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김영삼 대통령 시절 교육부장관을 지낸 안병영 연세대 교수(62세·경영학)를 새 교육부총리로 임명했다. 17일 제출한 윤덕홍 부총리의 사표는 같은 날 수리됐다.
안병영 신임 부총리는 23일의 기자회견과 24일의 취임사를 통해 공교육과 엘리트 교육이 조화를 이루고, 학교 교육과 사교육이 보완관계를 가지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부총리의 인선에 대해서는 안정 속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5·31교육개혁안의 신자유주의자라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취임사에서 안 부총리는 대중적인 공교육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견실한 공교육 체계 위에 세계화·정보화 사회에 부응하는 경쟁력 있는 엘리트 교육이 얹혀야 할 것 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중교육과 엘리트 교육 중 양자택일하자는 식의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명 소식이 전해진 23일에는 "평준화를 하루 아침에 해제하는 복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또 연세대가 추진하는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연세대 교수직으로 있었던 것과 기여입학제를 보는 눈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며 논란의 소지를 피해갔다.
안 부총리는 또 "교육의 사각지대와 소외계층이 없을 때 비로소 사회통합이 이루어진다"며 "중도탈락자 교육, 장애아 교육, 저소득층, 영·유아 교육, 실업교육, 농어촌 교육 등 소외계층, 교육의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안 부총리는 "그 동안의 교육은 희망과 용기의 원천이기보다는 좌절과 실망의 씨앗이 된 점이 크다"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지키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부총리가 만든 교육혁신로드맵의 틀을 유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전임자가 만든 걸 크게 손댈 생각은 없다, 성숙한 중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해 국민들이 선택케 해서 교육에 대해 신뢰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해, 교육혁신로드맵을 수정할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한편 안 부총리의 인선에 대해 교총은 "과거 국정 경험과 조정능력, 안정감을 갖춘 무난한 인물"로 평가하면서 교육계의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공교육 활성화에 진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전교조는 "신임장관이 과거 장관 시절 청와대와 교육시장화 정책에 코드를 맞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개혁과 참여를 표방한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과연 일치되는 지 묻고 싶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 장관은 서울출생으로, 경기고와 연세대, 오스트리아 빈대학 정칙학 박사를 졸업한 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 한국외대·연대 행정학교수, 연세대 교무처장, 한국행정학회장, 인터넷신문 업코리아대표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