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안행위 법안소위 통과
새누리당 “여야 합의 필요”…전체회의 상정 무산
현장 “정치 의식 높다” “성년 기준과 불일치” 분분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한 법안 의결을 위해 전체회의를 열였으나 선거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대해 여당이 반대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파행됐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선거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여야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나 여야 4당이 합의를 도출한 뒤 상임위에서 상정해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도 “18세에 투표권을 주는 것은 시대적 요구사항”이라면서도 “다만 선거와 관련된 모든 룰은 여야가 같이 의견을 모아서 통과시키는 것이 절차적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전의 논의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각 당의 정치적 입장이나 유불리를 따져서 지도부가 판단하고 상임위가 움직이는 것은 기존의 방식”이라며 “참정권 확대라는 입법권의 행사 차원에서 논의된 만큼 상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결국 법안 상정은 여야 4당 간사의 합의 불발로 무산되면서 향후 정치권의 선거 연령 하향 논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사회시민사회는 11일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정치 포퓰리즘인가? 참정권 확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인환 건국대 교수는 “우리 민법은 만 19세를 성년으로 보고 있어 공직선거법에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것은 청소년보호법, 소년법 등 다른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며 “OECD국가 중 18세에 선거권이 없는 나라는 폴란드와 우리나라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념적 갈등이 극심하고 정치적 이념에 따른 분단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보통선거 원칙에 따라 선거 연령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고교 졸업 연령인 만 18세를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기준, 232개국 중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215개국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올해 대선 시기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만18세로 낮출 경우 신규 유권자 대다수가 고3 학생에 해당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경기 A고 김 모 교감은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는 달리 국내외 정치에 대해 많이 알고 판단할 수 있는 의식 수준을 갖췄다”며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의견을 담아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정치적 참여 의식도 높은 만큼 이제는 선거 연령을 낮출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충남 B고 최 모 교사도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토의 수업이나 자치활동이 활성화돼 있어 학생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고 자신의 의견도 확고히 갖고 있어 선거 연령을 낮추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 현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 C고 홍 모 교사는 “선거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고3 학생들에게 투표를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외국의 경우 부모에게서 일찍 독립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정신적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무조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지금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정당인 참여, 학교 행사의 정치인 참석 등을 두고 학교의 고민이 큰 상황에서 고3 교실이 선거 정치장화가 될까 우려된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