교실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처음부터 야자 폐지라는 말을 한 일이 없다"며 "이게 좋은 교육이라면 그렇게 시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육감은 대부분의 시간을 야자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도교육청이 대체 프로그램으로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가칭) '꿈의 대학'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할애했다.
꿈의 대학은 도교육청이 협약을 맺은 대학과 함께 고교 재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특별강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 학생이 학기 중 정규수업이 끝난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에 대학이나 거점시설을 방문해 수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교육감은 "하루종일 학교에 남아서 국·영·수만 공부한다고 미래가 열리나. 정말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나가서 세상도 경험하고 친구들도 만나보고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부모들 불만 중 하나가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인데, 이는 교사들이 너무 오래 야자까지 하느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사에게 교과 외에 다른 프로그램까지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육감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가정형편 상 외부활동이 어렵거나 내신 준비를 위해 학교에 남길 원하는 학생이 많아 야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포 A고 교사는 "우리 지역은 빈부격차가 심해 학원, 과외 못 받는 아이들이 많다"며 "원하는 경우만 자율학습, 교내 학습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이런 학생들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 B고 교사는 "대학 입시에서 내신이 매우 중요하다"며 "꿈의 학교나 이런데 가지 않고 내신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성남 C고 교사는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 일주일에 하루 야자 없는 날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공공도서관이나 비싼 사설독서실에 가야 했다"며 "야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이 교육감은 억지로 막진 않겠다면서도, 야자에 대한 비판을 계속 이어갔다. 또 "기숙형 학교에는 야자 폐지가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한 교사의 질문에는 "TF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답변해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막지 않겠다면서, 뭘 또 논의하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꿈의 학교'에 대해 우려하는 교사도 적지 않았다. 수원 D고 교사는 "대입에 학종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 동아리 활동 등으로 학습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꿈의 학교) 한 과목 들을 때 마다 2시간 이상 소요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산 E고 교사는 "밤에 꿈의 학교에 가는 것도 학습의 연장"이라며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정규교과시간에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부천 F고 교사는 "우리 학교 근처에는 2~3개 대학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많다"며 지역 편차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