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내년에 도입할 (가칭)경기꿈의대학에 참여하는 고교생의 안전 관리를 위해 교사를 대학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담당교사가 대학 등으로 나가 강좌가 끝나는 밤 9시 넘어까지 학생들의 귀가를 챙겨야 하는 방식이어서 업무 부담에 따른 반발이 예상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7일 학생 안전대책과 관련한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 밖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안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창체 등 다른 활동도 마찬가지"라며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학교장의 지도·감독 하에 이뤄진다면 보상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관리교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법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부터 인솔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장소에서 학생들을 만나 체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했다.
소식을 접한 일선 교사들은 터무니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30일 교사와의 간담에서 경기꿈의대학 추진과 관련해 "선생님들이 정규교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드리자는 취지"라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경기 A고 교사는 "교육감이 교사의 업무부담을 덜어 주겠다고 하기에 학생 안전이나 출석관리는 당연히 교육청이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식이면 일부 긍정적인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B고 교사는 "이제는 학교도 모자라 대학까지 가서 야근해야 하나"라며 "매번 출장 조치를 해야 할 텐데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C고 교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학교는 상당히 외진 곳에 있어 대학에 찾아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설령 시내에 강좌를 열어준다 해도 편도만 최소 30분 넘게 걸리기 때문에 한두 번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다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책이 입안 단계부터 근본적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D고 교사는 "새로운 정책, 특히 학생들이 외부 강의를 듣는 과정을 만들면서 교사를 더 편하게 해주겠다는 게 애초부터 말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생이 믿고 따르는 것은 교사이지 교육청이 아니다"라며 "안전문제를 떠나 모든 교육활동은 교사가 사전에 직접 확인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한데, 이를 무시하고 교육청이 선정했으니 그냥 보내라는 발상부터가 교육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 관계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는데, 교육감이 한 말을 주워 담지 못해 정책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E고 교사는 "우리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부분의 선생님이 참여하고 있어 외부로 나갈 여력이 없다"면서 "잘 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없애고 검증도 안 된 교육청 정책을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꿈의대학은 고교 재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협약 대학과 마련한 강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수도권 74개 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총 52억여 원을 투입해 학기당 약 1000개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방과 후 저녁 7시~9시 학생들이 해당 대학이나 거점시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방식이어서 학교현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안전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도교육청은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